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제품 등 매출 반등하며 높은 시너지…과도한 ‘숟가락 얹기’ 비판도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유통업계가 관련 마케팅 전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비롯해 여러 상품 분야를 막론하고 기생충 특수에 탑승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얼어붙었던 경기가 다소 해소되는 분위기다.

2020년 소비 트렌드는 이른바 ‘대세’를 빠르게 소비하는 밈(Meme)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탑골 GD’로 화제가 된 가수 양준일, EBS의 간판 캐릭터로 성장한 펭수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굴지의 해외 시상식에서 인정받으며 막대한 시장가치를 이룩하면서 앞선 사례의 뒤를 잇는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속 등장한 ‘짜파구리’의 매출 신장이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먹는 조리법으로 수년 전부터 별미 레시피로 통한다. 영화 속 한우를 짜파구리에 섞어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번역조차 생소했던 음식에 대해 많은 외국인들이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를 통해 당초 PPL을 하지 않았던 제조사 농심은 급격한 관심으로 인한 매출 신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홍보 공세에 나섰다. 농심은 최근 자사 유튜브를 통해 짜파구리의 조리법 영상을 11개 언어로 제작해 업로드를 하는 한편, 미국 제품 출시를 단행했다. 그 결과 30년 독주의 신라면을 위협할 정도로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 17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의 분석 결과, 1월 한달 간 5위(8.54%)에 머물렀던 너구리는 2월 중순 순위가 3위(14.46%)로 상승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직후 일주일간 너구리

의 소비자 정보량(7694건)은 1월 주간 평균 정보량 대비 4배 가량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짜파게티의 소비자 관심도 역시 30년 독주의 신라면을 능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 관심도 비중이 28.44%에서 29.85%로 상승하는 한편, 짜파게티의 아카데미상 수상 직후 소비자 정보량(1만 5652건)도 1월 주간 평균 정보량과 비교하면 약 2배가 증가했다. 판매량 면에서는 신라면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너구리와 짜파게티의 총 판매량은 신라면의 아성을 넘어서고 있다.

농심 측은 이러한 국내 매출을 넘어 해외시장에서 1조원 대 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으며, 그에 따른 마케팅 활동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식품업계의 호재는 짜파구리를 시작으로 영화 속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수시로 마셨던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잠깐 비쳐진 ‘참이슬’ 등 주류 제품 또한 별다른 마케팅 없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필라이트의 높은 인기는 우선 주요 공급처인 편의점에서 확인된다.

GS25에서 지난 11~12일 양일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4% 증가했다. CU에서도 같은 기간 필라이트 매출이 전년 대비 25.1% 증가했으며 세븐일레븐에서는 전년 대비 13.9%, 전주 대비 35.5% 늘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관련 홍보를 하지 않았으나 실제 영화 곳곳에 생각지도 못하게 당사 제품이 노출되면서 인기가 높다”며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서 한국 주류의 세계화 현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생충 마케팅은 비단 식품업계에 그치지 않고, 유통사업 전반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코리아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축하하는 축전을 게시해 눈길을 끌었고, 덩달아 영화 속 ‘코너링이 좋은 그 차’에 대한 홍보전을 펼쳤다.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박소담을 모델로 기용한 코오롱에프엔시(FnC), 배우 최우식을 모델로 한 커스텀멜로우 등 의류업계 또한 기획전을 개최하며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기생충에 ‘기생’하는 정치권 ‘눈살’

많은 기업들이 기생충의 흥행에 힘입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과도한 마케팅이 오히려 독이 된 사례도 있다.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수상소식이 전해지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까지 숟가락 얹기에 동참하며 대중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기생충을 언급하며 한국형 엥떼르미땅(Intermittent·예술인 전문 실업보험제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온 국민 문화누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생충의 영광이 문화산업 전반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가하면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대구지역 자유한국당 소속 예비후보들은 잇따라 봉준호 생가터의 복원과 동상 설치, 영화박물관 건립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들을 내세웠다.

대구 달서병에 출마를 선언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봉준호 감독은 대구출신으로 대구의 자랑”이라며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들은 시의성만 고려됐을 뿐, 현실성은 감안하지 않은 급조된 공약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더욱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주연 배우 송강호 등은 전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런 행보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각 기업 또는 지자체 등이 ‘기생충’을 언급하면서 동반성장의 기회를 엿보는 것 자체는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공생’이 아닌 ‘기생’의 마케팅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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