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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반품·환불의 진화‘묻지마 반품’ 급부상…단순변심 반품에 배송비 지원도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2.0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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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46·여성)씨는 고양시 소재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샀다가 집에서 하나만 먹어보고, 이를 반품하러 갔다. 매장 AS직원에게 “맛이 없어서 반품을 하러 왔다”고 말하자, 이 직원은 “영수증이 있으면 된다”며 환불처리를 했다. 이 마트에는 식품점 입구에 ‘신선AS’라는 푯말이 있다. 이 마트 관계자는 “육류부터 달걀, 살아있는 랍스터까지 신선식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품질에 불만을 느끼면 언제든지 환불을 해 준다”면서 “구매 7일 이내 영수증과 제품을 갖고 마트 AS센터를 찾으면 월 10회, 최대 100만원까지 환불이 보장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신선제품의 경우 입을 댔으면 이를 다시 반품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즈음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신선제품들도 환불해 준다. 온라인 유통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난 이후 유통업계의 ‘반품 경쟁’이 여기까지 진화했다.

진화의 추동력은 온라인 상거래의 확대에서 나왔다. 기존까지 전통 오프라인 업체에서 반품을 안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라인이 유통 채널의 대세로 자리를 잡고, 무엇보다 신선제품도 온라인 유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온·오프라인 모두 고객 확보 또는 충성 고객으로 붙잡아두기 위해서 ‘반품’을 고객 서비스 정책의 일환으로 확대하게 됐다.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온라인 유통 규모가 15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는 15조 631억원이었다. 이는 전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2조 2110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비율로는 17.2%의 상승이다.

온라인 유통의 빠른 확장은 예전 오프라인의 확장에 비해서 결과적으로 업체 간 경쟁을 한층 가열시켰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간 경쟁이 대기업과 소기업간의 갈등으로 시작해서 규모의 확장으로 나아갔다면 온라인 유통은 다종다양한 업체 간 경쟁을 이끌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의 온라인 유통시장이 파편화 돼 있다”면서 “온라인 유통 업체가 여러 개이고 업체별 상품 가격이 다 다르다 보니 업체별 경쟁이 점입가경 식으로 치열해졌다”고 진단했다.

반값 할인, 최저가 보장 등 가격을 매개로 한 가성비를 앞세운 경쟁에서 소비자의 편의를 높여주는 보다 세분화된 경쟁으로 진화한 결과, 이른바 ‘묻지마 반품’이 수면위로 급부상했다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선제품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한 온라인 유통의 역할이 주효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앞을 다투듯이 ‘신선식품 품질 보장제’를 내걸었다. 쿠팡은 월 2900원을 내는 유료회원(로켓와우)를 대상으로 이들이 구입한 신선식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30일 이내 100% 환불해주고 있다. ‘맛없음’이라는 주관적인 이유도 환불 조건으로 수용한 것이다. 반품한 상품은 소비자가 폐기 처분하는 방식이다.

위메프도 일부 신선식품에 대해 일부 섭취한 흔적이 있어도 환불해주고 있다. 위메프는 ‘신선식품 품질보장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신선식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100% 환급해주는 정책이다. 위메프가 정한 위생검사와 안전관리 기준을 통과한 200여개 제품이 대상이다.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도 신선식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신선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100% 환불하는 ‘신선보장’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티몬 역시 신선식품에 한해 무료반품 정책을 시작했다. 품질 보장을 약속한 농·축·수산물은 소비자가 만족하지 않으면 반품을 요청할 수 있다.

온라인發 ‘묻지마 반품’ 각축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고객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에 비용을 지원한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이다. 11번가 반품보험 서비스를 통한 지원이다.

반품보험은 고객이 물건 구매 후 단순 변심에 따른 반품시에 배송비용을 보험사가 대신 지급하는 상품이다. 11번가는 색상, 사이즈 교환 등으로 발생하는 반품 배송 비용 때문에 선뜻 온라인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는 패션, 잡화 등 대표 상품군을 대상으로 반품보험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비자들은 원했던 색상이 아니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혹은 단순히 마음이 바뀌어 구매의사가 없어져도 반품 비용을 최대 2500원 지원받을 수 있다.

‘11번가 반품보험’에 가입된 상품의 구매자가 단순 변심 등 본인 의사에 의해 반품하는 경우에 11번가 지정택배로 반품을 신청하면 반품 배송비 없이 반품이 가능하다.

김성수 11번가 생활플러스 담당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반품에 대한 고민을 덜어 편안하게 쇼핑을 줄길 수 있고, 판매자에게는 반품비 지원 혜택이 차별점으로 노출돼 더 많은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매출 증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품 정책의 진화는 유통업계의 소비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묻지마 반품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에서 이제는 고객의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달리 보기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상품 구매가 늘면서 반품 자체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일단 구매는 하지만 환불할 가능성이 큰 상품이라고 생각될수록 고객이 반품 정책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이 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한양대학교 유통연구센터가 1년(2018년 기준) 동안 2만6000명을 대상으로 상품 구입 행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5.1%는 온라인 쇼핑 배송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교환·반품·환불 편리성’을 꼽았다. 비용(13%)이나 물품 상태(12.8%)보다 높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배송상품을 받기까지보다 받고 난 후의 문제처리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지지 않는다’는 서비스 또는 믿음이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임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환불 정책은 부담스럽다. 반품 처리를 위한 물류 비용 등이 발생해서이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전체 소비자 중 환불을 요구하는 비율이 실제로는 한 자릿수대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00% 환불정책을 강조하면서 ‘믿을만한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반품량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저희 제품과 서비스의 자신감을 보여 고객 신뢰가 쌓여서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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