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영화배우를 꿈꾸는 조직폭력배 강패. 그리고 조직폭력배보다 더 양아치 같은 배우 수타. 두 남자가 만나 영화를 찍는다. 그냥 영화가 아니다. 액션 장면에서 진짜 주먹이 오고 가는 ‘진짜’같은 영화다. 과연 두 사람의 영화는 완성될 수 있을까?
강패와 수타.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두 남자는 함께 영화를 찍어가며 자신의 환상을 꿈꾼다. 강패는 비현실적인 영화적 설정을 거부하며 진짜 같은 영화를 찍고 싶어 하고, 수타는 현직 깡패와 실제로 주먹을 주고받으며 자신이 영화 속에서만 살아있는 인물이 아님을 항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강패는 그의 환상인 영화에 다가갈수록, 수타는 그의 환상인 현실에 다가갈수록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다. 영화와 현실은 완전히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강패는 영화 촬영과 조직 생활을 병행하다 현실에서 일을 그르치고 만다. 강패는 감옥에 들어가 있는 백 회장을 배신하고 그의 유죄를 증명할 증거를 가져간 박 사장을 잡아놓고도 차마 죽이지 못해 풀어준다. 얼마 뒤, 박 사장은 다시 나타나고, 강패는 그로인해 모든 것을 잃는다. 강패는 왜 박 사장을 살려둔 것일까. 아마도 영화와 현실을 오가는 사이 떨어진 현실감 때문이리라.
한편 수타는 늘 영화배우로서의 삶과 장수타라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힘겨워한다.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있지만, 영화배우이기 때문에 아무리 그녀가 원해도 평범한 연인처럼 같이 다니지 못한다. 동네 건달들이 그의 섹스비디오를 가지고 협박해도, 그로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끌려 다닐 뿐이다. 믿었던 매니저도 돈 때문에 그를 배반한다. 영화에서는 누구도 두려울 것이 없는 주인공이지만, 현실에서는 조직폭력배들에게 뺨을 맞고 눈물을 흘린다. 자존심으로 버텨보려 하지만, 현실의 그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 ‘영화’는 허울과 환상을 상징한다.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로망과 환상의 세계.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낭만과 희열이 넘치는 환상을 꿈꾼다. 화려한 겉모습에 연예인의 생활을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현실에는 낭만도, 로망도, 하다못해 자비도 없다. 현실은 잔인하고, 무심하다. 이 영화에서 ‘영화’라는 개념은 ‘현실’에 대비되어 현실의 잔인함과 무심함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환상을 꿈꾸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강패가 머리로 경찰차 유리를 깨고 피칠 갑을 한 얼굴로 수타를 보며 광기 어리게 웃는 마지막 장면은 환상의 부질없음과 현실의 냉혹함을 표현하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그의 웃음은 환상을 꿈꿨던 자신에 대한 비웃음 같기도 하며, 나약한 환상에 둘러싸인 채 잔혹한 현실에 대들었던 수타를 향한 조롱 같기도 하다.
영화라는 환상으로 현실의 잔혹함을 선명히 그려낸 액션 영화, ‘영화는 영화다’. 현실과 환상을 상징하는 두 남자가 서로의 영역을 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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