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다단계판매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방문판매법과 관련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부족했던 탓인지 이번 학술대회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다단계판매의 규제와 관련해 학계에서도 ‘과도하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니 다단계판매 시장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란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지난 1991년 방문판매법이 제정되면서부터 다단계판매에 대한 규제는 시작됐다. 당시에는 소비자가 상점을 찾아 구매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던 반면 다단계판매는 소비자가 구입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판매원의 방문이나 전화로 상품구입을 권유받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다단계판매는 특별하게 보였고 이에 상응하는 특수한 규제도 필요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시장은 변화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물품 구매를 권유한다. 또한 소비자의 구매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판매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소셜커머스, 배달앱 등과 같은 O2O 서비스까지 등장, 소비자들에게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변화로 다단계판매는 더 이상 특별한 판매방식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

국내 다단계판매도 많이 변화했다. 다단계판매를 포함한 국내 직접판매 시장은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다단계판매 업체는 지난해 130개로 증가했고 매출액도 5조2208억원으로 지난 2007년 1조7743억원과 비교해 보면 그 성장속도를 알 수 있다. 다단계판매원으로 종사하고 있는 판매원 수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903만여명에 달한다.

이러한 점을 비춰 보면 다단계판매가 우리 경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저성장기조에서도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는 점은 다단계판매가 경제의 중요한 판매방식의 하나이자 고용측면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다단계판매를 둘러싸고 있는 규제는 여전히 1991년에 머물러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업계를 에워싸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과 연구진의 무관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다단계판매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내고 재검토가 필요하다. 기존의 규제들을 완화하는 것이 아닌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규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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