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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에 대한 복종➂
  • 이성연 경제학 박사
  • 승인 2019.09.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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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4월부터 제2차 대전 중 유태인 학살혐의로 나치 1급전범인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의 공개재판이 예루살렘에서 열렸다. 이 재판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아이히만의 평범함에 놀랐다. 아이히만은 상상과는 달리 히틀러에게 미친 광신도도 아니었고 악귀에 사로잡힌 정신병자도 아니었다. 그는 맘씨 좋고 인자한 이웃 아저씨요 자상한 남편이자 자녀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명언을 만들어냈다.

아이히만 뿐만 아니라 많은 나치 전범들이 법정에서 하나같이 한 말은 ‘상부에서 시켜서...’라는 것이었다. 아이히만은 자신은 살인을 한 일이 없고, 명령받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으며, 오직 상부의 명령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는 생각했다. ‘국적, 인종, 성별을 떠나서 그 상황에 놓여 진다면 누구든 나치처럼 행동하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밀그램 교수는 1961년 예일대학 심리학 조교수로 근무할 때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준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Experiment on Obedience to Authority Figure)’이라는 유명한 실험을 하게 된다.

밀그램 교수의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은 ‘악의 평범성’을 확인해주는 실험이 됐다. 밀그램은 사람들이 파괴적인 복종을 서슴없이 수용하는 이유가 성격보다는 상황(狀況)에 있다는 신념하에 이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권위에 대한 복종실험’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징벌에 의한 학습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실험을 한다고 공고하고 실험에 참여할 사람들을 모집하였는데 다양한 연령층 40명이 지원했다.

이들에게 교사역할을 맞도록 하고, 학생역할을 할 사람은 교수가 미리 정해놓은 배우들(밀그램 교수의 학생들)이 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교사 역할과 학생 역할을 할 피험자들을 각각 1명씩 짝을 지어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시간당 4달러의 보상을 주기로 했다.

먼저 학생역할을 할 피험자를 움직일 수 없도록 의자에 묶고 양쪽에 전기충격 장치를 연결했다. 그런 다음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를 내고 학생이 틀리면 교사가 학생에게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사실 학생 역할을 하는 피험자는 사전에 약속한 대로 행동하는 배우들이다.

그리고 일부러 답을 틀리게 말하도록 했다. 또 전기충격 장치도 가짜였다. 이런 사실을 교사 역할을 하는 피험자는 전혀 모른다. 실험실 배치는 실험진행자와 교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같은 방에 위치하고, 학생역할을 하는 피험자는 커튼으로 가려진 바로 옆방에 있도록 했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 볼 수는 없지만 말과 소리가 들리므로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밀그램 교수가 이 실험에서 알고자 하는 것은 흰 가운을 입고(실제로는 밀그램 교수의 학생)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말투로 ‘실험에 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장담하면서 전압을 올릴 것을 요구할 때 교사 역할을 하는 피험자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강력한 권위 앞에 놓일 때, 권위자가 비윤리적 요구를 하는 경우 과연 거기에 복종할 것인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밀그램 교수가 교사에게 말하기를, 학생에게 문제를 제시한 후 학생이 틀릴 때마다 전기충격을 가하는데, 15볼트에서 시작하여 틀릴 때마다 15볼트씩 올려 최종적으로는 4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밀그램이 주시했던 것은 교사들이 전압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하는 것이었다. 밀그램은 고작 시간당 4달러의 대가를 받고 교사들이 치사전압(致死電壓)인 450볼트까지 전압을 높일 것인지에 대해 관찰했다. 교사 옆에 앉은 실험진행자는 흰색 가운을 입고 전압을 올릴지 말지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실험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매우 위압적으로 전압을 올릴 것을 요구했다.

실험을 시작하기 전 밀그램 교수는 고작 시간당 4달러의 대가를 받고 피험자들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밀그램은 기껏해야 0.1% 정도의 사람들이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험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의 신음소리와 괴로워하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65%의 피험자가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렸다. 실험 전에 밀그램 교수는 150볼트 이상으로 전압을 올려야 할 상황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거부하고 실험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밀그램 교수는 40명의 심리학자들에도 이 질문을 했다. 그 결과 150볼트(10단계)에서 실험을 포기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심리학자들은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작 시간당 4달러를 받고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150볼트에서 그만 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300볼트에서 12.5%가 그만 두었을 뿐이다. 치사전압(致死電壓)인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린 사람도 무려 65%에 달했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어떤 권위자가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했을 때 팔로워들은 어떤 불합리한 행동이나 잔인한 행동도 감행한다는 것이다. 즉 양심적으로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권위자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서슴없이 권위자가 요구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성연 경제학 박사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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