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도는 작은 섬이지만 어족자원이 풍부해서 부유한 섬으로 알려져 있다. 섬여행이 주는 호젓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여름보다 봄이 제격이다. 섬이 작아서 날씨가 좋다면 걸어서 섬 일주도 가능하다. 랜선으로나마 청정한 섬 고대도 여행을 떠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섬, 고대도

보령 대천여객터미널에서 1시간 정도 바닷길을 달리면 고대도 선착장에 닿는다. 선착장을 지키는 붉은 등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젯밤 고된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어부처럼 조용히 바다를 지키고 있다. 물이 빠지고 있어서인지 정박한 어선들이 모두 육지에 올라와 쉬고 있다. 한가로운 작은 포구의 풍경이 어깨를 짓누르던 도심의 상념을 내려놓게 한다. 바쁘게만 살아왔다면 이런 호젓한 여행을 권하고 싶다. 팍팍한 일정에 시달리는 도시인에게 여행이 주는 치유의 힘을 느끼게 해 줄 테니 말이다.

물 빠진 바다는 그 속내를 모두 드러내 보인다. 어족자원이 풍부하다는 말이 헛말은 아니구나 싶다. 갯바위마다 석화가 활짝 폈다. 고동은 지천으로 깔렸고 500원짜리 동전만 한 게가 돌멩이를 들추기 무섭게 내달린다. 마을어촌계에서는 관광객을 위해 15,000원에 갯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워낙 양이 많아서 절대 돈이 아깝지 않겠다. 채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주워 담으면 된다.

숲속으로 탐방로가 놓였다. 고대도의 속살을 보기에 좋은 길이다. 가파른 언덕을 하나 넘으면 당너머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언덕 너머에 해수욕장이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하다가 마치 반전 영화를 보듯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변 풍경은 바다 쪽을 제외하곤 사방에 나무가 둘러쳐져 있어 세상과 동떨어진 듯하다. 덕분에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 호젓하기 그지없다.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이며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은 다시금 고대도가 태안해안국립고원이라는 걸 기억하게 해준다.

푸른 눈의 이방인이 다녀간 섬, 고대도

우리나라에 개신교 선교사가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순교한 토마스 선교사와 의료선교사인 알렌,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다. 그런데 고대도에는 그들보다 30~50년 정도 앞서 조선에 온 첫 번째 개신교 선교사가 있다. 바로 독일인 선교사 칼 귀츨라프다. 그가 조선을 방문한 것은 2차 동아시아 선교여행 때다. 최초로 배가 정박한 곳은 몽금포 앞바다였으며, 남하하여 뱃길을 따라 외연도, 녹도, 불모도, 고대도 순으로 항해를 했다고 한다. 그중 고대도는 귀츨라프가 조선을 떠날 때까지 머물며 인근 도서와 내륙까지 선교 활동을 벌인 곳으로 한국 기독교 역사에 큰 의미가 있다.

귀츨라프는 당시 먹을 것이 없어 궁핍한 삶을 사는 조선 백성에게 감자 씨를 파종하고, 재배하는 방법을 글로 남겼다. 또 야생 포도 재배와 과즙제조 방법도 전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에 있는 동안 배웠던 한글을 세계에 첫 번째로 소개한 한류 중개자 역할도 담당했다. 교회 1층에는 예배당이, 2층에는 민박이 가능한 방들과 자료실이 있다.

교회를 뒤로하고 몽돌해수욕장과 선바위가 있는 곳까지 이어지는 수변다리로 향한다. 물이 들면 왼편에는 바닷물이 오른편에는 울창한 수림이 맞닿아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다리 끝지점에 고대도의 두 번째 해변,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넓은 해변과 멋지게 솟은 기암괴석들이 매력적이다. 다소 거친 암석과 어우러진 바다의 모습이 마치 외계행성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개중에 선바위가 가장 눈에 띈다. 예부터 고대도 남자들은 뱃일을 나갔다가 이 바위가 보이면 ‘집에 왔구나!’하고 안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혼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외로워 보이진 않는다. 자식을 뱃일 보낸 어미처럼 말이다.

여행정보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1666-0990)에서 고대도행 07:20, 13:00, 16:00, 3회 운항

■ 여행 문의 : 보령시청 관광안내 041-930-0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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