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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後 유통, 결국 물류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4.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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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유통업계의 시장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으로의 극적인 가속이다. 대면하지 않는 배달을 통한 소비가 전면적인 경험이 됐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사활을 걸고 유통의 중심을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물류시스템의 극대화 능력이 코로나19 이후의 유통을 좌우할 키워드가 됐다.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지영씨(45·여)는 31번 확진자의 출현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된 지난 2월말 이후에는 인근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하루 수십~수백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고양시에서도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특정 다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 대신 김 씨는 배달앱을 통해서 간식거리를 주문하고, 마켓컬리에서 식재료를 배달시켜서 아이들의 음식을 챙기고 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은 유통가의 풍경을 보다 극적으로 바꾸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하락과 온라인 유통의 상승은 지난 10여년 이상 지속돼 오긴 했다. 코로나19가 이 현상에 악셀레이터를 밟은 형국이다. 유통의 전격적인 온라인화, 즉 비대면화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유통업의 근본을 바꾸는 작업이 꼭지점을 찍는 중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롯데와 신세계 같은 국내 유통업계의 대표 주자들이 오프라인 유통지점의 철수와 병행하는 온라인 전환에 분명한 명분을 제시했다.

상황을 올해 초로 되돌려보자.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최초 보고된 이후, 1월 20일 본격적으로 중국정부가 이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은 시작됐다.

사람들은 과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 사례를 통해 경험적으로 학습을 했고,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중국발 영향에 밀접한 면세점 사업자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감으로 소비자들이 ‘트래픽이 많은 쇼핑 플랫폼’으로의 이동을 꺼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2월 초, 소비자들의 불안감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트래픽이 감소하면서 매출 감소가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일부 오프라인 매장들이 휴점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중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국내 확산이 더디다 보니, 소비자들의 안도감으로 면세점을 제외한 대부분 국내 오프라인 사업자의 매출이 감소했던 것에서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황은 국내 31번 확진자가 발생된 이후 반전됐다. 31번 확진자가 속해있는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이른바 TK지역의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이를 지켜보는 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피부로 체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7.3포인트 하락한 96.9포인트를 기록했다.

차츰 회복하고 있던 소비심리가 급랭했다. 7.3포인트의 하락폭은 메르스 사태 이후 최대 낙폭 수준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확산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소비심리의 급랭으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다시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됐다.

코로나19 영향, 업태별 차이

유통 업태별로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에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기획재정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3주차 백화점의 매출은 전년대비 20.6% 감소했고, 면세점 매출은 40.4% 감소했다. 반면 편의점은 코로나19에 따라 특별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진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은 근거리 쇼핑 플랫폼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같은 플랫폼에 대비해서 트래픽이 많지 않고 트래픽의 체류시간도 길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유동인구의 전반적인 트래픽 감소와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오피스 트래픽 감소 등이 부담이긴 하지만, 마스크 등 위생용품 수요와 함께 생필품 수요 증가에 따른 (편의점의) 객단가 상승이 이를 방어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영향도는 편의점에게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태에게는 잔인한 코로나19 이지만, 온라인 사업자들은 코로나19 확산에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외식→내식’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필요로 하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일단 온라인을 통해 수급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서 쿠팡, SSG닷컴(SSG.Com), 마켓컬리 등 식료품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주문이 폭증하는 사태가 나타났다. 여러 보도를 종합해 보면 쿠팡은 일평균 배송건수가 기존 220~230만개 수준에서 300만개 가까이 폭증했다. SSG닷컴의 평균 주문마감률도 80% 수준에서 99.8%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의 수혜는 생필품과 식료품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코로나19의 수혜는 식료품·생필품 카테고리의 매출비중이 높은 사업자에게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의 관심은 ‘코로나19 사태로 유입된 트래픽의 리텐션을 어떤 사업자가 가장 잘 유지하는 가’가 될 것”이라며 “리텐션을 가장 잘 유지하는 사업자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퀀텀점프를 하며 마지막엔 진정한 수혜를 볼 수 있는 사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리텐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만족스러운 소비자 경험이라는 판단 속에서 나왔다.

이 연구원은 SSG닷컴을 코로나19 사태의 진정한 수혜 사업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품과 생필품 카테고리가, 대형마트 중심의 온라인몰이 상품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카테고리라고 보면 SSG닷컴이 앞섰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신선식품 유통에 있어서 콜드체인, CA저장고 등 설비가 구축돼 있어 선도관리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1월 이후 코로나19로 주문 건수가 폭증하던 시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20일, SSG닷컴은 온라인스토어 네오3(NEO3)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네오3 물류센터가 추가 오픈한 상황에서 주문 폭증이 나타나면서, 수도권의 경우에는 비교적 타 사업자에 비해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주문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 예상이다.

SSG닷컴의 타 플랫폼 대비 상품 경쟁력과 배송 차별화와 안정성이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자에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상품 경쟁력과 배송 차별화는 SSG닷컴의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준 플랫폼이다.

SSG닷컴을 앞세운 신세계는 온라인 물류 경쟁력을 위한 인수합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의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로젠택배의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로젠택배의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물류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폭증한 온라인, 물류역량에 승패

온라인 업계에서 물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의 가격이 어느 정도 평준화 된 상황에서 각 업체들은 고정 고객을 확보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빠르고 안전하면서 고객 선택권이 다양한 물류 서비스의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배경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폭증한 온라인 쇼핑 수요와 이를 감당하는 물류의 역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4위인 로젠택배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한 베어링은 두 차례에 걸쳐 로젠택배의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매각을 위한 절차는 중단됐고 베어링은 현재까지도 로젠택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물류에 대한 중요성이 이전에 비해서 보다 더 강조되면서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신세계 외에도 몇 곳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세계의 SSG닷컴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배송 수요급증에 대응해 최근 자사의 전국 P.P(Picking & Packing) 센터에서 처리하는 ‘쓱배송’ 처리물량을 기존 대비 지역별로 최대 20%까지 늘렸다. 이 때에 온라인스토어 네오(NEO)에서 출발하는 서울·경기지역 대상 새벽배송도 기존 대비 50% 확대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물류 역량 강화에 대해서 롯데의 온라인 참전에 대비한 결정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참전으로 더욱 경쟁이 거세질 온라인 업계에서 SSG닷컴은 현재까지 차곡차곡 쌓아 온 입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물류 역량의 강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냈다.

실제로 롯데는 4월 말에 계열사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ON)’이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애초 3월 출범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출범이 한 달 가량 연기됐다.

롯데온은 7개 계열사가 별도로 운영해온 온라인몰 상품을 통합해 한 번에 검색, 구입, 결제하도록 한 통합 앱이다. 롯데가 보유한 고객 3900만명의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롯데온 플랫폼을 사용하고자 하는 개인, 법인 판매자의 상품을 함께 입점하는 오픈마켓도 도입한다. 아울러 롯데슈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롯데프레시를 활용한 새벽배송, 해외직구도 확대한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모든 상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옴니채널 전략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 2018년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하고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했다. 해당 사업은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등 5개 사업 부문별 대표이사 체제를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부문)장 겸 롯데쇼핑 대표 1인 체제하의 통합 법인(HQ)으로 재편했다. 유통업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옴니채널 전략의 완성을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강 부회장은 신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롯데쇼핑이 각자대표에서 통합대표 체제로 전환되며 전권을 받은 것은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높인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로 각각 운영되던 각자대표 체제가 원톱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되면서 강 부회장의 역할과 권한도 대폭 강해졌다”며 “특히 신 회장이 수년간 강조해온 ‘옴니채널’ 전략의 선봉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4월말 정식 오픈하는 롯데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은 강 부회장의 첫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포스트 유통=off 매장+on 물류

롯데는 롯데온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취급액을 지금의 3배인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향후 쿠팡 등 온라인 업계 선두주자들을 물론이고 네이버 포털 등과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해석은 증권가에서도 제기됐다.

IBK투자증권은 “최고 경영진이 유통 사업의 인터넷 강화를 재강조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승훈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유통 사업에서 인터넷과의 융합을 다시 강조했다”면서 “올해 안에 마트, 수퍼, 하이마트, 백화점 등 수익성이 낮은 약 200개 점포를 폐쇄하는 반면에 온라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재확인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서 “지난해 말 22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젊은 층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유통 사업 체질 변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유통 사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7개 쇼핑 채널을 통합한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공식 오픈을 통해서 분리돼 있는 온라인 쇼핑을 일원화하면서 온라인 주문, 오프라인 매장 수령 등의 옴니채널 전략을 구현할 예정”이라고 관측했다.

롯데온이 구현되면 3900만명에 달하는 그룹 멤버십 회원 데이터가 활용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강점을 결합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장보기 전용센터도 등장한다. 이는 또 기존 롯데슈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롯데프레시’를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도 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이상근 교수(인천대) 교수는 “이미 전체 소비에서 빠른 속도로 비중을 높여 왔던 온라인 쇼핑은 이번 사태 직후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구매력을 가진 중·노년층의 새로운 이용자는 온라인의 편리하고 빠르고 단순한 쇼핑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들이 이 기간을 통해 온라인쇼핑에 친숙해지면서 사태가 끝난 후에도 온라인 쇼핑에 락인(Lock in)되어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가긴 힘들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사는 온라인 쇼핑,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물류센터가 합쳐진 ‘옴니채널’ 형태의 매장을 통해 배송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코로나19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19는 ‘뉴노멀’ 트렌드와 함께 퍼팩트 스톰을 몰고 오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좀 더 앞당겨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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