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절실…아이디어·기술력에 과감한 투자

롯데는 이미 2016년부터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창업보육기관인 ‘롯데엑셀레이터’를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해 왔다.

경기침체·코로나19 등의 악재로 인해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통업계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다.

참신함과 전문성이 장점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체적으로 새 인력과 조직을 구성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으며 의험요소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대형 유통사들은 경쟁적으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발굴과 투지에 나서고 있어 향후 스타트업에 대한 유통업계의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롯데그룹, 스타트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이미 2016년부터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창업보육기관인 ‘롯데엑셀레이터’를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해 왔다. 법인 설립 자본금 150억원중 50억원을 사제 출연할 정도로 신 회장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롯데의 ‘엘캠프(L-Camp)’ 제도도 재조명되고 있다. 초기 벤처회사를 선발해 2000만~5000만원의 창업지원금의 지원하고 자문역할도 해주는 제도로 롯데가 그동안 지원한 스타트업만해도 100여곳에 달한다. 실제로 엘캠프 1~4기 스타트업 61개사의 기업가치는 약 3.4배 성장했고 절반 이상은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벤처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지난해 홀딩밴드형 기저귀를 출시한 바 있는 ‘대디포베베’와 중고거래 플랫폼 ‘마켓민트’ 등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신세계그룹, 기업형 벤처캐피탈 설립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SI)과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는 공동출자 형태로 이달 중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CVC란 대기업이 벤처투자(지분인수)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개발된 기술을 자사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 CVC의 주요 역할이다. 자본금 규모는 총 200억원 정도로, SI와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가 각각 100억원, 60억원, 4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역시 그동안 스타트업에 대해 애정을 가져왔다. 이번 투자도 처음은 아니다.

이마트와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동영상·이미지 기술로 무인매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인터마인즈에 각각 5억원과 10억원을 투자한바 있다.

인터마인즈의 기술은 물건만 들고 나오면 AI가 구매 품목과 구매자를 인식해 자동 결제하는 미국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와 흡사하다. 이는 신세계가 구상하고 있는 미래형 유통매장에 유용한 기술로 향후 기술적용이 예상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신세계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도 또 다른 목표다”라고 밝혔다.

GS홈쇼핑, 스타트업 투자 총액만 3600억원

GS홈쇼핑은 스타트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 만들기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홈쇼핑이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전 세계 벤처기업 수는 현재 600여개로, 투자 총액만 3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대상은 플랫폼 등 커머스 분야 외에도 AI, 빅테이터, 마케팅, 온·오프라인 결합(O2O)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비롯해 매우 다양하다. GS홈쇼핑은 자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벤처기업과 함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의 다양한 협업을 지향해 왔다.

국내 밀키트(반조리 간편식)업체 ‘프레시지’, 반려동물용품 배달 서비스업체 ‘펫프렌즈’, 다이어트 코칭 벤처기업 ‘다노’ 등이 GS홈쇼핑 투자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GS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한 투자 벤처기업들의 올해 1분기 총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50% 급증하기도 했다. GS홈쇼핑은 ‘CoE’(Center of Excellency)라는 전문가 집단을 통해 벤처기업들이 사업개발이나 마케팅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하이트진로·이랜드, 스타트업 지원 동참

하이트진로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 2곳과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스타트업은 블루투스 스피커 등을 개발하는 ‘이디연’과 스포츠 퀴즈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하는 ‘데브해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0월에도 법인형 엔젤 투자자로 선정됐고, 지난달 맛집 메뉴를 발굴하고, 판매·배송하는 스타트업인 ‘아빠컴퍼니’에 투자한바 있다.

이랜드 역시 스타트업 투지를 통한 그룹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랜드는 최근 미디어 커머스 기업 '컬쳐히어로'에 2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올 초에는 이랜드리테일 주도로 유통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공모전을 진행했다. 리테일테크, 콘텐츠비지니스, 신규 플랫폼 등을 모집한 뒤, 해당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언택트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스타트업 기업과 협력하여 성장하는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며 “자체 TF팀을 통해 타 기업과의 협력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인력만으로는 보다 다양한 신규사업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갖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미래 먹거리 찾기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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