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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사 ‘깜깜이’ 개정안 ‘논란’‘제조사 표기 의무’ 삭제, 개정안 국회 발의
  • 전진용 기자
  • 승인 2020.01.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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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화장품사들이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지녔다. 세계 최대의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도 국내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화장품 주문자상표 부착(OEM)·생산자 개발방식(ODM) 업체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이제 별도로 제품 제조를 의뢰해 생산하는 것은 ‘대세’이다. 브랜드 따로, 제조업체 따로인 셈이다.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이다. 코스맥스는 이미 화장품 OEM·ODM 시장에서 세계 1위의 기업이 됐다. 과거 이탈리아의 인터코스라는 기업이 1위였지만 벌써 수년전에 인터코스의 매출을 능가했다. 오히려 인터코스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한국콜마도 한국의 화장품 기술력을 한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미국 등까지 진출해 글로벌 화장품기업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이들 제조사들의 이름 자체가 이제 브랜드화 되어 있는 상태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제조업체를 보고 신뢰할 만한 OEM·ODM 업체가 제조한 상품이라면 처음 본 브랜드라도 구입하곤 한다.

‘화장품 제조업체 표기 삭제’ 개정안 발의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제조업체’를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위원 등 보건복지위원회 12명 의원이 지난 10월 ‘화장품 제조업체 표기 삭제’를 골자로 하는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화장품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포장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제조업자 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주요 제조업체의 독점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식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모두 제조업체 표기하는데 왜 화장품만 이 같은 법률개정이 일어나야 하는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장품에 표기된 제조원 정보 삭제 요청(움직임)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앞으로 제조원이 표시되지 않은 화장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며 “화장품뿐 아니라 가공식품을 살 때도, 약국에서 약을 살 때도 제조원을 확인하고 산다. 제조원과 성분 확인은 소비자들의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처럼 제품도 다양해지고 신제품도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담당하고 책임지지 못해 제조회사, 판매회사, 유통회사가 따로 있는 것이고 화장품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조사가 믿을 만하면 작은 브랜드 제품라도 신뢰감을 갖고 구매한다”고 부연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는 뒷전?

청원인과 김씨처럼 화장품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조한다. 언제·어디서·누가(어떤 회사가) 만든 화장품인지 알아야 제품을 신뢰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 포장지에 새겨진 ‘브랜드’만 보고 구매하던 과거와는 다른 소비 형태다. 제조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식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의 경우 제조업체를 분명히 표기하는데도 화장품만 굳이 제조원 정보를 삭제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른바 ‘짝퉁’(위조 제품)이 기승을 부려 소비자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조업체에 대한 표기 의무 사항이 없었을 때는 인천의 남동공단과 같은 곳에서 제대로 된 시설없이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례들이 많았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규모의 이런 제조업체들이 다시 기승을 부려 제품의 수준을 떨어드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렇게 될 경우 그동안 쌓아왔던 한국 화장품들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맞을 수가 있으며 화장품 업계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특히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와 같은 한국화장품의 세계화에 기여한 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브랜드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저렴한 제조업체에 생산을 의뢰하고 제조업체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위생 안전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하게 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제조사 독점·국내 수출기업 타격 발의 이유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개정안 발의 이유로 ‘주요 제조업체의 독점화’와 ‘수출기업이 받을 타격’을 내세웠다.

이들 의원은 지난 10월 22일 발의한 화장품법 개정안에서 “현행법령은 화장품 제조업자 정보 표기를 의무화해 주요 제조사의 독점이 발생하거나 해외 업자들이 유사품 제조를 의뢰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법령상 화장품 유통·품질·안전 책임은 판매업자에게 있고 외국 업자와의 규제 조화를 위해서도 화장품 제조업자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며 “책임 판매업자의 상호·주소만 화장품 포장에 기재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을 두고 소비자단체들은 화장품 제조업자 표기를 없애는 것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제조업자 표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한국에 똑같이 적용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화장품의 제조원을 표기하지 않아도 제품 제조부터 판매까지 누가 했는지 알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어서다.

또한 반대로 화장품 ODM 기업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앞으로 화장품법 개정안을 두고 제조사, 시민단체 등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진용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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