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업계, 지나친 규제로 인한 폐해 우려

 

제2라운드로 접어든 ‘무늬만 방판’ 논쟁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방판법 개정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다시 가열되고 있다. 방판법 공정위 개정안은 부처 간 협의 중에 예정된 발표를 연기하면서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공정위가 이에 대해 특별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어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국회 정무위 관계자가 법안 상정 전 사전협의를 요청해서 미뤄졌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올해 중 국회상정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방판법 개정안 지연과 상관없이 공정위가 이번 개정안에 다단계 정의를 넓게 해석, 방문판매업계를 다단계업계로 전환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방문판매 업계가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공정위, 다단계정의 광의적 해석

안병훈 공정위 특수거래과장은 “방판법 개정 논의가 촉발된 계기는 현재 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지난 2007년 다단계 규정을 받지 않았던 특정업체(방문판매업체)가 다단계 규정을 받게 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며 이번 개정안을 만들게 된 배경이 방문판매업체를 다단계로 규정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안 과장은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유통선진화포럼’에서 방판법 개정안과 관련 “방문판매 업체들이 다단계란 명칭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지 명칭을 방문판매로 할 경우 찬성할 것이며, 다단계 업체도 규제를 받더라도 명칭만 방문판매로 바꿔주면 찬성할 것이다”라고 말해 이 부분이 다단계 정의 논쟁의 핵심임을 시사했다.


안 과장은 이어 “법 개정은 업계 종사자의 이해관계는 물론 다른 사회세력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봐야 된다”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바로 법으로 옮길 수 없다”며 실무책임자로써 고충도 털어 놓았다.

안 과장은 이날 다단계와 방문판매 구분과 관련 “방판법 개정안이 규제완화, 자율규제, 행태규제 방향 등으로 가는 것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전제하고 다단계와 방문판매를 굳이 구분해야 되냐고 스스로 반문 한 뒤 “다단계와 방문판매를 구분한다면 후원수당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며, 후원수당 단계가 몇 단계냐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방문판매 업계가 후원수당 2단계 이상을 다단계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무력화 시키는 논리로 후원수당 1단계는 최소한 보장 되어야 한다는 방문판매 업계의 요구를 공정위가 들어 줄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어 향후 이 부분의 해석 여부에 따라 다단계와 방문판매의 정의가 구분 될 것으로 보인다.

안 과장은 다단계 규제와 관련 “과연 우리나라 다단계 규제가 강한 것인가. 미국의 자율규제인 Amway 기준과 Omnitrition 기준을 적용해 보면, 한국의 업체 중 이 기준에 해당 될 수 있는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고 설명하고 “미국 등과 비교할 때 규제가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방판법에 규정하고 있는 후원수당 35%제한과 130만원 이상 판매금지 등의 규정은 무리가 있어 언젠가는 폐지돼야 할 제도”라고 말하고 “그러나 시기상의 문제로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이번 개정안에서는 업계의 숙원인 후원수당 35%제한과 130만원 이상 물품 판매금지 조항의 개정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안 과장은 향후 방판법 논의와 관련 “앞으로 큰 방향의 논의는 방판이냐, 다단계냐의 정의 구분이 아니라 행태규제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방판업계, 예상되는 파장에 난색

안 과장 말을 종합해 볼 때 공정위는 이번 방판법 개정을 통해 그동안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고, 다단계 정의를 넓게 해석할 것으로 보여 방문판매 업체의 다단계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지금의 공정위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방문판매 업계는 벌써부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문판매 업계의 관계자는 “방문판매 회사들의 경우 인적 조직의 확장성이 사업 수익의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판매원을 통해 우수한 제품의 고객 밀착 판매 등을 통하여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이 다단계판매업체로 규정될 경우에는 기업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므로 현재 영업방식의 대대적 개편 내지 축소가 불가피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기존 건전한 방문판매업체를 위축시키고 불법업체의 활동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의 불법업체들은 자신들의 불법적 성격을 은폐하기 위하여 판매원과 소비자피해 문제를 크게 일으키고 있지 않은 건전한 방문판매업체들과 자신들이 유사한 유형의 사업자라는 식으로 홍보하고 이를 판매원 조직 확장에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하고 “만약, 기존에 단순 보상구조방식으로 운영하던 건전한 방문판매사업자들을 모두 다단계판매업자로 정의하게 될 경우, 불법업체들은 이러한 건실한 방문판매기업과 자신의 사업 방식이 동일하다는 식의 물 타기를 시도하여 판매원 가입 홍보에 악용할 것이며, 이로 인하여 판매원으로 가입한 이들의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등록 업체 속출…범법자 양산

다단계 범위가 확대 적용 할 경우, 약 2만 4000여개(2007년기준, 한국직접판매협회 자료)의 방문판매 업체들은 일단 4가지 측면에서 자신들의 진로를 선택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뜻대로 다단계 업체로 전환하거나, 현재 영업방식의 대대적인 개편 내지 축소를 통해 전통 방문판매 방식으로 조직을 전환하거나, 미등록 불법업체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사업을 정리하고 폐업하는 방법 등을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판매 업체들이 다단계로 업종을 전환할 경우, 제일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최소자본금 규모가 5억원에 이상이 되어야 하고, 소비자 피해보호를 위해 공제조합, 보증보험, 담보금 은행예치 등 3가지 중 1개는 반드시 가입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다단계 업체로 등록 할 수 있고, 영업을 지속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대형방판의 시·도 대리점들도 사업자 등록을 하고 독립적인 사업자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규정에 맞춰야 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방문판매 업체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규모가 큰 아모레퍼시픽을 봐도 직영점은 20%에 불과하고 80%가 대리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군소 방문판매업체들이 이러한 요건들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직접판매 협회 방문판매 분과 위원장인 김영환 유니베라 부회장은 “최소 자본금 5억원  이상과 공제조합의 담보금 등으로 인해서 많은 방문판매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러한 요건들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군소업체들이 무등록 업체로 전락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그렇다고 해서 이들 업체 대부분이 생계형이기 때문에 문을 닫거나, 폐업은 하지 않고 대부분이 무등록 불법업체로 영업을 계속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게 될 경우 소비자 피해예방을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와 다르게 많은 범법자를 양산시켜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며 현실을 외면하는 방판법 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제적 이익의 지급방식이 다단계판매회사와는 달리 누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판매조직 구조로 인한 피해발생의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받게 됨으로 인하여 군소업체들이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이는 규제목적을 벗어난 지나친 규제로 인한 폐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이미지와 매출에 심각한 타격

또 다른 피해로는 기업이미지와 매출액의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다단계란 용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다단계 업종으로 전환을 할 경우, 일부 소비자가 다단계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그 회사의 제품을 외면 할 우려도 있다. 또한 기존의 판매원들의 대거 탈락으로 인한 매출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직접판매제도 합리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한 ‘방문판매업과 다단계판매업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이 내용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방문판매원을 대상으로 방판법 개정을 둘러 싼 논란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해 본 결과, ‘관심있다’는 응답이 65.3%로 나타난 반면, ‘관심없다’는 응답은 32.3%로 조사됐으며, 인지도는 69%로 대체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업계종사자들은 소속회사를 ‘방문판매업’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98.4%에 이르는 등 매우 높았으며,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87.5%로 찬성의 8.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방판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방문판매업과 다단계판매업의 특성에 따라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는 방향이 93.7%로 구분 없이 하나의 규정을 적용하는 방향의 4.4%에 비해 무려 21.3배 많았다.

소속회사가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할 경우, 제품신뢰도, 회사신뢰도, 영업의욕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진단했으며, 소비자의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소속회사가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할 경우에도 하부단계 판매원을 모집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62.2%로 모집하겠다는 응답 33.1%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소속회사가 다단계판매업으로 분류될 경우,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응답이 52.7%로 ‘계속 근무할 것이다’는 응답 38.8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 다단계 판매원 등록 여부

또 하나 우려되는 상황으로는 현재의 방문판매 업체의 재화 등을 구매하는 단순 소비자가 방판법 제15조 1항의 규정에 의해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 하는 문제이다.(본지 53호 창간 7주년 특집, 이슈2 소비자와 판매원의 정의 참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다단계 업계에서도 지나친 규제라며 여러 차례 관련 당국에 개정을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방판법에서는 소비자의 정의를 ‘재화 등을 구입해 사용하거나 최종 소비하는 자’로 정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범위는 ‘판매원이 되기 위해 다단계 회사로부터 재화를 최초로 구매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규 그대로 해석하면 다단계 회사의 재화를 2회 이상 구매하면 판매원이지 소비자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 가격으로 계속 재화 등을 구입한다면 별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약 30%가 싼 대리점 가격으로 구매를 원할 경우에는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법이 정한 양식에 따라 서면으로 다단계 업체에 판매원으로 등록을 해야 하는 문제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방판업체, 공격적 마케팅 검토

이러한 사회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문판매 업체의 다단계 전환이 불가피 하다면, 일부 방문판매 업체의 경우는 지금의 수당구조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보상플랜을 마련하고, 판매방법 구조도 다단계 방식으로 전환하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구상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방판을 중심으로 이러한 사실이 현실화 된다면, 판매원 영입을 둘러싸고 지금의 다단계 업계와 새로 진입하는 업체 간의 대립은 불가피해 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다단계 업계는 충격의 회오리에서 새로운 질서로의 재편을 강요받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방문판매 업체 관계자는 “방판법 제정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라는 큰 틀에서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유인적 요소가 큰 판매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만일 다단계로의 전환을 강요받는다면, 기업의 논리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다단계 판매방식으로 전환도 검토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에 대해 나봉룡 한국암웨이 전무이사는 “방문판매 업체들이 판매방식을 변경한다 하더라도 암웨이 사업자들은 회사를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한국암웨이 분위기를 설명하고 “다만 사업에 실패한 일부 판매자의 경우는 옮길 수 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영향은 미미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설령 방문판매 업체들이 공적적인 마케팅을 전개해도 한국암웨이는 별반 차이는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다단계 관계자는 “만일 대형방판에서 판매구조 방식을 바꿔 공적적인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지금의 다단계 업계는 외국계나 토종업체 할 것 없이 판매원 스카웃트 바람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그렇게 될 경우, (이미지 쇄신 등)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지금의 다단계 시장의 많은 변화는 불가피 할 것이다”며 기대와 우려가 섞인 전망을 했다.

다단계 정의와 관련 공정위 입장은 완고 한 것 같다. 이제 방문판매 업체들이 공청회와 국회 심의 과정 등에서 어떠한 논리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지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여 얼어붙은 기업의 투자심리도 회복하고,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직접판매(방문·다단계)업계에만 오면 왜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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