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창업 선택하는 젊은이들로 세대교체

창업시장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청년실업난은 여전한데 딱히 나아질 기미가 없다. 최소임금제로 인해 실업난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원을 줄이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박봉의 아르바이트나 힘든 취업 보다는 창업을 선택하는 2030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개성있는 마케팅으로 오히려 창업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퇴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프랜차이즈 창업의 경우 젊은 사장들의 등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2030세대들의 프랜차이즈 창업 확대는 날로 거세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이런 젊은 사장들은 자신만의 톡톡튀는 문제 메시지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활용한 SNS 마케팅 등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2030세대 점주가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90년생 점주는 “아르바이트나 어려운 취업을 기대하기 보다는 좀 더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보다 빠르게 경험을 쌓고 싶었다”며 “본사의 정책 외에 나만의 마케팅과 홍보를 더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주방·배달전용매장 등 진입장벽 낮아져

2030 세대들의 창업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청년실업률의 확대가 여전한 가운데 반면 창업시장의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올 1분기 회사 법인이 창출한 임금 일자리는 10만3000개로 작년 1분기(17만8000개)보다 42.1% 감소했다.

반면 일자리를 구하는 20~30대 숫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집계 지난 8월 기준 20~29세 1년 내 취·창업 의사가 있는 인원수는 108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86만5000명) 대비 25.3% 증가했다. 30~39세 취·창업 의사가 있는 사람 수도 54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48만1000명) 대비 12.9% 증가했다.

이러다보니 나 홀로 창업에 나서는 20~30대가 늘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월 기준 청년 1인 창업자 수는 59만366명(20~30대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2월(54만4012명)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이런 창업 붐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때 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대던 2009년에도 젊은 층의 창업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이 예전보다 쉬워진 점도 젊은 세대를 자극하고 있다. 청년창업을 장려하는 정부지원금이 예전보다 늘었고 크라우드 펀딩으로도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다.

외식업은 공유주방, 배달전용매장 등의 증가로 창업 자금 규모가 줄었다. 한 예로 프랜차이즈 창업의 경우 최소 1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공유주방은 1000만원 미만의 자금만 갖고도 시작할 수 있다.

2030세대 점주 높게는 50% 넘어

국내 1위(매출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의 2030 점주는 이미 50%를 넘어섰다. 지난 3년간 신규 점주 중 20대와 30대 비중은 18% 늘고, 50대 이상은 15% 줄었다. bbq와 굽네치킨의 2030 점주 비중도 각각 33%, 45%나 된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과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40%를 넘어섰다.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는 전체 점주의 70%가 39세 이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을 하는 젊은이가 많아진 것은 전체 젊은 층 창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39세 이하 청년층의 신설법인 등록 건수는 처음으로 2만 개를 넘어섰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7개 늘었고, 50대보다도 많다.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못하자 자연스레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라한 젊은 세대들의 창업시장 유입은 오히려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지도 있는 프랜차이즈 선호 높아

2030 세대 창업지원자의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시장을 선호하고 있다.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있고 본인이 직접 먹어보거나 경험해본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유는 이러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이미 시장에서의 검증이 완료되어 그만큼 리스크가 작기 때문이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30년씩 장수한 브랜드는 경쟁력이 검증돼 장사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등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도 크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앱을 통해 각 점주가 지역 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서울의 한 20대 프랜차이즈 점주는 “자체 브랜드로 가게를 몇 년 운영해 봤지만, 식재로 관리, 재고관리 등의 어려움이 컸다”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바꾼 이후에는 기본적인 식재료 관리, 신메뉴 개발 등을 본사에서 다 지원하기 때문에 매장 운영의 효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 사고 뛰어넘는 고객 소통 마케팅

2030세대는 창업할 때 자신 또는 친구들이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또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배달 서비스가 쉬운지 등을 따진다. 좋아하는 브랜드인 만큼 청년 점주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 및 마케팅에 나선다.

홍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거나 인스타에 이벤트 공지를 하는 것은 이들에겐 일상이다. 배달 앱도 적극 활용한다. 리뷰를 쓰는 소비자에게 사이드 메뉴를 제공하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리뷰 이벤트’, 주문할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매칭 기부 이벤트’도 활발하다.

이들 젊은 사장들은 본사 조차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이를 본사 운영이나 메뉴개발 등으로 이어지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룸과 학생이 많이 사는 지역의 점주들은 “야식배달을 위해 새벽 4시까지 운영하게 해달라”거나 “저칼로리 야식을 개발해달라”고 요구는 것 등이다.

청년 점주가 40% 이상인 커피전문점 더벤티는 대표 메뉴를 가맹점 레시피 공모전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CU의 청년 점주들도 대학생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폰 충전 구역을 점포 내에 설치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점포 늘리는 등 과감한 시도

2030 세대들의 젊은 사장님들은 가게 운영 방식에서도 기성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과감한 방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은 매장이라도 자금모집과 홍보, 회계 관리에 있어서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법한 방법을 쓰고 있다.

김치찌개 브랜드 ‘백채김치찌개’를 운영하는 심플에프앤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화제를 모았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자금만 1억3823만7000원. 투자금 유치에 홍보효과까지 톡톡히 거뒀다. 심플에프앤비는 이 돈으로 신 메뉴를 개발하고 반찬용 김치 개발과 판매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또 투자금 일부는 가맹점과 나눈다. 가맹점 본사와 점주가 같이 성장하겠다는 의미다.

‘쩐데이 안동찜닭’이라는 찜닭 매장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당초 목표 금액을 2배 넘긴 1120만원의 펀딩을 받았다. 강남 논현동 맛집으로 알려진 ‘하코’는 프랜차이즈 2호점을 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목표 투자금액 3000만원 유치에 성공했다. 이를 통한 매장 홍보 효과까지 얻었다.

젊은 창업자들 덕분에 크라우드 펀딩 이용 사례도 급격히 늘고 있다. 와디즈의 식품 카테고리 프로젝트 수는 올해 1월부터 11월 15일까지 825건으로 전년(2018년, 388건) 대비 113% 증가했다. 펀딩 금액도 한 해 사이 78억원으로 전년 동기(42억원) 대비 87% 증가했다.

정부지원 확대…청년창업사관학교 1천35명 모집

 

이런 2030세대들의 창업이 늘아나면서 정부의 지원정책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로도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올해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생을 다음 달 6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올해 모집 규모는 개교 이래 최대인 1035명으로, 우수한 창업 아이템과 혁신기술을 보유한 청년창업자를 대상으로 전국 단위로 동시 선발한다.

특히 올해에는 4차산업 등 제조 혁신 분야의 선발을 확대하고, 지역별 특화 산업과 문화 콘텐츠 관련 업종을 모집 인원 30% 내에서 우선 선발할 계획이다.

2011년부터 운영 중인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만 39세 이하 창업 3년 이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계획 수립부터 사업화, 졸업 후 성장을 위한 연계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현재까지 3815명의 청년 창업가를 배출했고 총 2조6588억원의 매출을 견인했다.

최종 선발된 창업자는 사업비의 70% 이내 최대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받고, 사무 공간과 시제품 제작 관련 장비 인프라, 창업 교육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입교 희망자는 K-스타트업 홈페이지(www.k-startup.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중기부도 올해 선발된 청년창업자에 대한 지원을 담당할 민간운영사 12곳도 이달 28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중진공이 운영하는 5개 직영을 제외한 곳으로 서울, 경기 북부, 인천, 강원, 대전 세종, 충북, 전북, 전남, 부산, 대구, 울산, 제주 등이다.

대기업도 청년 창업 지원 동참

대기업들도 청년 창업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신세계 센트럴시티는 서울 강남 파미에스테이션에서 6개월간 카페를 운영할 청년 창업자를 공개 모집한다고 13일 밝혔다. 회사는 카페 운영이 끝나면 청년 창업자에게 창업 지원금을 제공한다.

신세계는 지난해 3월부터 강남 센트럴시티에 ‘청년커피LAB’ 공간을 마련해 올해 4월까지 두 명의 카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매장 운영을 지원했다. 이번에는 오는 4월 중순부터 새롭게 영업을 이어갈 세번째 주인공을 찾아나선 것이다. 청년사업가는 다음달 9일까지 모집한다. 만 20세부터 39세 이하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청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최종 선정된 1명은 20여평(66㎡) 매장 공간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 전액과 커피 머신 등 영업장비를 무상으로 제공 받는다. 6개월간 카페 운영이 끝나면, 마련한 자본금과 경험을 토대로 향후 원하는 지역에 창업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영업했던 2기 청년 사장 고현선씨의 경우 파미에스테이션 내 다른 카페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직접 카페를 운영해볼 수 있는 값진 경험과 더불어 카페 운영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까지 지원받아 향후 실제 카페를 창업하는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운영했던 1기 청년 사장 신은수씨는 창업지원금을 기반으로 서울 중구 한국은행 인근에 카페를 창업했다. 센트럴시티는 신씨의 창업을 위해 상권 입지 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안정적인 사업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멘토링도 지속하고 있다.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이사는 “청년커피LAB 공간이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무대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도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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