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수많은 이별과 만남의 연속이다. 그 여정에서 추억할 것과 잊힐 것을 구분하는 게 인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떠나보내야 할 여름날의 추억은 무엇일까? 또 새롭게 만날 가을날의 기대는 무엇일까?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인 초가을 차분하게 안성으로 랜선 여행을 떠난다.

고요한 호수를 품은 안성

경기 남동부에 있는 안성은 수도권과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안성에서 처음 찾은 곳은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적인 고삼저수지. 안성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서 도시 어부들의 쉼터다. 수상 좌대와 보트 낚시를 운영하는 곳이 10여 곳에 이를 정도로 강태공들에게는 소문난 낚시터다. 수상 좌대에서 낚시와 풍경까지 즐기고 싶다면 1박 2일 머물러도 좋다. 특히 일교차가 큰 아침이면 저수지에 안개가 얕게 드리워 매우 몽환적이다. 그 신비로운 풍광을 한 편의 영화에 고스란히 담은 영화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이다. 고삼저수지 입구 ‘봉산교’에는 알록달록한 조형물과 트릭아트로 꾸며져 있고 봉산교 아래에는 무지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안성의 골목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예쁜 벽화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안성천과 함께 물 흐르듯 굽이치는 거리가 ‘추억의 6070거리’다. 오래된 건물들과 골목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재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비록 짧지만, 옛 향수에 젖어봐도 좋다. KBS1 도시 기행 다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소개되었다.

가을 풍경을 품은 안성

여름과 이별하고 가을과 만나는 9월. 초가을의 서정을 물씬 느끼기 좋은 곳은 안성팜랜드다. 1969년 10월에 문을 연 이곳은 현대적 낙농 기술이 낙후되었던 당시 독일로부터 젖소 200마리를 들여와 낙농 기술을 배우는 ‘한독낙농시범목장’이었다. 그 역사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낙농업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팜랜드역사관을 운영한다. 뾰족지붕으로 지은 건물들이 즐비한 중앙광장은 독일의 어느 마을을 보는듯하다. 낙농체험관, 목장체험, 동물체험 등 체험 거리도 풍성하다. 하지만 이맘때는 드넓은 초원을 가득 메운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최고의 볼거리다. 약한 바람에도 쉬이 흔들리는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팍팍한 일상의 시름이 모두 날아갈 것 같다.

안성팜랜드 종합행사장(라파우자 뮤지엄)에서는 미디어 아트 전시가 한창이다. 눈으로만 즐기는 평면적인 전시가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소리도 듣는 매우 입체적이다. 총 5개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자연이 인간을 초대하는 것으로 출발해 상상의 바다를 건너 판타지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테마다. 작품 감상은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역사를 품은 안성

안성에서 독특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죽주산성을 찾아보자. 신라 때 처음 성을 쌓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려 시대 몽골의 침략에 맞서 죽주방호별감 송문주가 몽골군과 15일간 전투를 펼쳐 승리한 곳이다. 이 승리는 6차에 걸친 몽골 침입에서 고려가 승리한 대표적인 전투 중 하나다. 조선 시대에 와서는 한양으로 진격하는 왜군에 맞서 전투한 격전지였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잉카제국의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와 흡사하다며 입을 모은다. 안성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면 성곽을 따라 걸어보자. 울창한 수목이 길동무해주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쾌하다. 포루가 있는 산정에 오르면 안성벌과 이천 장호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행정보

■ 여행 문의 : 인안성팜랜드 031-8053-7979, 라파우자뮤지엄 031-617-9383, 안성시 관광과 031-678-2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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