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으로 유색 용기 사용 금지…품질 변질, 이미지 손상 등 우려

25일부터 시행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때문에 주류를 비롯한 화장품, 식품 등 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색 용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유색 페트병은 더 사용할 수 없고 무색으로 바꿔야 하며 라벨도 제거할 수 있는 접착 형태로 변경해야 한다. 이에 주류를 포함한 다양한 화장품 업체들은 제품 품질 손상 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부, 재활용 저해 재질 원천 금지

환경부는 다음달 25일부터 재활용을 극히 저해하는 재질·구조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PVC 소재 포장재 사용이 원천 금지된다. 이에 따라 마트에서 자주 사용하는 농산물 포장랩을 앞으론 쓸 수 없을 예정이다. PVC는 다른 합성수지와 섞여 재활용될 경우 제품의 강도가 떨어지고 재활용 과정에서 염화수소 등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폴리염화비닐 포장재 출고량은 4589t으로 주로 식품용 랩이나 포장용 투명 필름·용기 등에 사용된다. 다만 대체재가 상용화되지 않았거나 소비자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상온에서 판매하는 햄·소시지, 물기가 있는 고기·생선 포장랩 등은 예외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페트병은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유색 몸체와 재활용 과정 중 라벨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일반접착제 사용이 금지된다. 유색 몸체와 일반접착제 사용 금지는 2017년 기준 전체 페트병 출고량 28만6000t 중 67%(19만2000t)에 달하는 먹는 샘물, 음료 페트병에 우선 적용된다.

아울러 종이팩·유리병·철캔·알루미늄캔·페트병 등 9개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하던 현행 기준을 세분화해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으로 나눴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 업계의 적응과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돼 내년 9월 24일까지 9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재활용이 더 잘 되는 포장재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산업 특성 고려하지 않는 처사

환경을 생각하는 처사이지만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주류업체들의 볼멘 소리가 크다. 페트병의 경우 몸체가 ‘무색’이어야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주류 업체 대다수의 맥주 제품이 갈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의 경우에는 무색으로 페트병을 바꿔도 제품 변질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교체를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맥주는 발효주의 특성상 무색 페트병에 유통하게 되면 자외선이나 직사광선 등이 닿아 주원료인 홉의 단백질 성분이 변해 품질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병 색깔로 재활용 용이성 등을 규정하는 것은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전했다.

위스키나 와인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들 또한 수입국 회사에 이 같은 국내 규제에 따른 용기 교체를 설득해야 하는데 세계 유일의 정책에 글로벌 회사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사관들이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EU는 세계무역기구 무역상기술장벽협정(WTO TBT)에 환경부의 이 같은 규정은 무역장벽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업계와 논의가 부족했다”며 “산업 특성을 반영해 예외 조항을 만들어 주고, 유예기간을 늘려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유리가 주 재질인 화장품 용기는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목적 외에도 변질 위험을 막고 화장품 구성성분 등 필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펌핑 호스의 경우 재활용 안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재질로는 생산이 불가능해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용기 자체가 브랜드의 상징이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여기지고 있는 가운데 규제를 적용하면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은 K뷰티로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업종”이라며 “규제대로 바뀌게 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경쟁제품과의 차별성을 두기 힘들어 글로벌 제품과의 경쟁력에서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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