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밀키웨이`

독일의 희곡작가 겸 연출자 칼 비트링거(1922~1994)가 1950년대에 쓴 ‘은하수를 아시나요’가 ‘밀키웨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출은 전직 문화부 장관에서 연극계로 돌아온 김명곤이 맡았다. ‘밀키웨이’는 그가 직접 번안을 맡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준비한 작품이다.
김명곤이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독재 등 혼란한 사회에서 상실감에 빠져 방황할 당시 그는 이 작품을 만나 아름다움과 순수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 뒤로 꼭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 했던 그는 책을 읽으며 받은 위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자신이 받았던 감명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원작을 최대한 살리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배경은 40년대 2차 대전에서 7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의 한국사회로 바꿨다.
극은 자신이 은하수의 어느 별에서 왔다는 망상을 가진 환자이며, 병원의 우유 배달 차 운전자이기도한 사내가 병원의 행사 프로그램으로 의사 정신경에게 자신의 인생을 담은 공연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하며 시작된다. 환자는 자신의 자전적 인물인 사내, 박성호를 연기하고, 의사 정신경은 환자의 삶에서 마주쳤던 여러 역할들을 1인 다역으로 소화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월맹군의 포로가 되어 실종된 박성호는 전쟁이 끝난 삼년 후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이 전사자로 처리되었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마을 주민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박성호라는 자기 본래의 이름을 찾는 게 불가능하게 되고, 결국 임종우라는 다른 이름으로 제 2의 인생을 찾아 고향을 떠난다. 그러나 그의 제 2의 인생은 암울하기만 하다. 임종우의 행적을 따라 그가 근무했던 보험회사를 찾아갔다가 범죄자로 몰리고,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출옥한 뒤에는 서커스단에서 목숨을 걸고 위험한 곡예를 해야 하는 ‘비행접시 운전사’로 죽음의 회전통에서 반년을 보낸다. 그는 화물차 운전수가 되어 ‘비호 서커스’를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단장의 방해로 채용은 좌절되고, ‘죽음의 회전통’에서 멈추지 않는 질주를 시작한 끝에 부상을 입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연극을 통해 사내의 사연을 알게 된 의사 정신경과 원장은 그에게 본래 이름을 되찾아주고 정규직인 배달 차 운전수로 채용하려한다. 그리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정신경은 휴가를 맞아 사내와 함께 특별한 여행을 준비한다.
청년의 비극과 순수함, 타인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상실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청년의 상실과 방황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를 묻는 <밀키웨이>. 이 작품의 키워드는 순수와 아름다움이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한 인간이 생존이라는 현실과 부딪쳤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 어떻게 하는지, 그가 어떤 일을 당하는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결국 사내가 끝까지 찾아 헤매던 순수와 아름다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2인극으로 꾸며지는 이번 공연은 배우 정은표-이동규와 유태호-정의갑이 팀을 이뤄 11월 7일부터 대학로 두레홀 2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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