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사이닝보너스 등 파격조건까지 내걸어

IT·게임업계에서 개발자 인재쟁탈전이 벌어진다는 것은 옛말이다. 이제는 유통업계가 개발자 채용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세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활발해지면서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등에 필요한 개발자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IT·게임업계에 밀려 우수 인재 채용이 다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사들마저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면서 개발자 수요가 급증한 상태다. 온라인 유통사들 역시 사업 확대를 위해 개발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전례없는 개발자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급기야는 개발자 인재 쟁탈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세다. 유통사들은 저마다 우수한 개발자 채용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까지 마다하지 않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근무 편의성 높고 사이닝 보너스는 ‘덤’

유통업계에서는 스톡옵션, 사이닝 보너스와 같은 금전적 보상 외에 교육 기회 등을 개발자 채용을 위한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기존 직원들과 헤드헌터를 활용해서도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경기도 판교에 이어 최근에는 서울 강남 선릉에도 스마트오피스를 열었다.

쿠팡은 이곳을 쿠팡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오피스 ‘로켓연구소’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쿠팡은 잠실·판교·선릉 3곳에 개발자를 위한 스마트연구소를 운영하게 됐다. 개발자들이 잠실 본사에서 근무할 필요 없이 본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작년 11월에는 개발자 콘퍼런스인 ‘리빌2020’을 열어 쿠팡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 최신 기술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중국, 미국 등에서 일하는 쿠팡 개발자들이 발표자로 나서 머신 러닝을 이용해 고객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지난해 쿠팡은 입사한 개발자에게 급여 외에 5000만원 가량을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해외 여러 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어 외국에서 근무할 기회가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쿠팡은 세계 최고의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 시애틀,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 기술 개발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국적의 엔지니어들이 서울과 해외를 넘어 협업하며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근무 환경으로 쿠팡 테크 직군들은 전세계 혁신적인 테크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적용하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재들과 협력하며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부상하고 있다.

스톡옵션 제공…인재 추천인에 상금까지

최근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도 인센티브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6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개발자를 포함한 기술 관련 인력 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는 치영래 지는 인재영업전으로 내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보상책으로 해석된다.

연내 100여명의 개발자를 채용 예정인 11번가는 올해부터 신입 개발자를 대상으로 전문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입사한 후에도 학습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개발자 역량 육성을 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개인이 외부 전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연간 70만원의 학습비도 지원한다. 개발자를 포함해 회사가 채용을 진행 중인 분야에 걸맞은 우수 인재를 내부 구성원이 추천하고, 추천받은 인재가 입사하면 직급에 따라 300만~ 1천만원을 추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티몬은 개발자들이 원하는 IT기기를 선택할 권한을 주고, 원하는 날짜를 정해 월 2회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추천 채용 시 추천인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도 있다.

올해 최대 150여명의 경력 개발자를 채용 예정인 롯데그룹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은 지인 추천 외에 헤드헌터 등을 통해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다.

카카오 일부 계열사에선 개발자를 추천해서 면접과 테스트를 통과한 뒤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추천인에게 1000만원을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해 7월부터 임직원 인재영입 추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인력을 추천하고 입사할 경우 추천인에게 200만원을 준다.

넥슨 역시 임직원이 인력을 추천하고 입사하면 인센티브 200만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역시 추천을 통해 입사한 직원이 약 3개월 이상 재직할 경우 소정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앱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우 지난해 한시적으로 개발자 추천 제도를 운영하면서 추천한 임직원이 입사까지 하게 될 경우 추천인에게 300만~6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한 바 있다.

마켓컬리는 올해 개발자 100명 이상 채용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컬리에는 현재 90여명의 개발자가 근무하고 있다. 올해는 이커머스, 물류서비스 등 엔지니어링 전 분야에서 개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매각을 앞둔 이베이코리아도 2월부터 진행한 채용 80여명 가운데 절반을 IT관련 인력으로 채용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인사 관계자는 “개발자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며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임금외에도 근무환경, 다양한 인센티브, 교육지원 등 여러면을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칫 개발자 채용과 이에 대한 과한 대우는 이 외의 직원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어 타 직원들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 임금인상 등의 복지도 함께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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