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마케팅’으로 폭넓은 연령층에 소구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이나 입었던 브랜드 옷에 대한 향수는 누구에게나 있다.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이제는 안나지? 예전에 입었던 그 옷 스타일이 이제는 없네”라는 생각을 하며 옛 것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이러한 추억을 되살리는 전략이 유통가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유통가의 ‘뉴트로 마케팅’이 그것이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재해석해 즐기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중·장년층에게는 장수 브랜드나 이미 사라진 브랜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는 복고풍의 신선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 폭넓은 층으로부터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이런 뉴트로 열풍은 식음료, 패션, 전자기기 등 전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다.

패션업계 강타한 S/S 뉴트로 트렌드

가장 먼저 뉴트로 열풍을 일이킨 분야는 패션분야다. 휠라는 뉴트로 바람을 선도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휠라는 지난 1997년 출시했던 ‘디스럽터’를 재해석한 ‘디스럽터2’를 20년 만인 2017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올해 3월 기준 국내에서만 220만 켤레가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신발 전문매체 풋웨어뉴스의 ‘2018 올해의 신발’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한섬도 뉴트로 트렌드 맞춘 제품들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뉴트로 열풍으로는 청청패션(상하의 모두 청 데님 스타일), 빅로고 티셔츠, 어글리 슈즈 등을 선보였으며 60~70년대 패션 트렌드를 이끈 ‘타이-다이(tie-dye)’ 스타일을 적용한 여름 상품을 출시한다.

타이-다이 스타일은 염색 전 원단의 일부를 실로 묶어 염료가 물들지 않게 하거나, 묶은 실을 풀어 무늬가 나타나게 되는 무늬 염색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스튜디오톰보이, 보브, 지컷 등의 브랜드를 통해 올 2019 S/S 패션 컬렉션을 ‘뉴트로’ 스타일로 선보였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판매율을 기록했다. 베네통코리아도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과 협업한 복고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여성복 뿐 아니라 남성복, 슈즈,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식음료업계도 추억으로 승부수

레트로 열풍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파급효과도 가장 큰 분야는 식음료다. 식품업계는 과거 단종됐던 제품을 부활시키는가 하면 리뉴얼을 통해 레트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은 곳은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원조격인 옛 소주 브랜드 ‘진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소주 ‘진로(眞露)’를 지난달부터 선보였다.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해 중장년층에게는 옛 향수를 자극하고 20대에게는 새로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이다.

이 제품은 라벨 사이즈, 용기, 용기 색깔 등 과거 디자인을 복원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라벨은 1970∼1980년대 푸른색 계열의 진로 라벨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적용했고 소주병도 과거와 비슷하게 투명한 스카이블루 색상을 사용했다. 라벨에는 한자로 표기된 진로(眞露)와 브랜드를 상징하는 두꺼비 디자인을 넣었다. 다만 뚜껑의 경우 편의성을 감안해 트위스트캡을 적용하고 알코올도수는 젊은 층의 기호를 반영해 16.9도로 정했다.

CJ제일제당도 레트로 열풍에 동참했다. 백설 브랜드의 정통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 제품은 1950년대 백설 브랜드의 초기 디자인을 활용해 뉴트로(New+Retro) 콘셉트로 만든 한정판 제품이다.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은 CJ제일제당 식품 사업의 근간이 된 설탕을 포함해 밀가루, 참기름, 소금 등 네 가지 제품으로 구성됐다. 설탕은 1950년대 초창기 제품의 눈꽃 모양 디자인을 포장지에 그대로 살렸으며, 밀가루도 초기 제품명인 ‘미인’의 디자인을 살렸다.

제과업계의 레트로 열풍 또한 뜨겁다. 롯데제과는 추억 속의 제품들을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재출시된 제품은 ‘사랑방 선물’, ‘육각 꼬깔콘’, ‘과자종합선물세트’ 등 3종이다.

SPC삼립은 ‘우카빵’과 ‘떡방아빵’을 선보인데 이어 1980년대 및 2000년 초반에 출시되었던 제품 ‘초코방울이’, ‘덴마크데니쉬’, ‘꿀떡꿀떡’을 추가로 출시했다.

오리온은 지난 2월 ‘치킨팝’을 기존 대비 10% 증량해 3년 만에 재출시한데 이어 지난달 마켓오 다쿠아즈도 5년 만에 다시 내놨다. 롯데푸드도 2011년 단종된 ‘별난바’에 새로운 맛을 추가한 ‘별난바 톡톡’을 선보였다.

유통가도 ‘레트로 판촉전’ 돌입

레트로 열풍은 유통가까지 스며들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삼양식품과 함께 ‘삼양라면1963’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식품·유통업계에서 불고 있는 뉴트로 트렌드에따라 국내 최초로 라면을 출시했던 삼양식품과 함께 이번 상품을 선보였다.

‘삼양라면1963’은 1963년 첫 출시 당시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뉴트로 콘셉트의 상품으로 당시 사용한 로고와 서체를 그대로 활용해 레트로 느낌을 살려 세븐일레븐에서 단독 출시된다.

GS25도 올해 초 뉴트로 콘셉트의 이색 초콜릿 상품 ‘이달의병재 2종’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으며 뉴트로 콘셉트를 담은도시락 ‘황금왕돈까스도시락’과 ‘경양식치즈함박도시락’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우유와 협업해 ‘롯데백화점X서울우유 레트로컵’ 1탄을 1000개 한정으로 선보여 3일만에 완판을 기록, 이에 2탄으로 상품 6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이밖에 롯데마트는 지난 1984년 출시돼 돌풍을 일으킨 국산 게임기 ‘재믹스’를 미니 버전으로 제작해 한정 판매에 나섰으며 현대백화점은 3040 고객들에게 익숙한 ‘패미콤’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는 ‘레트로 게임존’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유통가 관계자는 “레트로 콘셉트는 새로운 개발에 따른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이미 구축된 인지도와 소비자들의 향수 등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불경기 속에서는 이러한 저비용, 고효과가 가능한 레트로 마케팅이 더욱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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