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 거래액만 연 111조 8939억원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사업자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대한 불공정행위에도 이제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온라인플랫폼들은 광고비·판매수수료의 과다 요구, 일방적인 책임전가 등 불공정행위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그동안 대규모유통업법에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규제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그동안 오프라인 유통에만 적용되던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이들 온라인플랫폼에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에 반해 법개정보다는 관련 단체·업체가 협의체 구성해 스스로 자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양측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개정 VS 자율적 문제해결

최근에도 법개정을 주장하는 측과 자율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측은 대규모유통업법을 온라인플랫폼(통신판매중개업자)에도 확대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훈 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1일(목)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온라인플랫폼, 중소상공인과의 공생을 말하다!-온라인시장 공정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다. 온라인플랫폼이 판매수수료를 과다 책정하거나 중소상공인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막으려면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단체협의체를 구성해 시장이 자율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발제에 나선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법제조사평가연구실장은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플랫폼의 경우 공급업자 또는 입점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통로로 작용하고 있어 중소상공인인 공급업자나 입점사업자는 이 같은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의 막강한 통제력 하에 놓이게 된다”면서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온라인시장의 직접판매자인 통신판매업자에게는 적용되지만, 통신판매중개자에 해당하는 대다수 온라인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규제 사각지대 거래액 111조 8939억원

온라인플랫폼은 온라인시장이 성립할 수 있도록 기술적 시스템과 어플리케이션 등을 제공하는 자를 광범위하게 일컫는 개념이다.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사업자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사업자처럼 입점사업자들에게 거래의 장을 만들어주는 ‘통신판매중개업자’가 온라인플랫폼에 해당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라인시장 거래액은 111조 8천939억원으로, 2010년 약 25조원 대비 4.5배 가량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22.6% 늘었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11번가, 쿠팡 순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 9월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영업하고 있는 입점사업자 100명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한 결과, ‘광고비 등 비용 및 판매수수료를 과다하게 요구한 경우’가 35.4%로 가장 많았고 ‘일방적인 책임전가’ 22.8%, ‘할인쿠폰·수수료 등 기준 불분명 및 부당한 차별취급’ 20.3%, ‘일방적인 정산절차’ 19.0% 순으로 나타났다.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방안(복수응답)으로는 ‘공정한 수수료율 및 광고기준 등에 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구하는 응답이 62.5%로 가장 높았고, ‘법적용을 통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56.3%, ‘대규모 온라인쇼핑몰의 수수료율 및 광고기준 등의 조사 및 공개’ 52.1%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이들 온라인플랫폼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규제가 어렵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법개정이 불가피하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이미 연매출 1천억원 이상의 통신판매업자를 대규모유통업자의 개념범위에 포섭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을 일부 개정해 통신판매중개업자까지 추가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보다 쉽고 현실적으로도 빠른 시간 안에 실현가능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그 사업방식이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매장을 빌려주는 것과 매우 유사해 대규모유통업법을 확대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법으로 규제하기보다 시장이 자율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애초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 오프라인 소매업자들의 입점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됐지만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를 다시 개정해 온라인시장에까지 확대적용한다는 것은 온라인시장의 거래구조적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편의적 입법이라는 점에서 동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아직도 특정업체들의 경우 대기업의 힘으로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적정한 수수료가 부과되도록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시장 메커니즘이 저해되는 규제는 지양돼야 한다. 법의 범위는 최소화하고 산업의 자율규제가 작동하는 미국 산업시스템의 운용방식이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이훈 의원은 “일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은 입찰광고 낙찰가를 비공개로 하고 있고 광고비 과당경쟁, 정산세부내역 미제공 등 투명하지 않은 경영으로 인해 중소상공인과의 정보 비대칭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온라인시장 공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감시와 공정거래를 위한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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