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일부 방문판매업체들이 실질적으로는 하위판매조직의 매출에 따라 후원수당을 받는 다단계 판매 영업을 하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방문판매업체들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방판업체들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불복, 고등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고등법원은 지난 9월 3일과 11일에 있었던 판결에서 모두 방판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논쟁은 뜨거워졌다. 학계와 법조계를 비롯해 각계에서는 ‘직접판매제도 합리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와 ‘제1회 유통선진화포럼’ 등의 자리에서 다단계판매의 정의 등 주요쟁점을 중심으로 방문판매법 개정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공정위는 또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개정 방문판매법에서 다단계판매의 정의를 분명히 해 해석상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정위의 입장은 회원으로 등록된 판매원이 하위판매원을 모집하고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업체는 모두 다단계판매로 규정하겠다는 것. 그러한 공정위의 의지는 지난달 26일 입법 예고된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행법 제2조 제5호 가목 규정 중 ‘재화 등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것’ 부분을 ‘재화 등을 판매할 것’으로 수정하고, 나목 규정 중 ‘가목의 규정에 의한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분을 삭제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현행법에 따라 판매원을 반드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로 해석하게 되면 대부분의 다단계 회사도 이에 적용되지 않아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 방문판매업체와의 행정소송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원천적으로 봉쇄해 방문판매와 다단계 판매 정의에 대한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려한다는 것이다.

 이번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대해 방판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학계 및 법조계,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공정위의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렇듯 다단계판매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 결정적인 이유는 두 업종의 규제 차이에 있다.

다단계판매는 후원수당이 35% 이내로 제한되고, 130만원 이하의 상품만 판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설립 자본금에도 제약을 받고, 공제계약 체결을 통해 담보금과 공제료를 납부해야하며, 매출과 제품 원가 등의 경영 정보도 공개해야한다.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방문판매업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방문판매냐 다단계판매냐의 논쟁에서 벗어나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불법업체들을 구별, 감시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 개정이 더욱 절실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입법예고 후 공정위는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법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완성된 개정 방문판매법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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