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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무서운 유통법 개정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10.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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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일 21대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정기국회 개원을 지켜보는 유통가의 시름이 깊다. 유통채널에 대한 강제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의무와 같은 고강도 규제를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19)의 장기화로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점포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유통법 개정”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유통가에서 나온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생존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실을 무시한 정치권의 유통규제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상반기 내내 매출에 타격을 받으며 매장 정리 및 구조조정까지 진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거대 여당을 필두로 한 정치권에서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집권 여당은 골목상권이 살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유통 대기업의 입지를 줄이는 법안 통과에 힘을 싣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발언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 9월 초 이 대표는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한 후 상인간담회를 열어 “유통산업발전법을 이번에 빨리 처리하겠다”며 “주된 것이 쇼핑몰에 대해 의무휴일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이지만 그것도 서둘러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언급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은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3대 유통 대기업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복합쇼핑몰·아울렛 등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대규모 유통시설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유통 업체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특히 복합쇼핑몰은 온라인에 비해서 급속히 침체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로 불린다. 유통 대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온라인쇼핑 등에게 위협받고 있는 위상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통가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의 구조적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반면 온라인시장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소비자 트래픽은 ‘즐거움’을 찾아 이동하면서 기존 도심에 위치한 점포의 가치가 낮아질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유통 대기업들은 기존 점포에 더해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으로 성장 방법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10월 중 스타필드 안성의 문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필드 신규 출점은 스타필드 고양 이후 3년만이다.

용인, 천안, 오산 등 차로 30분 이내 접근 가능한 상권까지 아우르는 경기 남부권 최대 쇼핑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초 이달 중 개점하려 했으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일정을 재조정했다. 대신 스타필드 안성 내에 입점하는 트레이더스는 9월 예정대로 오픈했다. 추석 대목 장사는 놓칠 수 없고, 사회적 분위기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분산 오픈을 결정했다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11월에는 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을 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6월에 대전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신규 출점했다. 2018년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을 오픈한 이후 백화점 사업에서는 이렇다할만한 신규 출점이 없었는데 하반기에만 두개 점포가 영업을 개시한다. 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은 2016년 부지 매입 이래 4년간 4000억 원 넘게 투자한 대규모 점포다.

이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은 ‘월 2회 의무휴업’의 적용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다. 우려는 복합쇼핑몰이 반드시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몰리는 게 아니라 가족들과 놀러와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할 수 있는 공간의 제공이 주 목적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복합쇼핑몰을 의무적으로 휴업시킨다고 해서 동네골목 상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앞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이 살아났다고 입증된 바도 없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시작한 2012년부터 2015년의 기간 동안의 통계청 자료를 보면 중소상인들의 매출은 오히려 12.9% 줄었다. 반면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은 161.3%, 편의점은 51.7%로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문 닫은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을 찾았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의 확대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말에 재래시장을 갈 것인지, 복합쇼핑몰을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복합쇼핑몰과 같은 새로운 유통업의 등장은 기술 변화와 소비자 취향의 고급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한다는 시각이다.

정부, 유통 대기업 규제 강화 ‘고삐’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현재까지 11개에 달한다.

이 중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6건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모두 유통채널 영업제한 강화를 골자하고 있어서다. 유통업계에서는 여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내건 의무휴업 규제강화 공약 입법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의 발의안을 살펴보면 이동주 의원은 지난 6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골목상권 침해가 심각해 복합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공휴일 중 월 2회 의무 휴일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의 등록제한 존속기한을 폐지하는 안을 냈다. 또 이장섭 의원은 오는 11월 23일 일몰이 도래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1km 내 대형마트 입점제한 조항을 오는 2025년까지 5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정호 의원도 대형마트 입점이 제한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km 범위에서 20km까지 늘리는 법안을 낸 상태다.

유통업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법안은 이동주 의원과 홍익표 의원의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지자체장 권한으로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에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서 이 의원은 “현행법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대규모점포 등록제한 및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2010년 전통시장 1km 이내에서의 등록제한 규제를 신설했고, 2012년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에는 복합쇼핑몰과 같은 초대형 유통매장의 진출 확대로 골목상권과 영세상인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에 중소상인의 보호 및 대·중소 유통업계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점포에 대한 입지 및 영업 제한 등의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과 의무휴업 규정에 유통업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취지가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면세점(보세판매장)과 같은 대규모 유통매장의 경우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장시간 근로와 야간 교대제 근무가 확대되는 등 근로자 건강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대형유통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상품공급점이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규모가 대규모점포나 준대규모점포에 준하는 기업이 직영하거나 직영점형 체인사업 및 프렌차이즈형 체인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점포를 준대규모점포로 포함해 영업시간 제한 등의 법적규제를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서 개정안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운영하거나 그 외 일정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신설했다.

아울러 준대규모점포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기준을 초과하는 기업이 직영하거나 프랜차이즈형 체인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점포와 대형유통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상품공급점을 포함하도록 하는 규정도 넣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역협력개발서 작성 시 지역 중소유통기업과의 상생협력, 지역 고용활성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협력계획서의 이행실적을 점검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실적 공표, 개선권고, 이행명령을 순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당의 홍익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복합쇼핑몰 등을 겨냥한 유사한 규제강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 의원도 개정안에서 “현행법은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해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이 전통상업보존구역에서는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서는 시간 또는 영업일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홍 의원은 “그러나 전통시장 또는 전통상점가 외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고 대규모점포 등의 입지 선정과 건축단계 이후 등록단계에서 개설과 관련된 검토가 진행되고 있어 등록 제도의 특성상 중소상인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대규모점포 등의 입지를 사전에 검토해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복합쇼핑몰을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같은 법안들이 통과되면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매장도 월 2회 주말마다 문을 닫게 된다. 유통산업을 둘러싼 이 같은 정부 규제 압박이 거세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한숨은 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점포 줄폐점과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버텨온 유통업계가 코로나19와 규제 강화라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구조조정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실직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됐다”면서 “대형마트 한 곳에선 400~500명 가량의 고용이 창출되는데 마트 한 곳이 문을 닫으면 400~5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47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의 같은 기간 영업손실액도 340억원에 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1~3년간 한시폐지, 대형마트 입점점포 의무휴업 제외 등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유통업계 “기업들 죄인 취급하지 말아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이후 소상공인 매출 증가 폭이 미미하거나 온라인 유통업계들만 반사이익을 누리는 등 규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내수침체 책임을 엉뚱한 유통기업에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통업계가 처한 위기는 스스로 견뎌내야 할 ‘남의 일’로 치부되고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서는 기업들에게 타격에 주는 이 같은 규제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정부가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유통산업발전법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고, 취지는 좋았다는 점을 앞세우기는 했다. 하지만 실효성을 두고는 논란이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라인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점포들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점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더해진다. 실적이 악화되고 점포 매각 등 구조조정과 함께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며 활로를 찾고 있는 업계의 흐름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전통시장마저도 최근 네이버 등에 입점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현실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대면 소비가 줄어들며 오프라인 유통인 대규모 유통 점포와 전통시장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정부는 과거의 잣대로 유통 규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가 취지대로 효과가 있다면 시행하는 것이 맞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규제가 오히려 실물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면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을 승자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위기에 내몰린 국내 기업들에게 이제는 구제의 손길을 내밀어 줄 때”라면서 “한 업태를 파괴하는 규제나 관행을 전면적으로 고쳐 경제 선순환의 단초를 만들 필요가 있고, 기업들을 죄인 취급하지 않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는 “안정적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대형마트 등도 현재 영업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또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조차 막는 현행 규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언택트(비대면) 산업 활성화 취지와도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형 오프라인쇼핑이 아닌 온라인쇼핑이 국내 유통산업의 패권을 위협하는 사이 정치권의 프레임은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몰에 눌린 전통시장 보호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 보호의 도그마에 빠져 정치권은 유통산업 발전이라는 숲을 놓치고 있다”며 “국회에 발의된 복합쇼핑몰 휴일영업 제한, 백화점·면세점 의무휴업 지정 같은 열거주의 규제방식으로는 국내 유통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일부 전통시장에서는 대형쇼핑몰을 유치해서라도 쇼핑객들을 유인해 인근 상권을 살리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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