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정책?”…일자리 13만개 증발할 수도

유통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22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인상된 9천16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가의 소상공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해진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유통가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또 다시 2주 연장된 거리두기 4단계 행정조치와 맞물려 최악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일부 유통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볼멘 소리마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정부의 장기화된 거리두기 강화정책과 영업제한 등으로 이제는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마저 든다”며 “정부당국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믿고 힘들지만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신뢰할 수 없을 뿐더러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제는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편의점의 경우 오후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점주인 김모씨가 직접 근무하고, 오전 3시부터 다음날 오후 12시까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다. 코로나 19 전에 두명의 아르바이트를 쓰다가 올해 초부터 한명을 줄였다. 가끔 가족들이 도와주지만 대부분의 경우 점주가 혼자 15시간을 근무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점주는 “주위에 저와 비슷한 처지의 점주들이 많으며 그나마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점주는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13만개 이상 줄어들 수도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2020년 편의점 점포당 월 평균매출은 4천800만원인데 이 중 평균 매출이익은 23%인 1천104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알바비 평균 650만원, 월세 평균 200만원과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면 점주가 주 45시간을 일하고서 가져가는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마저 더해진다면 점주들 수익은 월평균 200만원 이하인 곳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편의점 주는 “야간과 주말에는 1.5배의 시급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시간에 따라서 점주보다 알바생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묘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최근 편의점을 비롯한 외식업계에서는 궁여지책으로 키오스크(무인계산대) 도입이 활발한 상태다. 키오스크의 도입은 반대로 말하면 일자리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점들은 대부분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이미 맥도날드 64.3%, 롯데리아 76.6%, 버거킹 92.4%, 맘스터치 33%가 키오스크를 사용 중이다. 그만큼 아르바이트생의 숫자 역시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6월에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9000원으로 오를 경우 13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17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4월 구성된 최저임금 특별위원회가 주최했고 중기중앙회의 의뢰로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이 연구한 ‘최저임금 관련 주요 경제 및 고용지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여러 유의미한 자료가 제시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9000원으로 인상시 13만4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16조9000억원의 실질GDP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1만원으로 인상시 일자리는 56만3000명명, 실질GDP는 72조3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이 속한 산업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기대하는 생산성에 차이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반영하여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고용 유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구직자 대표로 참석한 김재형 수원대학교 학생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나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워졌으며, 청년 실업률이 10%라고 하지만 현장 체감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미래에 중심이 돼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문식 중기중앙회 최저임금 특위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더 이상 인상률 싸움이 아니라, 실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산업현장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이미 코로나19로 일자리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많고, 코로나19 타격을 회복하는 속도도 양극화가 나타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은 매우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직원 둔 자영업자 30년만에 최저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소상공인과 구직자 모두가 원치 않는 최저임금 인상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통해 실제로 ‘나홀로 사장님’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7만 1000명 감소한 127만 4000명을 기록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2월(-2만 6000명) 이후 32개월째 감소세다. 이는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연속 감소 기록이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8만 7000명 증가한 429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9년 2월(4000명) 이후 30개월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경영난으로 종업원을 내보내는 자영업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비중은 4.6%로, 1982년 10월(4.6%) 이후 30년 만에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도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와 소상공인들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역시 여러 지역별, 산업별 등에 따라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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