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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결국 담배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9.12.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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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 대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 손상 및 사망사례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물론이고 액상형 담배판매점에서 반발했다. 근거가 부족해 보여서다. 시장도 걸음마 단계다. 6월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1.3% 수준이다. 세금을 더 걷자고 해도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는 국내 담배시장에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중이다. 일반담배와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의 희비가 엇갈렸다.

흡연자 강모씨는 “유해성 때문이라면 담배 전체 판매를 금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오랜 흡연자인 그는 얼마 전 그나마 (건강에) 나을 것 같아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그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얼마나 더 유해한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판매만 중단해 화가 난다”고 했다. 유해성 근거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판매중단 결정이 불안감만 키웠다는 반증의 한 사례다.

정부는 지난 10월말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이 여파로 편의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앞서 미국 전역에서 전자담배와 관련한 폐 질환 의심 환자가 2000명 넘게 발생했다. 최소 40명이 숨진 걸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국내 유통 제품에 대해 선제적 조치를 한 것이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미국 보건당국은 마리화나 복합물질인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강력한 발병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아직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담배 업계와 흡연자들은 “정부가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국내 전자담배 사용을 막고 있다”는 주장까지를 제기했다. 정부가 불법 제품에 한정돼 있는 미국의 피해 사례를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정상제품 규제에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세수를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건 마리화나 성분이 들어간 불법제품을 이용한 경우인데, 정부가 그런 내용은 쏙 빼고 마치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정부는 내서 유통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 브리핑에서 미국의 피해사례를 설명했다. 폐 질환 환자의 86%가 마리화나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환자의 10% 정도가 니코틴만 들어간 제품을 사용했다는 내용도 명시되기는 했다. 마약 유통이 엄격하게 금지된 국내 환경상 니코틴만 들어간 제품을 사용한 10%의 환자가 더 중요한 지점일 수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표였다는 의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후 진행된 국회 예결위 질의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없는 일반 전자담배에서도 환자가 나와 선제적으로 중단 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NS와 인터넷 공간 등에서 “정부가 유리한 정보만 따서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확산됐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사실은 세수를 늘리기 위해 과도하게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팩트체크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부의 보건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 해석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이 일반 담배보다 낮아 과세 형평성 제고 등의 이유로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있었다. 정부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을 실제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자담배협회, 액상형만 규제 ‘어불성설’

전자담배 위험성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고된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금지는 유통업계에 혼란을 가져왔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잇달아 해당 제품들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자담배는 무조건 폐질환 사망을 일으킨다는 오해가 커진 상황이다. 국내 전자담배 업계는 정부가 과도한 조치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정부 발표 이후 국내 전자담배 업계는 방문 손님 70%가 줄어, 생계유지 곤란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국내 전자담배의 무분별한 사용 중단 권고로 업계 관계자들과 전국의 영세 소상공인들은 경제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전자담배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폐업해야 할 상황’이라는 말들이 확산되고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들은 “전자담배를 운영하는 전국의 영세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말 한마디에 열심히 일하던 직원을 해고하고 1인 매장을 운영하며 자기노동착취를 하면서도 월세 걱정, 생계 걱정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전국의 영세 소상상인들을 위해 일반담배와 국내 전자담배의 비교 데이터를 하루라도 빠르게 발표하길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전자담배들의 유해성에 대해 정확한 근거 없이 판매 중단과 함께 무분별한 규제를 가하고 있어 불법 대마성분과는 거리가 먼 국내 전자담배도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에 불만이 커진 소상공인들은 이번 조치를 강하게 규탄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한국전자담배협회 회원들과 동호인들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안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병준 한국전자담배 협회장은 “현 정부의 전자담배에 대한 대응책은 이 산업을 극단적인 음성화로 몰아간다”며 “소비자들은 대부분 연초로 돌아가거나, 액상을 직접 제조하는 ‘김장’의 형태로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권고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연초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정확한 비교 분석 등을 촉구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미국의 사망 사건 대부분은 불법대마 성분과 관련됐지만 이로 인한 무분별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 조치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 의심사례가 1건 있었다. 해당 환자는 입원 치료 후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다.

2000여명의 소상공인들의 원성이 더해졌다. 유통망의 70%를 차지하는 편의점 업계가 판매중단·공급중단 조치에 나서면서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실상 퇴출수순을 밟게 됐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 매출은 전체 담배 매출의 1~5% 남짓이다. 하지만 담배를 사러 들어온 소비자가 다른 제품을 사는 유인 효과가 있어 편의점주가 쉽게 포기하지 않는 항목이다. 특히 대부분이 자영업자인 전자담배 전문점은 주력 상품이 액상형 전자담배인 만큼 정부 조치로 고사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는 국민건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만을 규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건강이 아닌 세금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배경이다. 현재 담배의 제세부담금은 일반 궐련형이 20개비 기준 2914원, 전자담배 궐련형은 20개비 기준 2595원인데 비해 액상형은 1mL당 1799원으로 낮은 편이다. 액상담배 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세금이 과도하게 늘 게 된다.

이병준 협회장은 “전자담배를 연초담배 대안으로 생각하는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전자담배를 권고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건강이 걱정되면 연초담배 판매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전자담배협회 관계자는 “아무런 기약 없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영세상인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가”라며 “식약처장이 인력이 부족하다며 조사 결과를 빠르게 발표하지 않는 것은 영세 소상공인 말살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비판은 이 같은 사태를 촉발한 미국에서도 나왔다. 미 정부가 더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제기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클리프 더글라스 미국 암학회 흡연관리센터 이사는 최근 영국 왕립학회에서 열린 ‘2019 전자담배 서밋’에서 “미국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놨다”며 “일방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글라스 이사는 “이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불법화는 1920년대 미국 내에서 일어난 ‘금주령’과 같은 꼴”이라며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정확히 이해한 뒤 관련 규정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자담배 “더 해롭다 vs 아니다”

궐련형이든 액상형이든 근본적으로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형 담배에 비해서 더 해로운 것인지, 담배회사들의 주장대로 덜 해로운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극과 극이다.

아이코스의 출시로 전자담배의 붐을 일으킨 필립모리스는 이 담배의 출시 당시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히팅해 연기나 재가 발생하지 않고 옷이나 몸에 남는 냄새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담배 연기에 비해 유해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된 증기를 발생시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자체 연구결과도 같이 발표했다. 유해 물질이 90% 적다는 것은 일반 궐련형 담배에 비해서 그만큼 덜 해롭다는 의미로 흡연자들이 받아들였다. 전자담배의 붐이 일어난 이유다.

최근 연구결과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발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1월 던디대학 연구팀은 ‘미순환기학저널’을 통해 최소 2년 이상 하루 15개피 이상 흡연을 한 114명의 장기간 흡연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로 바꾼 일반 흡연자들이 혈관 기능이 개선돼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로 바꿈으로 단 한 달 만에 혈관 기능이 1.5포인트 개선됐다는 것이다. 혈관 기능이 1 포인트 개선되면 심장마비 같은 심혈관질환 발병율이 13% 감소된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전자담배가 안전한 것은 아니며 일반 담배 흡연 보다 혈관 건강적 측면에서 단지 덜 해로운 것을 말할 뿐이라며 비흡연자들에게 전자 담배가 해롭지 않은 장치로 생각돼서도 안 되고 젊은 사람들이 이를 시도하게 해서도 안 된다”고 부연하기는 했다.

반대로 “전자담배가 더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같은 달 보스턴대학 의과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형 담배보다 심장 활동을 더 저하시키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의 심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 비흡연자들은 운동 등을 할 때 심장 작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보았는데 흡연자들의 심장은 비흡연자에 비해 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일반 궐련형 담배 흡연자들의 심장 활동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심장은 정상인보다 못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액상형 ‘저물고’ 하이브리드 ‘진지구축’

정부의 권고 이후 담배시장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퇴출 위기에 내몰린 분위기가 역력하다. 담배업계는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의 유통망을 넓히거나, 기기 및 전용 담배 라인업을 늘리면서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폐 섬유화 논란 등으로 사용 중지 권고가 내려진 액상형 전자담배는 편의점과 면세점 등에서 판매 중단된 이후 퇴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5월 쥴랩스코리아와 KT&G가 각각 ‘쥴’과 ‘릴 베이퍼’를 출시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이번에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전자담배 시장 구도는 급변 중이다.

담배업계는 시장 변화를 감안한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다. JTI 코리아는 전자담배 ‘플룸테크(PLOOM TECH)’의 판매처를 1만 곳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전용 캡슐인 ‘메비우스 믹스 그린 쿨러’ 플레이버(flavor)를 추가했다.

플룸테크는 기존의 궐련·액상형 전자담배와는 다른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다. 이번 판매처 확대로 소비자들은 인천 연수구와 중구를 비롯해 경기도 고양시, 성남시, 수원시 등 10개 시에 위치한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과 일반 담배 소매점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JTI 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증가하는 구매 요구에 맞춰 수도권까지 플룸테크 판매처를 확대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JTI는 소비자 접점 강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BAT코리아도 하이브리드 전자담배기기 ‘글로 센스(glo sens)’의 첫 한정판 모델인 글로 센스 ‘맥라렌 에디션(McLaren Limited Edition)’을 출시했다.

BAT코리아는 올해 8월 논란과 비판을 감수하고 새 전자담배 ‘글로센스’의 홍보용 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적극적 홍보활동을 펼친 바 있다. 이어 신제품 ‘글로프로’를 내놓는다는 구상에 속도를 냈다.

KT&G 역시 ‘릴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시장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KT&G는 현재 전국 5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전자담배 전용 판매점인 ‘릴 미니멀리움’을 3개점 추가 오픈하고, 릴 전용 담배인 핏 5종을 새롭게 단장해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도 확장할 예정이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중단 권고로 인해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안정성이 보장된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액상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궐련형이나 하이브리드 전자담배에 시장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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