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시장에 ‘Z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 모바일 제너레이션이라고도 불리는 Z세대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 문화를 접해본 적 없고 어느 세대보다 개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30~40대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제는 소비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정의도 낯선 Z세대, 미래 고객으로 모셔야할 이들이 소비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알아봤다.

Z세대, 누구냐 너흰?
올해 청와대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는 키즈 콘텐츠 유명 유튜버 허팝과 헤이지니가 등장했다. 매년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에는 어린이가 선호하는 인기 연예인이 초대됐는데, 올해는 달라진 것이다. 이는 Z세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 ‘Z’,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라는 의미에서 Z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1995년~2005년에 때어난 세대로 14세부터 24세의 연령층을 지칭한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자라온 세대라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라고도 불린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IT기기를 자연스럽게 접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기기에 금방 적응하고 그것을 멀티 태스킹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고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도 한다.

Z세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며 또 이를 통해 관계를 맺는데 익숙하다. 이에 SNS상에서 유행하는 내용에 민감하고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지 않아 발생하는 소외 문제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적극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확산하는 데는 일조하지만 자신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것은 꺼리는 특징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사이버 테러 등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또 많이 접해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이 디지털 기기와 만나 지금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Z세대들은 본격적인 사회생활 시작에 따른 미래 소비자로서 30~40대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최근 소비 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인구 구성비 중 Z세대는 약 12.5%를 차지하고 이중 올해 성인이 되는 50%가 차세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군다나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계속되고 모바일 기기가 주요 매체로 부상하고 있는 현 시점에 디지털 경제의 주도층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튜브는 Z세대의 놀이터

Z세대가 본격적인 소비층이 되면 이들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모바일’과 ‘SNS’를 들 수 있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PC를 통해 교육과 학습을 했고 핸드폰·스마트폰 등이 익숙한 세대들이다. 특히 여느 연령층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사용 시간도 절대적으로 높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인터넷 서비스 동향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PC 인터넷 평균 이용 시간은 30~34세가 1180분, 35~39세가 1343분인 반면 13~18세는 418분, 19~24세는 486분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모바일 평균 이용시간은 19~24세가 9290분으로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게 나타났고 13~18세도 8889분으로 나타났다. 즉 10대, 20대는 PC보다 모바일 이용 시간이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특히 Z세대는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모바일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관련 사용 빈도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세대가 네이버, 구글 등 포털에서 검색했다면 Z세대는 모든 정보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습득하는 것이다. 실제 10~20대 이용자층에서 ‘유튜브’ 이용률은 압도적이다.

모바일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세대별 스마트폰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대는 스마트폰 앱 중 유튜브 사용 시간이 1위, 카카오톡이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닐슨 코리안클릭의 ‘Z세대의 스마트폰 이용행태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Z세대는 유튜브를 일평균 4.4회 실행시키고 51.5분을 이용하고 있어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외에도 페이스북·알송 모바일·네이버 웹툰·아프리카TV·트위터 등의 멀티미디어 및 SNS 이용 시간이 타 세대와 큰 격차로 높게 조사돼 타 세대와는 차별화된 Z세대의 스마트폰 이용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튜브 뿐 아니라 SNS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중요해졌다. 이들이 트렌드 생성이나 브랜드의 부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급식체’를 기반으로 한 ‘야민정음’이다. 야민정음은 어떤 단어의 글자들을 모양이 비슷한 글자로 바꿔 쓰는 것을 말한다. ‘멍멍이’를 모양이 비슷한 ‘댕댕이’로 표기하는 식이다.

실제 팔도비빔면은 ‘괄도네넴띤’을 출시했다. SNS상에서 팔도비빔면 포장지 글씨체가 괄도네넴띤처럼 보인다는 반응에 제품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위메프는 ‘읶메뜨’, 일리 커피머신은 ‘귀띠머신’, 호식이 두마리 치킨은 ‘호식이 득마리 치귄’으로 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Z세대들에게 모바일과 SN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이들은 전화나 문자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의견 교환도 공공연하게 노출되는 페이스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Z세대, 어서오십쇼~
이처럼 온라인·모바일 세상에서 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이들을 미래의 고객님으로 모실(?) 준비를 하고 있다. Z세대가 아직은 10대라 당장은 수입이 없지만 ‘엄카’, ‘아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고 SNS를 통한 막강한 파급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 수요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야구르트는 팔도비빔면의 35주년 한정판 제품에 ‘괄도네넴띤’이라는 상표를 붙여 야민정음을 이해하는 소비층을 공략했다. 제품성과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은 괄도네넴띤은 지난달 한정수량 500만개가 완판되며 Z세대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위메프도 특가이벤트 ‘익메뜨’를 진행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포진하는 등 관심을 모았다.

편의점 업계는 신용카드 발급에 제약이 있거나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10대 등을 위해 ‘결제 대행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GS25는 Z세대(10대·20대 초반)를 위한 모바일 쇼핑 플랫폼 ‘스타일 쉐어’와 손잡고 ‘온라인 쇼핑 결제 대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후 결제 방식을 ‘GS25 편의점 결제’로 하면 고객의 휴대전화로 바코드가 전송되고 고객들은 가까운 GS25에서 바코드를 제시하고 간편하게 현금으로 결제 할 수 있다.

GS25는 이번 결제 대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온라인 쇼핑 거래에 불편을 겪었던 10대 고객들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비스 시작 2주 만에 스타일쉐어에서 구매하고 GS25에서 결제를 한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섰다. GS25는 결제 대행 서비스에 대한 10대 고객들의 니즈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10대가 주고객인 쇼핑몰들과 제휴를 진행함으로써 고객 편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외식업계는 식품업체와 손잡고 Z세대 전용제품을 내놓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크라운제과의 인기 스낵 ‘죠리퐁’과 손잡고 5월 이달의 맛으로 ‘아이스 죠리퐁’을 출시해 화제다. 아이스 죠리퐁은 우유에 타 먹는 죠리퐁을 고스란히 아이스크림으로 구현했다. 죠리퐁맛, 우유맛 아이스크림에 초코 코팅된 죠리퐁까지 넣어 달콤한 맛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Z세대에 초점을 맞춰 대박을 노리는 스타트업 기업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스푼라디오’다. 일반인 DJ들이 채팅방처럼 라디오 채널을 열면 청취자들이 접속해 방송으로 소통하는 서비스로, 이 앱을 이용하면 누구나 개인 라디오 방송 DJ가 될 수 있다. 또 영상이 아닌 음성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고 개인이 더 쉽게 채널을 열 수 있어 10~20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해 누적 다운로드 수가 570만건을 돌파했고 월 순수 방문자(MAU) 수도 출시 2년 만에 25배 가까이 증가한 124만명을 기록했다. 현재도 하루에 약 2만6000개의 라디오 방송이 개설되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KB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굿워터 캐피털 등 한·미·일 3개국 투자사로부터 190억원을 투자받았다.

플리팝이 운영하는 ‘러블리 마켓’은 지난해 총 거래액 70억원을 돌파했다. 러블리마켓은 Z세대 여학생 전용 시장으로, 10·20대 인기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는 의류·화장품·장신구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을 Z세대의 부상으로 무엇보다 기존 브랜드 영향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이에 기존 기업들도 Z세대의 취향을 파악하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범준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온라인 구매에 능숙한 Z세대는 이미 가정 내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데 발언권과 결정권을 갖고 있다”면서 “이에 기존에 영향력 있던 브랜드들이 브랜드파워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기업의 ‘진정성’이 중요해졌다. 트렌드 분석 전문가 제프 프롬은 그의 저서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에서 “진짜 목소리를 공유하고, 진짜 대화를 나누고, 진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이들을 이해하고, 마케팅 대상이 아니라 인간으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사실을,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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