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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받는 유통주(株)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3.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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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열풍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의 역설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에 더한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공격적인 증시 진입에 지난해 3월 1600선이 붕괴됐던 코스피 지수가 올해는 3000선을 훌쩍 넘어서 극적으로 반등했다. 증시 저변이 커지면서 반도체·전기차·바이오 등에 몰렸던 개인투자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곤두박질 쳤던 유통업종도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2월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접종이 시작됐다. 이의 영향권에서 3월에는 내수 서비스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조언이다. 유통주(株)를 다시 볼 때가 됐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근 증권가에선 주요 유통 상장사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는 추세다. 증권사들의 공통된 근거는 코로나19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고, 주요 유통기업들의 지난해 구조조정 효과가 올해 반영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업황과 관련 없는 비용 절감 효과가 (유통)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억눌린 쇼핑 수요가 한 번에 폭발할 가능성을 크게 본다면 단기적인 투자 수익은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2~3년 사이의 유통업계 대표적인 종목의 주가를 살펴보면 증권가의 이 같은 진단이 힘을 얻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018년만 해도 한 주당 26만7000(4월20일)을 기록했던 유통업계 대장주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여파 등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난해 3월27일에는 종가 5만7800원으로 브레이크 없이 미끄러졌다. 5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국내 유통 대표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통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4월까지 맥을 못추던 롯데쇼핑의 주가는 그해 5월부터 조금씩 살아나더니 올해 1월13일 12만4500원으로 1년래 최고점을 찍으며 현재 12만원 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롯데쇼핑 주가가 올해 들어서 회복세에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4분기의 ‘깜짝 실적’이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81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36억원)보다 316.8% 증가했다. 이는 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14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은 3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었다.

강도 높은 점포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라 나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2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올해 1월까지 725개 점포 중 114개를 줄였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점포 중 슈퍼는 74개로 전체의 65% 수준이다. 마트도 12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였다”며 “올해는 오프라인 수익성을 개선하고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의 주가도 지난해 3월29일 9만7300원으로 1년래 최저점을 찍은 이후에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올해 1월13일 19만1500원으로 신고점을 찍으며 20만원 안쪽에서 등락을 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마트의 경영 실적이 올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트의 목표 주가도 기존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13.6% 상향 조정하고,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마트는 올해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전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할인점의 점진적인 실적 개선, 트레이더스와 전문점의 이익 기여도 확대, 자회사 SSG(쓱)닷컴의 빠른 외형 성장 및 적자 폭 축소, 신세계TV쇼핑 및 신세계I&C의 영업이익 기여도 확대 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지난해 부진했던 조선호텔도 적자 폭이 축소되고 프라퍼티의 실적 역시 올해는 개선될 전망”이라며 “올해 이마트의 매출액은 25조890억원, 영업이익은 50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9%. 영업이익은 111.4% 늘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4700억원에서 5010억원으로 6.7% 높여 잡았다. 박 연구원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 흐름을 고려해 올해 연간 수익 예상을 상향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백화점과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 주가의 경우는 지난해 3월19일에 19만900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후 한 달여 뒤인 5월4일에는 27만6000원으로 최고점을 찍는 등 급등락을 했다. 이후 지난해 7월에서 10월말까지는 20만원을 기준으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가 11월부터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월22일 오전 장에는 장중 5000원 이상 오르며 26만5000원을 찍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세계에 대해 2021년 영업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0만원을 유지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세계의 지난해 4분기 총 매출액은 2조2234억원, 영업이익은 1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3%, -56.9% 역성장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낮은 기저효과와 점진적인 일상 정상화에 따라 영업실적은 개선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남 연구원은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총 매출액 1조1106억원, 영업이익 617억원을 기록했다”며 “부정적인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면세점에 대해선 “순매출액 4558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며 “임대료 감면 효과에 따라 영업실적은 흑자로 전환됐고, 자산손상에 따른 감가상각비 기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낮은 기저와 임대료 효과를 감안할 경우 올해 영업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고 본 것이다.

e커머스 침투, 반등 키워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빅3가 경쟁하던 오프라인 쇼핑의 격전지는 이제는 완연하게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로나19가 촉발한 e커머스 시장에는 쿠팡은 물론이고 플랫폼 강자인 네이버도 있다. 주가의 반등이 e커머스 시장 침투 능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는 근거이다. 올해 신동빈·정용진·정지선 등 유통 빅3의 수장이 신년사에서 △온·오프라인 시너지 △사업 다각화를 공통적으로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내세워 국내 이커머스 1위 달성이란 중장기적 목표 제시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를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에 3번째 집무실을 마련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온라인 사업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중요한 사업”이라며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중요한 가치로 보고 정 부회장께서 가까운 곳에 집무실을 두고 더욱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19일 이마트의 공시를 보면 신세계는 SSG닷컴의 올해 목표 거래액을 전년보다 22% 성장한 4조8000억원이라 밝혔다. 이를 위해 △PP센터(피킹앤패킹센터) 중심의 캐파 확대 △기존 PP센터 운영 효율화 △온라인 상품 구색 강화(전용 상품 개발 등) △데이터 통합·고도화를 통한 타킷 마케팅 등 이마트와의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9236억원으로 전년대비 37% 대폭 증가했다. 매출 역시 2019년 3월 출범 후 처음 1조원을 넘어서 1조29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469억원으로 전년(819억원)의 절반 수준까지 줄이며 적자폭 축소에 성공했다.

e커머스 강자인 쿠팡 매출(2019년 기준 7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범 2년여 만에 고속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오픈마켓 사업 진출을 위해 SSG닷컴만의 스타일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롯데,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형사들도 e커머스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신선식품 장보기 선점 경쟁이 올해 한층 가속화 될 것으로 봤다. 신선식품은 대형 유통사들의 e커머스 시장 최전선이 됐다. 농축수산물, 음식료품은 아직 매장에서 장을 보는 잠재적 신규 고객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대형 유통사들이 유통 노하우를 활용한 물량 확보와 신선도 유지, 빠른 배송을 통해서 이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다.

실례로 롯데마트는 점포 찬장에 달린 레일이 물건을 싣고 배송 대기 장소까지 이동시키는 ‘스마트 스토어’, 점포 뒷마당에 배송용 분류와 포장 자동화 설비를 붙인 ‘세미다크 스토어’ 적용 점포를 올해 40여 곳으로 확대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을 5배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최근에는 백화점 본업에 집중하던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식품관 메뉴의 차별성을 살린 새벽배송 ‘현대식품관 투홈’으로 지난해 중순 속도 경쟁에 진입했다.

e커머스는 장기적으로 입점사·취급 상품 수, 트래픽(접속량)을 늘려 재구매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광고수익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마트 SSG닷컴은 11번가와 협업을 시작한 건 접속 고객을 늘리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통업 전망에 대해 “식품 점유율, 상품 카테고리 확장, 오픈마켓으로의 전환 등 사업의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美 상장 앞둔 쿠팡, 관련주 ‘들썩’

e커머스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유통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이처럼 뜨거운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대형 사건인 쿠팡의 미 증시 상장은 관련 업계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이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크게 늘면서 매출이 1년 전보다 90% 이상 급증한 13조25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막강한 유료회원 기반 속에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쿠팡은 창업자 김범석 의장 주식의 의결권을 일반 주식보다 29배로 만들어 공격적인 경영을 지속할 계획이다.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물류관리 시스템을 더 갖추고 오는 2025년까지 5만 명에 이르는 신규 고용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유통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티몬은 올해 안에 코스닥 상장을 꾀하고,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세계 최대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글로벌 유통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최근 직접 만나 연대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장을 발표한 쿠팡의 기업가치가 주목 받으면서 가장 먼저 눈 여겨 볼만한 업체는 SSG닷컴”이라며 “이마트와 신세계가 합병돼 출범한 SSG닷컴은 코로나19상황 속에서 성장률이 빠르게 확대되며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4조원을 돌파했다”며 “올해는 무난하게 거래액 5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주 연구원은 또 “SSG닷컴 다음으로 생각해볼 만한 업체는 네이버쇼핑”이라며 “네이버 쇼핑은 거래액 기준으로 유일하게 쿠팡을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e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도 보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지분스왑을 통해 CJ대한통운 주식을 확보하며 물류에 대한 고민을 부분적으로 해결했고 △플러스멤버십에 TVING 서비스를 연계해 유료 회원들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기도 했다. 현재 포털, 커머스, 페이, 웹툰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60조원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쿠팡이 커머스 사업만으로 5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네이버 쇼핑에 대한 기업가치 재평가 이야기 역시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는 게 주 연구원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구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유통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먼저 획득한 기업이 시장 전체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선점하거나 기업 간 협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트렌드의 변화, 외식 대신 집밥

한편 유통가의 올해 성장을 도와주는 트렌드가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집콕’ 현상은 과거 온라인 쇼핑에 소극적이었던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유입된 신규 쇼핑객들은 온라인 채널의 편의성과 혜택에 묶이게 됐다. 집콕의 확대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식품 쇼핑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증가하는 집밥(내식) 수요가 온라인 장보기로 이어지면서 장보기 내 온라인 비중은 21%까지 상승(2019년 15%)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고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조한 침투율에 기반 해 온라인 장보기 비중은 향후 3년 동안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온라인’ 또는 ‘식품’ 유통 관련주, 특히 ‘온라인+식품’ 관련주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회복 탄력성이 가장 큰 업태는 백화점. 백화점의 강한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이유를 교보증권에서 내놓았다.

이를 보면 우선, 지난해 낮은 기저효과와 코로나19 확산세에 무뎌진 소비패턴에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눌려있는 여행 수요가 가심비 소비로의 이전에 따라 프리미엄 상품군의 고성장이 백화점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물론 올해에도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되거나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해외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이기는 하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통산업 성장전망 의견을 제시하고, 유통업종에 대한 분석을 해 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유통업 상대 수익률은 -38.1%로 부진했으나, 올해 오프라인 소비의 회복, 온라인 쇼핑의 고성장 지속이 기대 된다”면서 “소비자 심리 개선 및 환율 하락세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은 유통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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