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도 성적이 매우 안 좋은 학생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의 특징은 시험 답안이 말도 안 되게 엉터리라는 점이다. 도대체 교수가 기대하는 답의 근처도 못 간다. 하는 수 없이 기본 점수를 주긴 하지만 F학점을 면할 길이 없다.

성적이 매우 좋지 못한 학생들은 교수가 그토록 강조한,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중요한 내용은 빼놓고 말단지엽적인 내용만 물고 늘어진다.

예를 들어보자.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의 승리 요인과 교훈을 묻는 시험문제에 답한다고 하자. 그러면 행주대첩이 일어나게 된 배경, 행주산성의 지리적 특성, 양쪽의 군사력과 무기체계, 양쪽의 전략전술, 아군이 승리하게 된 요인, 얻을 수 있는 교훈 등이 핵심이다. 그런 내용을 요약해서 쓰고 자기 의견을 첨언하면 무난히 학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처음부터 통째로 외워서 그대로 쓴다. 예를 들어 권율장군의 가족사항, 생년월일, 성장과정, 언제 무슨 벼슬을 했는지 등 군더더기만 잔뜩 늘어놓는다.

논어에서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고 말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이다.

이들은 배우기는 배웠는데 생각할 줄을 모른다. 생각할 줄도 모르니 생각의 확장이나 창의성은 더더욱 기대할 수가 없다. 나아가서 이런 학생들은 자기 생각에 매몰되어 배우려고도 않는다. 그러니 자기는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학점은 형편없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대학 강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직장에서 상사가 방침을 지시하거나 비즈니스 강사(리더)가 강단에서 원칙을 강의하면, 그 지시와 원칙을 자신의 조건과 처한 환경에 맞게 융통성 있게 응용해서 적용해야 한다. 즉 생각을 확장해서 창의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네트워크마케팅에서의 리더들의 강의도 마찬가지다. 청중들의 스펙과 비즈니스 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형 강의를 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자신이 창안해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깨고 나와야 살아남는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부화할 시기가 되어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기 위해 알 속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이 소리를 듣고 어미닭이 밖에서 이를 도와주기 위해 껍질을 쪼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병아리는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달걀의 구조를 보면 가운데 노른자가 있고, 흰자가 노른자를 둘러싸고 있는데, 끝이 더 뭉툭한 부분의 껍질과 흰자 사이에 막이 있고, 그 사이에 기실(氣室: 공기방)이 있다. 이 기실 안에는 산소가 있어서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시간까지 필요한 산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미닭이 탁(啄)을 하여 도와주는 것은 껍질을 깨는 시간이 늦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줄탁동시라는 말은 선가(禪家)에서 쓰던 대표적인 화두로, 병아리는 수행자(제자)이고 어미닭은 스승이다. 네트워크마케팅의 예를 들면 병아리는 파트너나 신규 회원이고 어미닭은 스폰서이다.

그런데 어미닭이 탁(啄)을 시작하는 것은 반드시 병아리가 줄(啐)을 한 다음이라고 한다. 스스로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발버둥이 없는데 밖에서 도와준답시고 탁(啄)을 해버리면 그 병아리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주면 프라이가 된다’는 속언(俗言)도 같은 맥락이다.

고정관념·편견·오만, 스스로 깨야할 알

병아리의 부화과정은 곤충들의 탈피(脫皮) 및 우화(羽化) 과정과 유사하다. 탈피 및 우화 과정을 보면 매우 힘겹고, 또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움직일 수가 없으니 천적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안타까워 밖에서 사람이 도와준다면 어찌 될까? 그 곤충은 날지 못하고 결국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힘들고 위험하지만 큐티클(cuticle: 단단한 표피)을 벗어버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밖으로 나와야 몸의 영양분을 날개까지 공급하게 되고, 날개가 큐티클을 빠져나올 때 심하게 마찰이 되어야 날아오를 만큼 강건해진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이런 대목이 있다. “새는 일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 기존 사업자이건 신규 사업자이건, 네트워크마케팅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자기가 갇혀 있었던 세계를 스스로 깨뜨리고 나와야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 다 알고 있다는 근거 없는 오만, 자기만이 옳다는 독선과 아집, 학력이나 경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교만과 무례, 인간애(人間愛)가 전혀 없는 이기적인 욕심과 인색함 등이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하는 어두컴컴한 알속이다. 알 껍질을 스스로 깨고 나오지 않으면 알은 결국 ‘곤달걀’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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