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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1년…아직 풀지 못한 숙제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9.08.05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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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 1년이 됐다.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삶의 질이 나아졌다”며 반겼다. 하지만 업무량 조절과 근태관리 등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사용자 측인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업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다. 다만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같은 보완책이 서둘러 입법돼야 한다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시행 1년이 지났다. 여전히 혼돈 속에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살펴봤다. 

주 52시간 근무제도는 기존 주당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연장 12시간+주일/주말 16시간) 근무를 주 52시간(평일 40시간+평일연장/주말 12시간)으로 줄인 제도다. 지난해 7월 시행했다. 시행 직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예기간을 뒀다. 실제로는 지난 4월 1일부터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시기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50~299인 사업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2년 후에야 국내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보편화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022년 12월 31일까지는 특별 연장근로 시간 8시간이 추가 허용된다. 예외 사항도 있다.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하거나 공공 목적이 있는 운송업, 보건업 등 5개 업종은 특례 업종으로 분류돼 주 52시간 근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 특례 업종이라고 해도 최소한 11시간의 휴식은 보장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게 되면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이 규정돼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주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한 직원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사업주에게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적용대상 사업주 입장에서는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도입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배경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시행 결과, 직장인들은 대체로 삶의 질이 나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물론 업종별로 온도차는 존재한다. 또 같은 직장 내에서도 인사부서와 같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틀을 짜야 하는 조직에서는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직장인 ‘웃고’ 인사담당자 ‘울고’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주 52시간근무제 도입 1년 이후 달라진 점과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얼마 전에 내놓았다. 이를 보면 직장인 62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라 출퇴근 시간 등 업무시간이 조정되셨나요”라는 질문에 28%가 ‘그렇다’, 나머지는 ‘아니다’를 선택했다. 사업장 10곳 중 3곳 정도에서 주52시간근무제 도입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업무시간 조정이 이뤄졌다고 응답한 직장인 중에서 대기업 재직자는 60%, 중견과 중소기업 재직자도 각 37%, 18%씩 포함돼 있었다. 대기업의 60% 이상은 근로시간이 달라졌고, 일부 중견 중소기업들도 미리 근로시간을 조정해서다. 달라진 근로시간은 삶의 질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을까. 응답 결과 ‘조금 좋아진 편이다’(66%)와 ‘매우 좋아진 편이다’(18%)가 도합 84%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단축 이전이 좋았다’는 14%, ‘단축 이전보다 급격히 안 좋아졌다’는 2%로 확인됐다.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이 근로시간 단축 이후 삶의 질에 대해 만족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직군 및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교차분석 결과 만족도가 가장 큰 직군은 ‘사무직’(89%)으로, 이어서 ‘전문직’(84%), ‘관리직’(82%), ‘서비스직’(76%) 순으로 확인됐다. 가장 만족도가 낮은 직군은 ‘제조직’(67%)이 꼽혔다. 

업종별로는 “좋아진 편이다”를 무려 100% 선택한 ‘고객상담·리서치’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유통·판매’(94%), ‘교육·강사’(93%) 순으로 평균을 웃도는 만족도를 보였고, 반대로 “단축 이후 삶의 질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선택한 비율은 ‘외식·부식·음료’(43%) ‘문화·여가·생활’(25%), 그리고 ‘생산·건설·운송’(22%) 순으로 집계됐다. 

정리하자면, 사무직 및 대표적인 사무·서비스직인 고객상담·리서치 업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제조직과 외식·부식·음료로 대변되는 현장·서비스직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곧 삶의 질 향상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숙박·액티비티 예약 서비스 ‘여기어때’와 함께 직장인 1173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제 도입 후 변화’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보면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인 51.7%가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들 중 ‘긍정적 영향’을 체감한다는 응답자가 78.1%로 ‘부정적 영향’을 체감하는 응답자(21.9%)보다 3.5배 이상 많았다. 

물론 주 52시간제 도입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인크루트는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별도 조사도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으로 어려운 점은 없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93% 이상이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1,2위에 ‘업무량 조절’(33%)과 ‘유연근무제도 도입 및 근태관리’(32%)이 근소차로 꼽히며 박빙을 이뤘다. 당장 줄어든 근로시간에 따라 업무량을 조절해야 하는 부분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한 유연근무제의 안착과 이에 따른 근태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변경된 급여내역 처리’(20%)가 3위에 꼽혔다. 근로시간 단축이 곧 월 수령 급여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직원들의 비협조’(7%)가 꼽혔다. 

정부는 이 같은 실제 사업장의 목소리를 향후 확대 적용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업인 간담회에서 “지난해부터 추진된 주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여러 기업 현장 목소리가 있는데 그런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같은 보완책 마련으로 모아졌다. 업종별로 탄력근로 시간의 확대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 애로 ‘보완 입법’ 호소

사례 1 # A호텔 인사 담당자는 각종 회의행사가 집중되는 11월 이후 연말·연시 성수기에 회의장 관리 인력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 호텔업은 7월 1일부터 1주 최대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돼서, 성수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현행 탄력근로시간제의 최대 단위기간(3개월)으로 집중근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1.5개월에 불과해 4개월 동안의 연말·연시 성수기 전체에 활용하기 어려운 애로가 있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비수기에는 과잉 인력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력채용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례 2 # IT서비스 업종 소속 B사는 프로젝트 납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서비스 프로젝트의 경우 마지막 단계 4개월 동안 테스트, 시스템 전환 등을 위해 집중근무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데이터 오류, 고객사의 새로운 요구 등이 집중돼서 업무 특성상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1개월)으로 집중근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0.5개월에 불과해서,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 집중근무기간(4개월) 전체에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기업들은 업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근무시간 운용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시행 1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어려움이 앞을 다퉈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 주요 12개 업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어려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한경연은 주 52시간제 확대에 따른 산업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를 구체적으로 보면 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 연장(1년),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정산기간 연장(6개월 이상), 인가연장근로 대상 확대 등이 절실했다. 근로시간 단축 이후 산업계 전반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의 주당 평균근로시간을 기준근로시간(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단위기간은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경우 2주,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 3개월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최대 단위기간이 짧아서 기업들이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우선 전자·패션 등 신제품 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인 산업의 경우, 신제품의 기획에서부터 개발, 최종 양산까지 최소 6개월의 집중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된 데다 짧은 단위기간으로 탄력근로시간제 활용마저 어려워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었다. 해외건설 업계도 동남아 건설 현장의 경우 집중호우(3개월∼5개월) 등으로 특정기간 집중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탄력근로제의 짧은 단위기간으로 인해 공사기간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벽지, 창호 등 건설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1년 중 관련 건설공사가 6개월 이상 집중되기 때문에 3개월의 짧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오제약 업계는 신약개발 과정 중 임상시험 단계에서 6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하지만, 짧은 탄력근로시간 기간 때문에 신약 개발 지연으로 제약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호텔 업계의 경우, 연말연시를 전후로 4개월 동안 각종 회의 및 행사가 집중되기 때문에 회의장 관리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에어컨 설치·보수 업무가 몰리는 여름 성수기에 집중근무가 필요한 가전업계는 성수기 대책을 마련해 서비스 지연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에어컨 고장 신고 후 수리완료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산업계의 탄력근로 활용 애로를 해소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도입절차도 현행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에서 직무별, 부서별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로시간 준수 어려운 분야도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없는 산업 특성상 선택적 근로시간제도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특히 트랜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IT업종 등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조정의 필요성의 목소리가 많다.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 동안 1주 평균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별·주별로 근로자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기업도 짧은 정산기간으로 인해 애로를 겪고 있어서다.

IT서비스업의 경우 테스트, 시스템 전환 등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서 4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고객사의 새로운 요구사항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데이터 오류가 발생하면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상시 대기체제로 근무해야 하는 사업 환경에 놓여있다. 

IT서비스 업계는 업무 특성상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야 하나 짧은 정산기간으로 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완 대책이 없을 경우, 프로젝트 납기지연에 따른 페널티 부담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속한 개발과 출시가 시장 성공의 핵심인 게임 산업도 신규 게임 개발 시 3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하고,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업무가 수시로 발생해 선택적 근로시간제도가 필요하다. 게임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짧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때문에 게임 개발의 연속성이 무너지면서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고, 게임 오류 수정 등 서비스 수준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의 정산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해서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없지만 1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산업의 애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한도를 사실상 준수하기 어려운 업무에 대해서는 인가연장근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가 있으면 1주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는 근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석유화학·정유업도 통상 4년 주기로 2개월∼3개월 동안 숙련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를 실시한다. 석유화학·정유업계에서는 숙련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 기간에는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한도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 산업 역시 선박 건조 후에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건조된 선박을 이동시켜 해상에서 실제 운항조건으로 해상 시운전을 실시하는 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승선해서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통상 해상시운전에는 상선의 경우 3주, 군함·잠수함 등 특수선은 6개월∼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는데, 해상시운전 기간 중 근로시간 한도를 지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기업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단축 관련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이어서 “지금은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이고 규제 위주의 근로시간 정책에서 벗어나 개인 창의성을 존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근로시간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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