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치 넘어선 체감경기…업태별 생존 기회 찾아야

고물가는 역진세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여력이 떨어진다.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유통업계의 형편이 어려워진다. 전세계가 고물가·고금리, 즉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지속 상승하는 경제현상) 시대에 진입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 95.6%를 기록, 5%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며 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반값 경쟁 등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랑 속 업태별 기회를 포착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한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에게 내년 1분기까지는 5~6%대 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5%를 상회하는 수준이면 경기 희생을 하든 관계없이 물가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올릴 것을 분명히 했다.

고금리는 고물가에 대한 극약처방이다. 이날 이 총재는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물가와 이자 부담에 대한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계량 분석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를 1.0%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이자부담은 가계와 기업 합해 122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대부분 기업에 격랑이 일게 된다. 가파른 경기침체와 한계 기업들의 줄도산을 걱정하는 시장의 반응도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2023년에는 고물가·고금리의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확대되며 성장 둔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은 1.8%로 큰 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 여력 및 해외여행 증가 등에 힘입어 회복세는 이어가겠다. 다만,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감소, 부채부담 증가, 자산 가격 하락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증가율은 2.2%(20224.1% 추정)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안정 및 경기하방 압력 등으로 점차 둔화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러시아발 원자재 수급불안, 서비스 가격의 하방경직성, ·달러 환율 상승 등을 감안할 때 고물가 흐름(2022:5.3%2023:3.5%)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고물가(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치를 상회)와 성장 부진(성장률이 추세 성장률을 하회)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유통업계, 체감경기 하락세

유통업체의 체감경기는 이미 하락 추세였다. 경기전망지수가 최근 2분기 연속으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소비둔화를 넘어선 소비냉각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밝힌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에서 수치가 확인됐다. 10월 전망치가 73으로 집계됐다. 2002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대한상의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RBSI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모든 업태가 기준치(100)를 하회했다. 다만 백화점(94)만이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형마트(76), 편의점(60), 슈퍼마켓(48)은 다음 분기에 대한 경기 기대감을 크게 낮췄다. 온라인쇼핑(80) 역시 본격적인 일상회복에 따라 오프라인 구매수요가 증가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백화점(9794)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의는 백화점 고객층은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 등이 상대적으로 높아 경기 변화에 비교적 둔감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의류 수요 증가, 가을 할인행사 및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10포인트 하락한 76을 기록했다. 대형마트는 고물가·고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산층 고객층이 많아 고객수 감소와 객단가 하락을 피할 수 없고, 엔데믹에 따른 사회활동 증가로 내식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반값상품 등 최저가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지만 수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실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편의점(10360)은 업태 중에서 지수 하락폭(43p)이 가장 컸다. 3분기에는 리오프닝과 여름 특수를 누렸지만 4분기가 편의점의 비수기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편의점간 경쟁 심화도 기대감 상승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슈퍼마켓(5148)은 업태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엔데믹으로 근거리 소비가 감소하고 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게다가 실적 부진을 타계하기 위해 각사가 점포 구조조정, 점포리뉴얼, 퀵커머스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80)도 연말 특수, 온라인 쇼핑 이용자 증가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를 빗겨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엔데믹 시대 오프라인 소매유통이 빠르게 수요를 회복하고 온라인업체간 치열한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실질구매력이 감소하고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면서 코리아세일 페스타 같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쇼핑행사 등을 통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여주는 경제 활성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3%임계치 넘어서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로 치솟았다. 고물가·고환율로 경제난이 지속된 상황에서 고금리까지 엄습했다. 유통업계는 사실상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이 어려워 자칫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기준금리가 3.0% 이상까지 치솟게 되자 올해 실적 회복을 예상했던 유통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업 체질 개선과 소비 회복을 통해 3분기(7~9) 실적이 급등할 수 있다고 기대를 해온 유통업체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감당이 어려워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대형유통사인 이마트만 해도 올해 상반기 기준 차입금만 10300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직전인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이마트 차입금은 4조원 가량 불어났다. 현금성 자산은 166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차입금 의존은 지난해부터 벌인 왕성한 인수합병에 따른 결과다. 이마트는 지난해 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00억원에 인수한 가운데 한국 스타벅스 지분을 17.5% 추가 인수하는데 4700억원을 투입했다. G마켓(옛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하는 데 36000억원을 들이면서 부채가 상당히 불어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마트 2분기 실적은 매출 증대에도 불과하고 할인점 사업 부진과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적자전환했다. 별도기준 2분기 총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39607억원, 영업이익은 249억원 감소한 -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별 실적을 살펴보면 할인점 총매출액은 전년비 4.1% 증가한 2900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인건비 등 판매관리 증가로 364억원 영업적자를 보였다.

별도기준 2분기 총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39607억원, 영업이익은 249억원 감소한 -191억원으로 조사됐다.

홈플러스도 2021회계연도(202131~2022228)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에비타(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지난해 29.7배에서 올해 215.8배로 상승했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이란 현금창출력에 비해 순수한(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차입금이 몇 배 정도 되느냐는 것을 수치화한 것으로 숫자가 높을 수록 차입금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도 할인점 영업적자가 2020130억원에서 작년 320억원으로 커졌다. 이 기간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롯데쇼핑도 7.1배에서 7.6배로 올랐다. GS리테일이 보유한 부채비율도 123.4%에 달한다. 고금리 기조는 국내 기업 중 유통업종을 비롯해 호텔·면세업종에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유통 및 면세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이자비용 증가 부담을 감당할 능력이 열위에 있다고 진단했다.

업태별 생존 기회찾아야

유통업체들은 갑작스레 닥친 인플레이션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도 여유롭지 못하면서 짠물소비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이를 고려해 유통업체들도 반값 경쟁, 중고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를 앞세운 반값 경쟁이 한창이다. 대형마트는 치킨과 피자, 탕수육, 초밥, 도시락 등의 메뉴를 외식 매장 대비 반값에 선보였다.

백화점업계도 앞다퉈 중고시장에 뛰어들며 유통산업 경계를 허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서울 신촌점에 중고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를 오픈했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서울 잠실 월드몰에 빈티지 마켓 팝업을 선보인 데 이어 9월에는 부산 광복점에 패션 셰어링 플랫폼인 클로젯셰어팝업을 열고 중고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중고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신촌점에 문을 연 중고 상품 전문관은 유플렉스 4층에 위치했고 806(244) 규모로 들어섰다.

입점 매장은 중고상품(세컨드핸드) 의류 플랫폼 브랜드인 켓인유중고 명품 플랫폼 미벤트친환경 빈티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리그리지’, 럭셔리 빈티지 워치 편집 브랜드 서울워치등이다.

편의점에서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싸게 파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1만여개 매장에서 도시락, 유제품 등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하는 라스트오더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10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또 편의점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도시락과 샌드위치, 커피 등 전문점 못지않게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보복소비로 트렌디한 문화를 즐기던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고금리로 비용 지출에 부담을 느끼면서 이른바 짠테크족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대응은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격랑 속에서 업태별 차별적인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진투자증권 이해니 연구원은 편의점의 경우 물간 상승을 반영한 1인당 구매액 증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연구원은 공연장, 병원, 공항 등 특수 입지 매장은 매출 비중 확대로 수수료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학교와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트래픽 증가를 주목했다.

대한민국의 인구구조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를 차지할 저도로 급변하고 있고, 딩크족의 증가도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형 상품의 출시를 통해서 편의점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제품 가격 인상이 지속되는 있는 현상에 몸을 맡겨야 할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한국 명품 남성 라인의 침투율이 낮은 상태라며 고객군의 확대가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여기에 온오프라인 시프트에서 오프라인 강세 사이클이 시작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이 연구원은 온오프라인 가격 차이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면세점의 경우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는 등 원화가치 하락 추세여서 채널 가격 경쟁력 약화를 한동안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기회의 포착은 가능하다. 이 연구원은 올해 내에 201년 인천공항 평균 출입국자수에서 30%까지 회복 전망이라면서 “10월 중국 양회에서 리오프닝 시그널이 다수 발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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