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SK텔레콤 등 참여…빅3 승부수 돌입

올해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비대면 시대의 자연스런 흐름같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유통 공룡들의 치열한 자리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잭팟을 터트리며 단번에 시총 100조 기업으로 거듭난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을 더욱 요동치게 하고 있다. 이번 쿠팡의 미 증시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전망이 나온다.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더 뜨거워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당초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다는 소문이 돌 때만 해도, 너무 예상치를 뛰어넘는 높은 가격으로 과연 유통기업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유통가는 술렁이고 있다. 그 도화선이 된 것이 바로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으로 100조 시총 기업이 되고, 5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다. 국내 시장에서 저평가되었던 부분들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기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재평가 받고 있다.

거대기업이 되어버린 쿠팡이 자금을 투입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지난 3월 16일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신세계와 롯데 같은 유통 대기업은 물론, 11번가를 자회사로 둔 SK텔레콤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PF) 운용사 MBK파트너스, 동남아 기반 직접구매 플랫폼인 큐텐 등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실사를 통해 이베이코리아의 경영 지표 등을 확인한 후 본 입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본 입찰은 5~6월쯤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사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5조원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베이코리아가 가지는 가치는 현재로서는 금액으로 환산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 쿠팡과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신세계, 롯데, SK텔레콤 등에게는 그동안 기대에 못미쳤던 온라인 사업 분야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이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가격이나 현재의 기업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부담을 가지지 않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타 기업에게 이베이코리아가 넘어갈 경우 경쟁구도에서 아예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베이코리아 품고 3강체제를 그리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추정 거래액은 20조원으로,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이은 3위다.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네이버-쿠팡 양강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상태다. 업계가 추산하는 네이버쇼핑의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7조원이다.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7%로 업계 1위다. 쿠팡은 거래액이 22조 원으로 2위지만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5조원을 손에 쥐게 됐다. 국내 이커머스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뜨거워지는 이유다. 현 상황이라면 이커머스의 양상체제는 굳어질 수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가 전문가들은 만약 유통대기업 중 한 곳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네이버, 쿠팡에 이어 인수기업이 3강체체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서 쉽사리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SK텔레콤, ‘11번가+이베이코리아’ 노리나?

현재 인수전에서 SK텔레콤도 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자회사 ‘11번가’는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커머스 시장 전체가 ‘코로나19 특수’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98억 원 영업손실을 입은 것은 다소 위기감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1번가에서 주로 판매하는 패션·뷰티·레저 분야가 매출면에서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다. 따라서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취급 상품군이 다양해지면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11번가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6%로 추산한다.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12%)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시장점유율과 거래액에서 근소하게 네이버를 누르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다만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이 남아 있는 SK텔레콤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인수가를 선뜻 부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아마존과의 협업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인 점도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인수를 위한 절차와 인수가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다만 아마존과의 협업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인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신세계, 온라인 플랫폼 더욱 키우나?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는 조금은 비슷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사에서 온라인 통합 유통사로 전환하고 있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롯데온과 SSG닷컴을 내세워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하고 이커머스 시장에 적극적인 것도 공통점이다.

먼저 롯데그룹 처지에서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오프라인 점포 119곳을 구조조정하는 강수를 뒀다. 그 대신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하며 수익구조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2018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최근 내놓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사업의 매출액은 13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롯데온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전년 7조 600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전년(7조 1000억 원)보다 7%가량 늘긴 했지만, 업계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영업적자는 948억 원으로 전년(560억 원)보다 늘었다.

이러한 상황은 롯데그룹에게도 초조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네이버와 쿠팡 등이 30조 원 이상 거래액을 확보해 버린다면 남은 파이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온의 거래액은 약 7조6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롯데그룹 처지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거래액을 단번에 늘리는 방법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신세계그룹은 롯데보다는 조금 신중한 모양세다. 지난 3월 16일 네이버와 2,500억원의 지분 교환을 약속하며 반(反)쿠팡 연합을 구축한 상태기 때문이다. 다만 이마트를 통해 예비입찰에 동참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를 통해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영역 확장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업계는 신세계는 이번 인수전을 완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신세계의 행보가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신세계는 네이버와 ‘동맹’을 맺었고 앞서 CJ그룹과도 손을 잡았다. 이로써 네이버와 CJ, 신세계라는 강력한 '반(反)쿠팡 연합군'이 완성된 상태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까지 더해진다면, 단숨에 쿠팡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신세계는 또 SK그룹에서 프로야구단을 사들여 ‘SSG 랜더스’라는 야구단을 창단했다. 신세계가 그간 인천 청라 지구에 지으려 했던 테마파크 대신 돔구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의 온라인 플랫폼 강화는 이러한 여러 사업들과 맞물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두 기업 모두 어디까지나 예비입찰인 만큼 본입찰까지 완주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매각 주관사는 예비 입찰 대상자가 추려지면 주관사가 적격 인수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후 본입찰이 진행되고 우선협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해당 분야에서 규모를 갖춘 회사이다 보니 상황을 들여다보는 차원에서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현 시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MBK, 이베이코리아로 홈플러스 시너지?

유통 대기업간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유독 눈의 띄는 기업도 있다.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MBK)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데 이어 또한번 유통업계 ‘빅딜’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무려 12조원 가까운 규모의 매머드급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MBK의 참여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홈플러스는 MBK가 인수할 때만 해도 오프라인 마트체인 ‘빅3’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제대로 된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지난해 안산점, 대구점, 대전 둔산점, 대전 탄방점에 이어 최근 부산 가야점까지 잇달아 매각을 결정하며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업부문 비중을 20% 가까이 끌어올리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네이버, 이마트, 쿠팡 등 경쟁사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MBK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블라인드펀드 형태로 6조8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가지고 있지만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부분을 사용하기에는 부담감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믿고 투자자들이 MBK에 투자한 것이지만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인수에 대한) 합당한 비전이나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홈플러스 사례처럼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을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전에 발 뺀 카카오, 이유는?

지난 16일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서 가장 의문스런 점은 카카오의 불참이었다.유력 인수 후보로 시장은 평가했던 터라 카카오의 불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가는 등 초반 높은 관심을 보였음에도 결국 예비입찰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를 통해 카카오쇼핑, 카카오페이 등의 여러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되었기에 불참 이유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유통가에서는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했다는 후문이다.

16일 마감 직전인 오후 5시까지도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인수합병(M&A) 및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와 자회사 카카오커머스 등 실무 파트 사이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종 결정권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회의론’에 손을 들어준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유통가를 통해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은 네이버와의 관계를 의식해서라는 주장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오히려 경쟁사인 네이버에게 이득을 주는 모양세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쇼핑 패턴이 네이버의 검색엔진을 통해 가격을 비교한 후 개별 이커머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형태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카카오의 매출이 늘면 늘수록 네이버에게 수수료를 더 많이 줘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의 인수전 철수가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네이버와의 역학관계를 고려했을 수도 있고 진행 중인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며 “카카오 그룹의 성향상 5조원이라는 금액이 부담스럽다기 보다는 기회비용 대비 취할 수 있는 이익을 고려한 결정이라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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