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쇄신인사 ‘주목’

유통가에 쇄신인사 칼바람이 매섭다. 특히 유통대기업들이 주요 계열사의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 하는 강도 높은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유통 플랫폼들의 성장으로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 유통그룹들의 쇄신을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유통대기업들의 인사는 계열사들의 대표 교체, 본사의 CEO 교체 등 위기극복과 혁신을 통한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7곳 대표 ‘물갈이’

지난 19일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99세의 나이로 노환으로 별세한 가운데 지난해 연말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해 향후 이에 대한 그룹 전체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그룹은 유통 계열사 14곳 중 7곳의 대표가 교체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인사를 각 사별 이사회를 열고 단행한다.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 등 롯데의 4개 BU(사업부문)장 중 유통에 속한 부분에서 2명이 바뀌었다. 유통BU장에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호텔&서비스BU장에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내정됐다. 강 신임 유통BU장이 떠난 롯데백화점 대표로는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이 내정됐다.

이와 함께 롯데슈퍼·코리아세븐·롯데멤버스·롯데e커머스·롯데롭스 등 유통 계열사 대표가 교체됐다. 롯데슈퍼 대표는 남창희 롯데마트 전무가 선임됐고, 롯데e커머스 대표는 조영제 롯데지주 전무가 맡았다. 코리아세븐 대표에는 최경호 상무가 선임됐다. 롯데롭스 대표는 홍성호 롯데백화점 전무(영남지역장)가 맡았다.

호텔과 식품 부문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롯데호텔은 이 회사 김현식 해외운영본부장(전무)을 대표로 선임했다. 롯데주류의 경우 이영구 롯데칠성(131,500 -0.38%)음료 대표가 롯데주류까지 총괄한다.

이번 인사는 구룹 전체 임원 608명중 25%에 해당하는 140명 수준이다. 이는 최근 2~#년간 퇴임 임원 대비 2배 수준으로 대폭적인 변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쇄신인사’를 통해 기존의 낡은 틀을 없애고 새로운 ‘디지털 롯데그룹’으로의 전면적인 변화를 위한 큰 그림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쇄신인사의 첫 시작 ‘이마트’

유통가 쇄신 인사의 시작을 알린 곳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부문이었다. 이마트는 작년 2분기 실적에서 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의 분기별 실적에서 적자를 본 것은 1993년 창립한 뒤 26년 만에 처음이다. 작년 2분기 매출액이 4조 5810억 원, 영업손실이 299억 원, 당기순손실이 266억 원이었다고 공시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2분기 적자 규모를 47억~105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거의 300억 원 가까이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대비 832억 원 줄었다. 그만큼 이마트의 혁신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의 회생을 위해 외부인사 영입카드를 전격 꺼내들었다. 정 부회장은 창사 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에 고강도 인적쇄신을 단행한 것이다. 이마트에 외부인물이 대표로 영입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서둘러 이갑수 대표를 퇴진시켜 새로운 진용을 짠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마트가 할인마트 시장에서 변해야 살수 있다는 정 부회장의 혁신과 절박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그룹은 강희석(50)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를 이마트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강 신임대표는 그동안 베인앤드컴퍼니 소속으로 재직하면서 이마트 사업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해 왔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고정관념을 타파해 젊고 실력 있는 인재, 성과주의와 능력주의 등을 바탕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관측이다.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성과·능력주의’를 내세워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정용진 부회장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 중심에 혁신과 변화’를 강조한 신년사를 발표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 젊은 피 중용한 혁신 인사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해 말 젊은 피 수혈을 통한 세대교체를 골자로 한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현대백화점 수장에 선임된 김형종 한섬(30,850 -1.75%) 사장을 비롯해 1960년대생 김민덕·윤기철 대표이사가 한섬, 현대리바트(12,850 -0.77%)를 이끌게 됐다.

지난해보다 2주 가량 빨리 단행한 인사로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현대렌탈케어 대표가 물러났다. 이번 임원 인사는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1960년대생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시킨 정기 사장단 인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한 것이 특징”이라며 “검증 받은 차세대 리더들을 적재적소에 과감히 배치해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그룹의 미래 혁신과 지속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60년대생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시킨 정기 사장단 인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들 유통대기업들의 쇄신인사와 관련해 유통가 한 전문가는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혁신, 개혁, 전문성, 성과주와 능력주의에 우선을 둔 미국 기업들의 인사방향으로 전환되는 느낌”이라며 “이러한 큰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상황과 유통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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