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드라이브는 매우 역동적이다. 천년 고찰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호젓한 호숫가에는 시인의 감성이 묻어있다.

바이덕이 남사당패의 본거지, 천년 고찰 청룡사

청룡사는 안성의 3대 사찰이다. 고려 원종 6년(1265)에 건립된 사찰이다. 천년고찰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섯 점의 국가 문화재와 세 점의 지방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전각이라 해봐야 대웅전을 비롯해 예닐곱 채가 전부인데 말이다.

청룡사는 바우덕이 남사당패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안성 바우덕이 축제로 잘 알려진 바우덕이는 남사당패를 이끌던 꼭두쇠로서 전국의 남사당패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꼭두쇠였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청룡사에서 보내고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을 떠돌면서 기예를 펼쳤다. 바우덕이의 사당이 청룡사 근처에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안성은 저수지가 많기로 유명하다. 드라이브한 구간에도 저수지가 세 곳에 이른다. 첫 번째 저수지는 청룡사 인근의 청룡저수지다.

와인딩 드라이브의 진수

차를 타고 청룡저주지를 돌아 나오자 34번 국도에 올라탄다. 도로는 구불구불 완만하게 휘어지다가 급하게 꺾이고, 미끄러지듯 내려가다가 힘차게 오른다. 꽈리처럼 이어지니 운전이 맛있다. 드라이브하기 좋은 34번 국도와 325번 지방도다. 두 도로 모두 안성의 진산 서운산(547.6m) 기슭을 지난다. 도로는 서운산을 내려서더니 부소산(459m) 기슭으로 이어진다. 이 고갯마루를 엽돈재라 부른다. 포털 사이트에서 ‘경기도 드라이브 명소’를 검색하면 어김없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곳이다. 이 구간의 특징은 가파른 고갯길을 번갈아 가며 타는 것, 이런 구간의 드라이브를 ‘구불구불하다’는 뜻의 영어 ‘와인딩(Winding)’이라 한다. 길이 직선이 아닌 만큼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 액셀러레이터를 조작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코너링을 시도할 때, 코너 이전에 충분히 속도를 줄인 후 코너에 진입해야 하고, 이후 방향을 꺾은 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가속하면서 코너를 탈출한다. 이런 드라이브 기법을 ‘그립 주행’이라 한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에 봄내음이 물씬하다. 몸이 환호하며 깨어난다. 기분 좋게 밀려오는 에너지가 운전대와 액셀러레이터에서 느껴진다. 그 맛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걸 느낀다. 325번 지방도 이티재에서 다시 한번 와인딩 드라이브를 즐긴다.

한유한 호숫가 산책

차를 타고 마지막 닿은 곳은 금광호수는 안성천에 합류한다. 이후 평택을 지나 아산호에 이르러 서해의 너른 품에 안긴다.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진 박두진은 안성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크리스천이었던 그는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만의 감수성 짙은 시어로 표현했다. 박두진 둘레길은 수석정에서 시작해서 박두진 시인의 동상이 있는 청록뜰을 지나 혜산정을 거쳐 수석정으로 되돌아온다. 총 길이는 약 4km이며 1시간이면 충분히 걸어볼 수 있다. 둘레길은 호수를 벗한 데크길과 숲으로 연결된 솔숲길 등 야트막한 야산을 에돌아 다채롭다. 숲길 밖으로 연달아 호수가 잇대고, 물 위에 반쯤 잠긴 버드나무가 단조롭지 않은 겹겹의 풍경을 자아낸다. 짧게 떠난 안성 여행에서 드라이브의 묘미는 물론이고 여유로운 쉼까지 얻고 간다. 역시 안성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 안성맞춤이다.

여행정보

■ 드라이브 구간 : 청룡사~엽돈재~이티재~마둔저수지~금광호수(도보: 박두진 둘레길)

■ 여행 문의 : 안성시 문화관광과 031-678-2495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