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업 점포 20% 달해…무인점포는 급증

1년365일, 24시간 영업을 하던 편의점의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속에서 거리두기 방역은 벌써 4단계까지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2주만 운영하겠다던 4단계가 또 다시 2주 연장에 들어갔다.

유통업계에서는 현재 확진자 수 증가추세라면 추가적인 4단계 연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같은 코로나19로 인해 편의점도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24시간 영업의 대명사인 편의점이 이제는 그 특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야엉업을 포기하는 편의점이 어느덧 전체의 2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의 성격과 장점상 가장 큰 경쟁력이 24시간 운영임에도 이를 포기할 정도로 24시간 영업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야간영업을 하지않는 편의점의 수는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심야영업 인센티브 없어 효율성 떨어져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심야 시간(자정∼오전 6시) 미영업 점포 비중은 2018년 13.6%, 2019년 14.7%, 2020년 16.4%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 기준 18.1%로 20%에 육박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심야시간대 문을 닫거나 무인으로 영업하는 점포 비중이 2016년 13%, 2017년 16%, 2018년 19%, 작년에는 2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세븐일레븐도 심야시간대 미영업 점포 비율이 2018년 17.6%, 2019년 18.4%, 2020년 2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말 기준 5509개 점포 가운데 4300여개 점포가 밤 시간대 무인으로 영업하거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심야영업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야간에도 잘되는 오피스텔, 아파트 상권외에는 대부분 심야에 쉬는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업계는 야간에 영업을 하는 24시간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 한달 전기료의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GS25의 경우는 기본 전기료 50%를 지원해주고, 심야영업을 할 경우 전기료 100% 또는 야간매출활성화지원금 최대 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혜택 덕택에 많은 점포들이 24시간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와 심야 매출이 적은 점포가 늘어나면서 야간 영업을 안하는 점포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최저임금 상승 등 인건비의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 등으로 심야영업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짐에 따라 이를 포기하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인점포·하이브리드 점포는 급증

편의점의 24시간 심야영업 일반점포는 줄어드는 반면 심야에만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점포도 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점포는 일반 점포와 무인점포의 중간 형태로, 주간에만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CU의 하이브리드 점포는 지난달 말 기준 290개점이다. GS25는 무인점포를 포함해 430개 하이브리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CU는 올해 100여 곳을 추가로 개장할 계획이며, GS25는 연말까지 총 600개의 하이브리드 점포를 운영할 방침이다. 세븐일레븐도 무인 계산대가 설치된 ‘시그니처’ 매장을 100여곳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매년 무인점포와 하이브리드 점포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인건비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기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하이브리드 점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매년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하이브리드 점포로 변경하는 가맹점들이 늘고 있다”며 “점포 전환시에 본사가 대부분 시설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은 줄이고 자동판매기는 늘리고

무인매장·하이브리드 매장의 증가와 함께 편의점 내 자동판매기의 도입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역시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자동화를 선택하고 있는 가맹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CU에서 업계 최초로 직원 없이도 술을 구매할 수 있는 자동판매기를 도입했다.

최근 CU 운영사 BGF리테일은 강원 고성군 CU R설악썬밸리리조트점에서 무인 주류 자동판매기(주류자판기)를 이날부터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주류는 성인인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 신분증 확인 후 대면으로 건네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주류자판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하면서 편의점 등 일반 소매채널에서 무인으로 주류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도입됐다.

BGF리테일은 주류자판기의 실증 특례업체로 선정된 신세계아이앤씨와 주류자판기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국세청에도 관련 사업 개시를 위한 신청을 마쳤다.

고객은 이동통신 3사의 본인인증 애플리케이션 ‘패스(PASS)‘에 등록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주류자판기에 인증해 술을 구매할 수 있다. 지문, 안면 등 생체인식이나 비밀번호 인증으로 동일인 여부를 확인해야 등록이 가능해 신분증 도용이나 개인정보 유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휴대전화 내 안전 영역에 정보가 저장돼 위·변조와 탈취가 불가능하다.

CU의 주류자판기에서는 소주, 맥주, 전통주, 와인 등 45종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본인 인증 후 상품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상품이 투입구로 나와 수령하면 된다.

CU측 관계자는 “앞으로 심야에만 무인 편의점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를 대상으로 주류자판기를 선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며 현재 CU는 학교, 사무실, 공장 등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290여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편의점이 직원 없이 운영되는 시간대에는 주류를 판매할 수 없어 제한적으로 운영됐다. CU는 주류자판기 설치가 허용되면서 고객의 구매 편의성 향상과 점포의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