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면세 재고품 시중 유통 한시적 허용…정상가 대비 20~30% 싸게 팔릴 듯

이르면 6월부터 국내 면세점에 쌓여있던 재고품이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일반 유통채널을 통해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코로나19 (COVID-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를 위해 한시적으로 재고품 국내 유통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면세품 시중 유통이라는 전례없는 조치로 과연 소비자와 면세점 모두 윈윈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위한 ‘묘수’ 될까

관세청(청장 노석환)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여행객 급감에 따라 매출 감소가 장기화되고 있는 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재고 면세품을 수입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관세청은 면세물품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 면세점의 재고물품 처리를 엄격히 제한해 폐기 또는 공급자에 대한 반품만 허용해 왔다. 하지만 입출국 여행객이 93% 감소(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하는 등 코로나19 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감안해 면세업계의 건의 내용을 전격 수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국면세점협회와 주요 면세점들은 지난달 초 관세청에 면세물품 국내 통관이 가능하도록 보세물품 판매규정 완화를 건의했다. 재고 면세품들은 폐기하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해 얼어붙은 면세업계 업황과 국내 소비심리를 동시에 살리자는 취지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전 매장의 지난 3월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2조17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이 반토막 난 것이다.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도 59만명으로 전년 동월(413만명) 대비 7분의 1에 불과하다.

올 1월과 비교해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올 1월 161만명 수준이던 외국인 방문객수는 3월 26만명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매출 또한 여전히 1월(2조247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상황이 이쯤되자 정부가 면세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관세청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장기재고에 한해 허용키로 했다. 또한 재고 면세품의 국내유통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수입물품과 동일하게 수입요건 구비 후 수입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통관 절차를 거쳐 아울렛 등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 판매될 면세점 재고물품은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되기 때문에 면세된 가격은 아니지만 재고기간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따라서 정상가보다는 20~3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이번 개선방안이 면세업계에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재고 면세품 수입통관 지침을 발표 즉시 시행하면서, 소비자의 기대를 반영해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면세업계의 신속한 후속조치와 유통업계, 공급자 등 관련 업체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면세점이 과다 보유하고 있는 장기재고의 20% 소진을 가정할 경우 추가적으로 약 1600억원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면세산업의 회복 및 성장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면세품 반출 허용에 실적 개선 기대

한편 관세청은 면세점의 위기 상황을 감안해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등 외국인 대량 구매자들이 출국이전에도 면세품을 구매한 뒤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물건을 해외로 부치기 전에 사람이 출국을 먼저 해야 했다. 아울러 면세점이 해외 유통사와 도매상에 재고품을 매각하는 것도 허용했다.

관세청의 이러한 조치는 기업형 따이궁 수요와 맞물려 면세사업자의 실적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관세청 조치로 수요(따이공)와 공급(글로벌 브랜드)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면세점 업체들의 실적 회복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 소비가 정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따이공들의 글로벌 브랜드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따이공들은 수입업자로 통관에 추가적인 비용이 집행될 수 있지만 항공권과 체류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의 70%가 화장품이고, 화장품 매출의 90% 이상이 따이공 등 중국인 수요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이저 면세점 업체 매출은 거의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매출의 연속성 여부는 회의적이지만 면세점 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절벽을 완만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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