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유통 유통전반 커버스토리
판촉 ‘갈등’, 유통 ‘휘청’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9.07.06 23:19
  • 댓글 0

7년 전 대규모유통업법이 도입되고 당국의 적발과 제재가 계속되면서 조금 나아졌다지만 유통업계에 판촉행사비 떠넘기기 같은 갑질이 여전하다. 저성장 속에서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유통업계가 소비자와의 첫 접점인 ‘판촉’ 경쟁을 강화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그런데 유통업체들의 ‘판촉’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사단이 났다. 격화되는 판촉 경쟁은 업체 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까지로 나아가면서 갈등이 확전 중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유통업계의 행사비용과 수수료 공개를 보다 확대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례: 생필품 제조 중소기업 A는 위메프와 쿠팡에 생필품 B를 공급 중이었다. 위메프는 B상품에 자사부담 판촉 쿠폰을 적용해 최저가에 판매했으나 A사가 임의로 판매가격을 수차례 상향조정하다가 결국 재고 수량이 충분함에도 이를 품절처리, 위메프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담당MD가 A사 담당자에게 사유를 물었다. 로켓배송 납품가보다 경쟁사 판매가격이 더 낮으면 쿠팡에서 임의로 A사 상품 판매가를 경쟁사 가격으로 낮추고 판매를 지속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손실은 A사가 부담하도록 전가했다. 온라인쇼핑 매출 1위인 쿠팡은 A사의 최대 거래처로 A사는 이에 불응하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잃을 처지였다. 이에 A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상대적으로 매출비중이 적은 위메프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위메프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하면서 주장한 사례 중 하나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4월30일 최저가 선언을 하고, 최저가 보상(특가클럽 회원 200%, 일반회원 100%)을 진행 중이다. 이후 주요 상품에 자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즉시할인’ 쿠폰을 적용, 최저가를 위해 공격적으로 판촉비용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즉시할인 상품 가운데 이유를 알 수 없는 품절처리, 판촉지원을 거절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위메프가 전액 판촉 비용을 부담해 판매가가 인하되면 더욱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이를 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게 위메프 측의 설명이다.

위메프는 해당 파트너사와 상품을 대상으로 원인을 조사했다. 배경에 쿠팡의 현행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부당경쟁 행위가 있다고 판단했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쿠팡이 배송서비스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처럼 위메프는 고객만족의 핵심이 ‘가격’이라고 보고, 차별화된 가격(특가)의 상품 제공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위메프는 쿠팡이 서비스를 앞세워 경쟁하는 것을 방해할 의도가 없으며 그러한 시도도 진행한 바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쿠팡은 빠른 배송을 앞세워 유통업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커머스 매출 1위라는 시장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판매자들은 쿠팡의 부당한 가격깍기 및 손실비용 전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 비용이 부담이 돼 위메프를 비롯한 타사의 최저가 상품을 판매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즉시할인 등 위메프의 전사 쿠폰 할인은 위메프 본사 부담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판촉적용을 받은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매출증대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 역시 싼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런데 쿠팡의 경쟁사 최저가 대응 방식 및 손실에 대한 납품업자 부담 정책은 △납품업자에게 자신의 판촉비를 부담시키는 부당함과 △이에 따른 납품업체의 경쟁사 판촉 중단으로 인한 소비자의 최저가 쇼핑 기회 박탈 △위메프 등 경쟁사가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 박탈 등의 부당함이 있다는 게 위메프 측의 주장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쿠팡이) 현행법상으로도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출혈경쟁에 고발까지 “터질게 터졌다”

위메트의 쿠팡에 대한 공정위 제소에 업계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유통업계가 출혈을 마다치 않는 ‘적자생존 경쟁’으로 치닫다 결국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네이버쇼핑을 공정위에 제소하기도 했다.

거대 유통기업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은 확전됐다. 이전투구의 양상이다. 논란 속에 위메프와 더불어 납품업체인 LG생활건강도 가세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공정위에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제소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대규모유통업자인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며 “쿠팡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 측은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 등은 내부 방침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엇갈린 주장 탓에 공정위의 조사가 끝나도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유통업체 간의 고발은 치열해진 경쟁 탓에 영역 없는 쟁탈전을 펼쳐야만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그동안 다른 업체들이 해오지 않았던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배송 서비스 실험도 그 중 하나다. 또 최첨단 물류 인프라, 결제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각의 반발을 유발했다.

로켓배송 당시에는 택배업계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업계 전문가들은 쿠팡에 대한 이 같은 견제가 영역의 구분이 모호해진 유통가의 치열한 경쟁과 여기에 따른 경쟁 업체의 공포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한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65% 신장한 4조4227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며 “이는 오프라인의 위기와 직결됐다”고 설명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지난해 성장률이 1.9%로 제자리걸음이다. 유통업체들이 제한된 내수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경쟁자를 용인할만한 여유가 없어진 상황이 돼 버렸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가격전쟁이 격화할수록 이 같은 불공정거래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출혈 전쟁이 심해질수록 앞으로 (업체 간 고발과 같은) 부작용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시장의 주도권 선점에 더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가격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과 같이 치고 올라오는 업체에 대한 견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이다. 위메프는 쿠팡이 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거나 배타적 거래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상품이 직매입일 경우에는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된다(박스 기사 참조). 또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거래법이나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공정위는 유통업체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조사에 대해서 비공개 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는 비공개 방침”이라며 “조사는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1년 안에 조사를 마치고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다른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 분야의 거래 규모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해 소비자와 납품업체의 피해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촉비 정보공개 확대 ‘해법 될까’

시장에선 일찍부터 이런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내놓은 ‘대규모유통업체 거래 중소기업 애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할인행사 참여 시 수수료율 변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변동이 없었다는 응답이 38.8%로 나왔다.

중기중앙회는 “납품업체들이 할인행사에 참여하면서 마진을 줄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수수료 인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이처럼 고질적인 판촉비 떠넘기기를 근절하려면 “행사비용과 수수료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특정 업체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보다 명확한 법적 체계와 규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공정위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 등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판매수수료, 판촉비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판매수수료율에 대해서 공개범위를 세분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공정위의 판촉비 정보공개 확대 움직임은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파격 할인’ 경쟁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메프의 쿠팡 제소도 업체간 ‘판촉’ 경쟁의 격화가 배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등요소를 본질적으로 줄여 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상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판촉비 비율은 50%를 넘기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의 ‘자발적 요청’으로 판촉이 이뤄진 경우 50% 상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일부 유통업계들이 이 같은 맹점을 활용, 판촉비를 떠넘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공정위도 이 같은 지적에 주목하고 있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청와대로 입성하기 직전 참석했던 유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광고판촉 활동을 하게 되면 유통업체는 납품업체에 조건 등이 담긴 서면을 내주고, 비용은 절반씩 부담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법 규정을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말 ‘판촉비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인터넷쇼핑몰사업자의 판매촉진 비용 부담 전가 행위에 대한 위법성 심사지침 제정안(이하 제정안)’을 행정 예고한 것은 ‘법의 우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제정안은 ‘판촉비 갑질’ 여부를 쉽게 판별하기 위해서 판매촉진 비용의 분담 비율에 관한 내용을 세분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촉진비에 대한 납품업체의 분담 비율이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정을 일부 업체들이 우회하면서 사실상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에서 출발한 제정안이다. 백화점·대형마트·인터넷쇼핑몰 등 대규모 유통업에서 나타나는 판촉비 전가 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겠다는 방향성 제시의 일환이다.

공정위는 간담회를 통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7∼8월 지침을 시행하고, 위법 행위가 계속된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관련 조사의 출발점은 판촉비 50% 분담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라며 “이후 더 심층적으로 살피다 보면 판촉행사의 자발성과 차별성 여부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판촉 갈등 관련 법조문

*대규모유통업법 제7조(상품대금 감액의 금지) 제1항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받은 상품의 대금을 감액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납품받은 상품이 계약한 상품과 다르거나 납품업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오손ㆍ훼손되었거나 상품에 하자가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해당 거래분야에서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기간 내에 상품대금을 감액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5조(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제1항

대규모유통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등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금전, 물품, 용역,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공정거래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不公正去來行爲’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1.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

2.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3.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

4.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5.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6. 삭제

7. 부당하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

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ㆍ대여금ㆍ인력ㆍ부동산ㆍ유가증권ㆍ상품ㆍ용역ㆍ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나.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ㆍ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

8. 제1호 내지 제7호이외의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