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역대급 호황에 백화점 업계 아트 마케팅 봇물

백화점이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체험형 콘텐츠나 예술 작품 전시를 진행하는 등 ‘아트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 잡기에 나선 것. 특히 올해 미술품 시장은 제2의 호황이라 할 정도로 유동자금이 시장에 쏠리고 있고 미술품이 대중화되고 있어 유통업계의 이러한 마케팅 활동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백화점 아트 마케팅 ‘취향 저격’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최근 미술시장이 유래 없는 급상승 열기가 나타나고 있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이 ‘컬린이’, ‘미린이’(컬렉션·미술품+어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대중화 됐으며, MZ세대들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미술품 컬렉션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과 ‘낙찰총액 상위 5순위 작가별 KYS미술품가격지수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총 거래액은 약 1438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옥션·케이옥션 등 국내 미술품 경매사 8곳의 1~6월 온·오프라인 거래액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액 약 490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로 증가한 액수다. 2019년 상반기 약 826억원, 2018년 상반기 약 130억원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장기간 국제적 불황이 지속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국내 상반기 미술시장은 지난해 대비 무려 3배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특히 최근 이건희 컬렉션 기증 사례나 미술품 투자열풍 등이 가세해 미술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반영해 아트 마케팅을 펼치면서 고가 제품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의 작품까지 두루 전시, 판매까지 하며 예술 작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가고 있다. 특히 백화점 업계가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전시 중심으로 운영했던 오프라인 갤러리를 전시 및 상시 판매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프리미엄 판매전 ‘아트 롯데’를 연 2회로 정례화한다고 밝혔다. 제1회 아트롯데는 서울 중구에 있는 본점 에비뉴엘 지하 1~4층(6월29일~8월23일)과 잠실점 에비뉴엘 6층 아트홀(7월1~25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우환, 박서보, 김창열, 윤형근, 하종현, 정상화 등 현재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대표작 6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장에는 아트 어드바이저가 상주해 설명과 구매를 돕는다.

디지털 갤러리도 구축한다. 올해 하반기 중 롯데백화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에 온라인 갤러리관을 열어 테마별, 가격대별 다양한 예술품을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갤러리 전담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고 연내 전문 인력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작품 스타일과 금액대가 다양해 전문가는 물론 이제 막 컬렉션의 재미를 알아가기 시작한 초보자도 자신만의 마스터피스를 발견하고 소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360도 감성체험 전시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를 진행한다. ‘비욘더로드’는 영국의 유명 뮤지션 제임스 라벨·엉클의 음악을 33개 공간에 걸쳐 재구성한다. 2019년 영국에서 최초로 전시한 후 현대백화점이 처음으로 초청 전시하는 것이다.

비욘더로드는 각각의 공간을 시각·청각·촉각·후각·공간지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관객 체험형 공연으로 유명한 콜린 나이팅게일과 스티븐 도비가 기획하고, 다양한 감각을 통한 입체적 체험을 위해 영화감독 대니 보일, 알폰소 쿠아론, 향수 디자이너 아지 글래서 등 영화·디자인·설치·사진·조명·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는 ‘팝아트의 황제’ 앤디워홀의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전시회는 모두 6개 세션으로, 앤디 워홀의 대표 실크스크린 작품과 개인 소장품을 다수 전시한다. 특히 워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리즈 테일러(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마릴린 먼로’ 등 다양한 할리우드 스타 및 유명 인사들 초상도 전시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신진 예술가들을 위한 상생 플랫폼으로 무한 변신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시 기회가 줄어든 아티스트들을 위해 공간을 잇달아 마련하고, 판매까지 돕고 있는 것. ‘이머징 아티스트 위드 신세계(Emerging Artist with Shinsegae)’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이 행사는 타임스퀘어점에서 7월 20일부터 8월 2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세계는 이 행사를 통해 국내 신진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국내 스타트업까지 인큐베이팅하며 상생에 상생을 더한다. 특히 ESG 경영이 크게 대두되는 요즘, 이번 프로젝트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사회적 역할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또한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에게는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힐링의 시간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갤러리 투어와 갤러리 팝업스토어 등 VIP 고객을 타깃으로 미술작품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VIP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뷰잉룸(OVR)’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예술 작품을 관람한 뒤 오프라인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옴니채널 판매 방식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아트 마케팅은 오프라인만의 강점인 체험형 콘텐츠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층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해 백화점 특유의 고급화 이미지와 수요층 확장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향후 유통업계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