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찾기 총력…관련 인력 채용도 늘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는 유통가의 모습이 공격적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시대지만, 향후 급변하고 있는 유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의 공통점은 M&A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신사업 추진 등을 위해 M&A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신사업을 직접 추진하는데 따른 비용, 인력 등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만큼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M&A가 가장 효율적인 전략인 셈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공격적인 M&A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주력해온 분야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유통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을 물색 중이다. 기업 입장에서 부족한 면을 채워줄 기업이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적극적인 인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분야와 상관없이 시너지 창출을 최우선

롯데그룹은 상반기 이베이코리아 인수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하반기 가구 업계 1위 한샘을 사모펀드와 공동인수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홈인테리어 시장을 기존 백화점과 마트 채널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경쟁사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과의 경쟁구도의 균형도 마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가장 활발히 M&A 전략을 펼쳐왔다. 신세계는 지난 2006년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한 이후 15년 만인 2021년 SK와이번즈(현 SSG 랜더스 야구단)를 시작으로 오픈마켓 이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코리아와 온라인 패션몰 W컨셉, 스타벅스커피코리아까지 인수했다.

올 한해 신세계가 M&A로 투입한 금액만 총 4조3149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인 29조3910억원의 15%에 해당하며, 그룹 전체 영업이익 7161억원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역대 그룹의 최대 M&A였던 2006년 월마트코리아 인수액인 8250억원의 5배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적극적인 M&A 전략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과 더불어 쇠퇴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으로 인한 불안요소를 과감한 투자와 신사업을 통해 타개하려는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M&A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화장품 원료 시장 국내 1위 바이오랜드를 1205억원에 인수했으며, 같은해 12월 국내 1위 복지몰인 이지웰을 125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롯데와 신세계처럼 공격적인 M&A가 아닌 패션과 뷰티 리빙 등 사업 영역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기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식의 M&A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전통의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각자 조금씩 다른 전략을 세우고는 있지만, 결국 M&A에 적극적인 것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며 “유통시장에 다양한 기업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경쟁사간의 인수합병 경쟁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나와·인터파크 등 1세대 이커머스 매물 등장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이커머스는 급성장했지만, 퀵커머스나 새벽배송 등에서 밀리거나 코로나19 악재를 버티지 못했던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이 속속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다나와와 공연·티켓 예매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해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터파크도 M&A시장에 나온 상태다.

다나와는 NH투자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투자안내서를 배포하는 등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다나와는 최종적으로 1600억원에서 1700억원 안팎에서 매각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여기어때와 중국 1위 여행사 트립닷컴이 인수전에서 경쟁하고 있는 인터파크는 매각대상 지분 가치가 약 1300억원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2000억원 수준까지 매각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M&A 전문가 채용도 크게 늘어

대형 유통업계가 M&A 전략에 공을 들이면서 관련 전문가 모시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문인력 구성을 통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매각하거나 인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는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위한 M&A 담당을 채용 중이다. M&A 대상 기업에 대한 전략적 가치와 인수 타당성 등을 평가하고 계약 조건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 신사업·미래 전략 경력이 2년 이상 있어야 하며 M&A 검토 경험자를 우대한다.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은 글로벌 M&A팀에서 경력직 M&A 매니저를 찾고 있다. 기업 가치 평가, 실사, 거래 종료 등을 담당하며 회계·법무법인 선정에도 관여할 예정이다. 해외 파트너사와 회의를 진행하고 영문 계약서를 검토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과 재무적 분석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식음료(F&B) 지식 보유자와 M&A 계약 경험자를 우대한다.

MLB, 디스커버리 등을 운영하는 F&F의 지주회사인 F&F홀딩스도 M&A와 해외 라이선스(사용 권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법무팀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계약서를 검토하고 해외 기업 및 사업 전반에 대한 법률 자문을 하게 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 중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M&A와 회사법 등의 업무를 맡을 사내 변호사를 채용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유통시장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사업을 매각하거나 인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전문인력을 통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M&A 전략을 세우고자 전문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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