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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다운사이징 전략’의 명과 암유통산업발전법 발의…폐점·인력감축에 노사갈등 고조
  • 전진용 기자
  • 승인 2020.09.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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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그동안 유통업계를 이끌어 온 주류 오프라인 유통이 생존을 위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바로 올해 초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이른바 ‘다운사이징(Downsizing)’ 전략이 그 것이다. 몸집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고 효율성 제고를 통해 미래 성장을 담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다운사이징 전략은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의 불만, 노사갈등이라는 어두운 면이 부각되면서 유통가의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침체와 더불어 올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유통은 주도권을 온라인 유통에게 완전히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다. 특히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오프라인 유통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조차 온라인 유통으로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유통가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다운사이징 전략에 돌입한 상태다. 핵심은 부실한 오프라인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에 있다. 이러한 다운사이징 작업은 유통대기업들 사이에서 ‘도미노 다운사이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매장 확대를 통한 상권점유와 이를 통한 주도권 싸움은 이제는 더 이상 필요없는 전략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은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점포 쇼핑의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두 메이저 유통업체를 시작으로 전례 없는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또한 정부차원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규제법안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점 또한 유통기업들의 다운사이징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유통가에서는 이런 다운사이징 전략에 따른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 또한 적지 않은 상태다.

‘다운사이징’ 속도 높이는 롯데

유통가의 다운사이징이 가장 빠르게 전개되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최근 롯데마트가 서현점 점포(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폐점을 확정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8월 31일 서현점 폐점을 결정하고 지난 7월 30일부터 내달 31일까지 ‘고별 대처분’전을 진행하고 있다.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롯데마트 서현점은 생활용품 매장이 진열된 지하2층을 비롯해 지하1층(식품), 지상1층(식품·패션·식당가), 2층(오렌지아울렛, 편의시설) 등 전 시설이 내달 31일부로 영업을 종료한다.

롯데마트 7월초부터 이미 폐점 절차를 밟아왔다. 이미 입점 브랜드들에게는 매장 정리를 통보했으며 입점업체들 역시 7월 초부터 매장정리와 폐점세일에 들어선 상태다.

서현점 폐점의 배경 역시 실적 부진이다. 서현점은 서현역 역세권에 위치해 있지만 아파트 단지와는 거리가 멀고 교통편도 좋지 않아 소비자 방문률이 낮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인근 판교점이 오픈하면서 유입 고객수는 더욱 줄어든 상태며 바로 인접해서는 애경플라자도 위치하고 있어 고객이 더욱 분산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고객의 수는 더욱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이번 서현점 폐점과 함께 올해 하반기에만 16개점 폐점이 확정된 상태다. 지난 5월 양주점, 천안아산점을 폐점한데 이어 지난 6월에는 VIC신영통점(창고형 할인점)이, 7월에는 의정부점, 천안점, VIC킨텍스점이 이미 폐점 수순을 밟았다.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올해 초 121개였던 롯데마트 매장수는 109개로 줄게 된다.

한편, 롯데마트는 지난 3년간 연속 적자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 영업적자 2285억원에 이어 2018년 2874억원, 지난해에도 24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18개 매장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200곳 이상(30%)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역시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4279억 원으로 전년보다 2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63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여기에 순손실 8536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강희태 부회장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폐점 대상”이라고 재차 강조한바 있다.

체질개선 위한 이마트의 다운사이징 전략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1507억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67.4%나 줄어든 실적으로 사상 최고였던 2013년 7350억원과 견주면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이에 이마트는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 점포 체질 개선을 통해 턴어라운드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올해 연간 900억원 정도 적자를 내는 비효율 전문점을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삐에로쑈핑 7개 모든 점포를 폐점하고 실적이 부진한 부츠 점포는 영업 효율 개선 작업을 진행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일렉트로마트는 10여개 점포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이어 이마트 월계점을 그로서리와 몰이 결합한 미래형 점포로 탈바꿈시킬 방침이다. 기존에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운영·마케팅 계획을 수립해 ‘타깃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학성점(울산), 부평점(인천), 시지점(대구) 그리고 하남과 평택 부지를 매각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이마트 일산 덕이점을 매각했다. 이와 같은 다운사이징으로 전국 이마트 점포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6년 147개였던 이마트는 2017년 145개로 줄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추가로 2~3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이마트 매장은 143개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내 유통업계는 2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이커머스 확장을 앞둔 ‘비용절감’ 차원의 오프라인 매장 정리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한 법인 설립과 주식시장 상장 조건으로 해외 투자업체들에게 약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1조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기존 이커머스 전문 업체들과의 경쟁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업체들을 줄여 경영을 효율화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문 매장 활성화’를 위한 매장 정리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차별화를 늘 강조해왔다. 국내 최초로 쇼핑몰과 테마파크를 접목시킨 신세계의 ‘스타필드’도 그가 주도한 차별화 전략의 결과물이다. 정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가정간편식 전문 오프라인 매장과 일본의 창고형 매장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새로운 쇼핑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의 정리는 이를 위한 준비로 해석하기도 한다.

유통산업발전법 초읽기…규제 불만 목소리도

유통기업들의 다운사이징 전략과 더불어 정부의 오프라인 유통규제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쇼핑과 여가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21대 국회가 문을 연 이후 발의된 유통규제 관련 법안은 20여 건이나 된다. 월 2회 주말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대규모 점포 개설 시 허가제로 변경, 대규모 점포 개설 안 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확대 등이주요 골자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복합쇼핑몰은 반경 10~15km 인근 중소상권에 위협을 주기에 도시계획 단계부터 복합쇼핑몰 입지를 제한하고 합리적인 대·중·소 유통업체 간 상생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휴일의 쇼핑의 즐거움과 편의성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되면 일정 면적 이상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스타필드와 롯데몰, 이케아, 다이소 등도 출점 및 영업시간, 의무휴업 등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만 하락하게 됐을 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보단 온라인 몰로 이동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오프라인 유통업을 덮친 상황에서 유통규제까지 강화되면 쇼핑몰 입점 상인에 대한 피해까지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한시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긴급 제언에 나선 배경이다.

유통업계는 정부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규제에 대해 아직도 오프라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관점이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더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업계의 ‘주류’가 아닌 상황임에도, 규모와 매장 수 등에만 집착해 이들을 ‘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 속 정부로부터의 상생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에 대한 수요도 분명 높은 수준으로 남아 있다”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계의 자구책에 규제로 응답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점·인력감축으로 노사갈등도 심화

유통업계의 다운사이징 전략은 결국 오프라인 매장의 폐점과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입장에서는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들이 실직을 하는 사태로 인해 노사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와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지난 6월 광화문 MBK 본사앞에서 ‘홈플러스 밀실매각 MBK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이커머스 성장과 수년 간 지속된 정부 규제로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다. 실제로 올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점포의 실적 악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노조측은 사업 구조조정을 넘어 일방적인 인력 감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롯데마트 노조는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롭스 등 점포 총 718곳 중 200여 곳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해고통지나 다름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3개 매장 직원 수천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안산점에 근무하는 직영직원과 외주·협력직원, 입점업주와 그 종업원까지 더하면 대략 1000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마트도 올해 서울 마곡동 CP4구역 업무용지를 8158억원에 매각했다. 이곳은 스타필드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 수요가 주춤하자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일제히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은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영업규제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다. 대형마트들은 현재 월 2일 의무 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까지 추가되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출점 규제가 3년 추가 연장된다면 오프라인 유통의 다운사이징 역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는 인력의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골목상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와 온라인 유통의 강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에 대해서 더 이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근로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더 이상 갑의 위치에 있지 않은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일관된 규제보다는 현실적인 시장상황을 고려한 소비촉진 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진용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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