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상승…정부 대책 마련에 혼신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하는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시름거리가 있다. 바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물가다.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치솟고 있는 물가로 유통가는 주저앉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9월까지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경기도 분당의 주부 이 모씨는 대형마트에 들러 계란, 우유, 돼지고기, 고등어, 과일 등 식품과 몇몇 생필품을 사서 계산대에 올렸다. 물건이 다 계산되기도 전에 금액은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 씨는 “일주일에 2회 정도 대형마트를 찾고 있지만 요즘은 물가상승으로 마트가 가기 두려울 정도”라며 “이제 대형마트 보다는 이커머스를 통해 최저가 상품을 찾아 구매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경기도 의정부에서 작은 백반집을 운영하는 양 모씨는 빈 가게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양 씨는 “손님은 반의 반으로 줄었고 식자재 물가는 올라 식당을 운영하는 의미조차 없다”며 “그나마 가게 임대인의 배려로 월세를 깎아줘서 겨우 버텨왔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유통가가 온통 잿빛이다. 올해 연말이면 종식될 수 있다고 믿었던 코로나19는 하루 확진자 2천명을 넘어서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2차례나 연장이 확정됐다.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각 지역의 주요상권마저 6시가 넘어가면 한산할 정도다. 여기에 ‘물가상승’이라는 악재마저 겹치면서 소상공인 뿐 아니라 집콕족으로 전락한 소비자들의 어깨마저 짖누르고 있다. 최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는 소비시장과 유통가가 ‘물가상승’이라는 또 다른 악재로 갈길을 잃고 있다.

물가 4개월 연속 2%이상 상승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라 4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4개월 연속 상승률이 2%를 웃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부는 하반기(7∼12월)에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2개월 만에 다시 올해 최고 상승률을 보이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것. 코로나19의 4차 유행으로 경기 회복이 기대가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데 물가만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이 유통사에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로 작년 같은 달 대비 2.6% 올랐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매달 상승 폭을 키워 5월(2.6%) 9년 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6월(2.4%)에는 상승 폭이 다소 줄었지만 두 달 만에 올해 최고치로 돌아간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은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오름세가 더 커졌고, 전기·가스·수도도 상승 전환하면서 물가 상승 폭이 전달보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라 전달보다 상승률이 0.4%포인트 커졌다. 3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던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 7.3% 올라 오름 폭이 줄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7% 올라 2017년 8월(1.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생활물가 상승에 추석 앞둔 소비자 울상

올해 7월과 8월의 폭염은 소비자들의 생활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됐다. 7월 달걀(57.0%) 마늘(45.9%) 고춧가루(34.4%) 돼지고기(9.9%) 등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9.6%나 올랐다. 특히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소비자에게 이중고가 되고 있다. 고등어와 오징어 등의 가격이 껑충 뛰면서 지난달 수산물 소비자 물가지수가 최근 5년 평균을 7.5%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수산물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5% 낮은 120.13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2016∼2020년 평균)보다 7.5% 높은 수준이다.

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가 평년을 웃도는 것은 지수를 구성하는 14개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고등어, 오징어 등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등어의 경우 자율휴어기 종료 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업을 시작했으나 기상악화 등으로 출어일 수가 줄면서 7월 생산량(3천842t)은 평년의 56% 수준에 그쳤다. 7월 고등어 소매가격은 ㎏당 8천154원으로 평년의 121.4%, 전년의 105.1% 수준에 거래됐다.

오징어 연근해 생산량은 7월 누계 기준 평년의 74% 수준에 그쳤다. 원양산 생산량은 평년의 235% 수준이나 유통업계에서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주는 300g 이상의 중품을 재고량으로 우선 확보하고 있어 소비자가격 인하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오징어의 7월 소매가격은 ㎏당 1만5천623원으로 평년보다 39.5%, 전년보다 20.4% 올랐다.

또 마른 멸치의 7월 소매가격은 ㎏당 2만9천620원으로 평년의 112.3% 수준에 가격대가 형성됐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가정식 밑반찬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행히 갈치와 명태, 조기 가격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과 육류 등 농축산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수박 평균 소매가격은 2만 533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2% 올랐다. 10개 들이 배 가격도 지난해 3만 5502원에서 올해 5만 3206원으로 50% 가까이 치솟았다. 이 역시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폭염’이었다. 강한 햇빛에 약한 엽채류가 폭염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1kg 시금치 가격은 올해 2만 213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66.7%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박같은 과일은 날씨가 너무 더울 경우 수분이 부족해 안이 비어있는 이른바 ‘박수박’ 비품이 발생한다”며 “열에 약한 엽채류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1년째 이어지면서 닭고기 가격은 1kg 기준 지난해보다 12.9% 상승한 5626원으로 올랐다. 계란도 특란 기준 계란 한 판(30개)의 가격은 7108원으로 지난해보다 38.1% 오르며 올해 1월부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재발병하면서 이동제한명령으로 돼지고기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석유류(19.7%)를 중심으로 공업제품 가격도 2.8% 뛰었다. 지난달부터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이 축소됐고 도시가스 요금 인하 정책이 끝난 영향으로 전기·수도·가스는 0.3% 올라 상승 전환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집세와 월세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집세(1.4%)는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세가 2.0% 올랐고 월세는 0.8% 상승했다. 여름휴가 시즌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즐기기도 녹록치 않다. 재료비 인상 등으로 외식 물가가 2.5% 올랐고, 휴가철을 맞아 호텔 숙박료(2.7%) 휴가 관련 서비스 물가도 뛰었기 때문이다.

정부, 물가안정 대책 마련 중…실효성은 ‘글쎄’

추석을 앞두고 민생물가가 치솟자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수장들은 앞다퉈 현장 점검에 나서며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향후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완화로 오름 폭이 축소될 요인이 확대될 것”이라며 아직 정부의 물가 전망치(연 1.8%)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승 폭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3분기(7∼9월)에 정점을 찍고 내릴 것이라는 국제 분석기관들의 전망도 하반기 물가 안정의 근거로 들었다.

한편 해수부는 수요 창출로 업계를 지원하고,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비축분을 방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산물 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수산물 상생 할인 지원 사업의 규모를 390억 원에서 590억 원으로 확대해 하반기에 6회 이상 할인 행사를 열 계획이다.

행사는 31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연계 추진하고 할인 품목은 수급 동향 등을 고려해 품목선정위원회에서 행사별로 선정하기로 했다.

특히 추석 특별전(9.1∼22)의 경우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인당 할인 한도를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상향한다. 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구매금액 일부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부스 행사도 추진한다.

정부 비축 사업 규모도 확대된다. 시장 가격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비축 사업 규모를 705억 원에서 1천5억 원으로 확대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추석 전(8.30∼9.18) 대중성 어종 6종을 시중 가격 대비 10∼30% 할인된 가격으로 최대 9천200t 집중 방출해 시중 공급 물량을 평시의 1.17배로 확대한다. 하반기에는 최대 1만8천t을 수매할 예정인데, 추석 물가 안정화를 위해 하반기 정부 수매는 최대한 추석 이후에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여러 노력으로 일부 물가상승이 제한적일 수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일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물가 인상을 견인한 밀가루, 석유 등 주요 원자재 값이 더는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돼 원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이어지면 올 하반기에도 소비자 물가가 안정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장바구니 물가 안정 동참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의 생활에 직결되는 물가 안정을 위해 유통업계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과일 선물세트 ‘얼리버드’ 혜택을 강화해 대표 과일 선물세트 4종(사과/배/샤인머스켓+메론/곶감)을 ‘리미티드 딜’ 상품으로 선정하고, 총 3만세트를 한정 수량으로 시세 대비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SSG닷컴도 지난 8월12일부터 15일까지 장보기 특화 행사를 진행했다. 12일 하루 ‘쓱장날’을 실시해 계란 한판 5천원, 수박 왕특 사이즈를 2만원대에 판매했다. 이어 13일부터 15일까지는 ‘e데이’ 먹거리 행사를 이어갔다. 13일은 가공 특가 상품 위주로 준비했다. 과일 통조림 및 유아식 행사상품 2개 구매시 50% 할인, 젤리 및 즉석국 행사 상품 1+1 등 인기 상품을 특가에 판매한다. 핸드워시, 키친타월, 세탁세제, 물티슈 등 일상 상품도 2개 이상 구매시 50% 할인한다.

홈플러스는 오이와 단호박, 토마토 등 강원도산 신선식품 할인 행사를 11일까지 진행했다. 또 광복절 황금연휴를 위해 지난 12일부터 바캉스 용품과 구이용 돈육을 할인해 판매하는 ‘5일장’ 행사도 진행했다.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는 채소와 정육 등 23개 상품을 온-오프라인 마트보다 최대 2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행중”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도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CU는 자체 브랜드(PB) 헤이루 득템라면을 기존 봉지라면 4분의 1수준인 380원에 판매 중이다.

이마트24는 ‘민생시리즈’로 물가 잡기에 나섰다. 초저가 인기상품인 390원짜리 민생봉지라면과 650원짜리 민생짜장 외에 또 민생커피 2종(500㎖·1200원), 민생두유 2종(320㎖·1300원), 민생갑자칩(600원) 등을 선보이고 있다.

GS25도 ‘생활물가 안정 행사’ 중이다. ▲농축수산물 ▲아이스크림 ▲즉석먹거리 ▲라면 ▲빵 ▲휴지 ▲세제 등 생필품 위주로 100여개 품목을 선정해 1+1, 2+1, 초특가 행사로 선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물가상승마저 겹치면서 소비자들과 소상공인 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와 유통업계의 노력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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