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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면세점, 진실 혹은 거짓말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9.06.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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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두 건의 소식이 시차를 두고 면세점 업계에 날아들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9월말로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는 3년여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견디지 못했다. 대기업의 자발적인 면세사업 철수에 시장이 놀랐다. 정부는 신규 면세점 5곳을 추가적으로 인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면세점이 없는 충청남도 지역에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사업 허가까지 포함하면 최대 6곳이다. 대기업도 면세점을 접겠다는 마당에 정부는 더 늘리겠다고 나섰다. 국내 면세점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짚어봤다.

한화갤러리아는 1885억원 규모의 서울 시내면세점(63면세 사업장)의 영업정지를 결정했다고 지난 4월 29일 공시했다. 손익구조 개선을 위한 적자 면세사업의 철수 결정이다. 2015년 면세사업권을 취득한 한화갤러리아는 줄곧 실적 하락세를 보였다. 2015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56억원, 2016년에는 12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에도 영업적자가 73억원이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화갤러리아는 고객 유치를 위해 한 때 매출액의 40%에 달하는 수수료를 여행사에 지급하는 등 과도한 수수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5년 당시 한화갤러리아와 함께 사업자로 선정된 두타면세점, SM면세점도 지난해까지 각각 6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을 이제는 믿지 않는다. 계속되는 적자는 구조적인 측면이 있었다. 업계전문가는 “면세점 사업은 재고를 쌓아놓고 운영하는 구조여서 특히 규모의 경제를 가져야 한다”며 “한화갤러리아는 63면세 사업장 1개만 존재해 규모의 경제를 가져가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두산 계열의 두타면세점은 바잉파워 부족 말고도, 후발주자라서 어려운 다른 이유 하나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명품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두타면세점은 당초 계획대로 명품 브랜드 유치가 되지 않자 병행수입까지 나서는 등 진땀을 흘리고 있다.

면세시장에 첫 발을 디뎠을 당시 두타면세점은 루이비통 브랜드로부터 입점 의향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직소싱이 안 됐고, 병행수입으로 명품 제품을 모아놓은 편집숍 ‘디메종’을 오픈했다. 병행수입은 제품 마진율이 낮아서 매출이 높아지더라도 수익성 개선이 힘겹다. 두산 면세사업은 3년여 기간 동안 630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갤러리아 철수, 양극화 심화
한국의 면세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19조원으로 글로벌 1위이다. 이처럼 커진 시장에서도 한화갤러리아는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외의 후발 주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소위 3강 체제는 되레 강화되고 있다. 완연하게 희비가 엇갈린다. 왜일까. 답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면세 시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대량매입과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높은 가격경쟁력과 상품 소싱력을 확보하고 있어서 성장이 가능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력이 빅3 업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롯데, 신라,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3곳의 매출 합이 업계 전체 매출의 77.4%에 달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면세업의 특성상 운영 매장이 많을수록 명품 등 유치에 유리하고, 구매단가도 낮출 수 있다.

업계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 업계 전문가는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 경쟁을 한다고 해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사 간 경쟁이 될 것”이라며 “몇 년째 적자를 보고 있는 후발·중소 면세점들은 대형사들과의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빅3를 둘러싼 시장환경은 큰 폭의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일관된 진단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국내 면세 시장은 전년 매출을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유의미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리셀러들이 기업화되면서 물량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 최근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한국 면세를 전략채널로 지정해 물량 배분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동안 한국면세점의 고질적 문제였던 인기 품목의 품절현상이 완화되며 면세점의 객단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점의 매출동향을 살펴보면 객수보다 객단가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지난 1월 국내 면세매출 신장률은 연간대비 11%였는데, 객수 성장률이 0%에 머문 반면, 객단가 성장률은 11%였다. 2월에는 추세가 더 심화돼 면세매출 신장률 31% 중 객수 증가율은 5%에 그쳤지만 객단가 증가율은 24%로 뛰어 올랐다. 국내 면세점이 중국 리셀러 매출만으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하반기부터는 인바운드 회복에 따라 관광객 매출이 추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6월부터 중국과의 항공노선이 증편된 데 따른 분석이다.

최근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한국과 중국은 양국 간 운수권을 주 70회 늘리기로 합의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인천~베이징, 인천~상하이, 부산~상하이, 인천~선양 등 인기노선에 추가 운항할 수 있게 된다.

크루즈와 전세기에서도 기대할 부분이 남아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한한령 이후 아직까지도 크루즈와 전세기를 금지시키고 있다. 배편의 경우 과거 연 300만명의 중국인 여객을 수송했었는데, 현재는 80만명만 수송하고 있다. 연 220만의 중국인 입국자가 줄었다.

이 연구원은 “전세기의 경우 정확한 여객 규모는 알 수 없으나, 과거항공편으로 연 550만명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400만명 정도만 들어오고 있다”면서 “전세기 금지와 양국 교류 감소 등으로 약 150만명이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루즈와 전세기의 운항 재개는 여기서만 중국인 인바운드 가 300만명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시 열리는 중국, 면세점 ‘청신호’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면세점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점쳤다. 박 연구원은 우선 대형 따이공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전체 따이공에서 인바운드 여행사를 통해 방문하는 일반 따이공과 면세점과 직접 거래하는 대형 따이공의 비율은 지난해 8:2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6:4로 바뀌었다. 대형 따이공의 비중이 더 커졌다.

전자상거래법 개정 이후 소득세 부담으로 따이공의 차익거래 폭이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한 소형 따이공 수요가 위축된 게 주된 이유다. 아울러 대형 면세점 업체들의 시장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대형 따이공들은 한 곳에서 많은 히트 아이템을 구매하려는 니즈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소싱 능력이 우위에 있는 대형 면세점 업체들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유민선 교보증권 연구원이 면세점 수요 변화를 살펴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유 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 중국 외래 여행객의 구조적인 증가가 한국행 인바운드를 성장시키고 국내 면세점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했다.

유 연구원은 우선 중국인 외래 여행객이 2018~2020년 연평균 12% 성장하며 2020년 2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 여행객의 한국 여행 비중은 2016년 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17년 사드 보복 조치 이후로 2.9%로 하락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로 제한됐던 한국 여행은 정부의 규제가 풀리고 점진적으로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 연구원은 “최근 화둥 지역 관광 일부 재개 등 한국과 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시그널은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며 “중국인 여행객 성장은 결국 국내 면세점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연간 35% 성장한 807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외국인 객수와 매출은 각각 28%, 41% 성장했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10%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 연구원은 “결국 면세점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따이공에 한정돼 있던 수요가 인바운드 관광객, 인바운드 여행사 증가 등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유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면세점 업체들의 매출 증대는 물론, 협상력 개선에 따른 알선수수료율 하락도 기대할 수 있다”며 “알선수수료율은 면세점 매출의 애초 15% 수준에서 30%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20%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로, 이는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면세점 추가, 빅3 ‘무풍지대’
정부가 신규 시내 면세점 최소 5곳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다. 면세점 시장의 수익성 개선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가능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유의미한 사업자가 신규로 들어 올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다.

면세점 추가에 따른 시장 확대의 기회가 빅3에게만 열려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업계 전문가는 “자본력이 있고 고객기반이 있는 3강 체제로 굳어지는 조치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이 전문가는 “추가 신청을 해도 (결국 신규 면세점은) 이들 3곳에서 할 것”이라며 “예전에는 (면세점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지만 사드 보복의 직격탄 이후 실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바잉 파워로 규모의 경쟁을 할 수 있고, 명품 브랜드를 소싱할 수 있는 대형 3사에게 유리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실체가 분명해졌다는 해석이다.

면세점 시장이 살아나는 조짐이 역력한 1분기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1분기 서울 시내면세점 실적을 보면 롯데나 신라는 연간 35% 내외 높은 신장을 보였다. 신세계도 20%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두산과 한화 매출은 역신장했다. 정부의 이번 신규 추가 승인에 대해서 시장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사실 기재부는 (면세점을) 하라고 (강제)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들어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백화점 채널을 갖고 있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면세점 업계의 재편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신규 승인 계획이 전통적인 면세 강자 롯데, 신라와 유통 노하우와 지리적 입지를 활용해 후발주자였음에도 3위 자리를 차지한 신세계의 3강 구도가 공고해지는 계기로 본다는 것이다.

수요공급으로 본 국내 면세점 시장 변천사 <발췌: 하나금융투자>

2009년~2010년
내국인 아웃바운드가 주 수요기반이었다. 2009년 중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2%밖에 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있었고, 군데군데 롯데와 신라간 경쟁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적도 있지만, 지속적인 내국인 아웃바운드 증가 대비 제한적인 면세점 공급으로 견조한 실적 개선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07년 205억원에 불과했던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 영업이익은 2010년 640억원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 내국인 아웃바운드는 인구는 1142 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3%밖에 되지 않았다. OECD 평균 50% 이상 아웃바운드 비율을 감안, 중장기 높은 성장 여력을 보였다.

2011년~2014년
중국 인바운드로 수요기반이 바뀌었다. 일본 대지진(2012년)으로 단기 수요 위축 시기가 있었지만, 추세적으로는 중국 인바운드 확대시기였다. 2010년 19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중국 입국자는 2014년 613만명, 2016년 800만명을 넘게 됐다. 더구나 중국인 관광객은 객단가가 내국인의 2.5배(천 달러)에 달했기 때문에 내국인 아웃바운드 2000만명과 맞먹는 시장이 새로 열린 것이다.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 영업이익은 2010년 640억원에서 2014년 1490억원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이후 14억 중국인 소비가 국내외적으로 본격화된 만큼, 그 한계가 어디가 될 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다.

2015년~2017년
절대적·상대적 공급 증가로 수요 우위 시장이었다.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로 수요가 크게 줄었고, 2016년에는 신세계·한화·두산·하나투어 등 대기업들이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공급이 크게 늘었다. 2016년에는 중국 인바운드가 807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선수수료가 매출 대비 30%이상까지 상승하면서 면세점들의 영업이익률은 급락했다. 중국 관광객을 가이드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전성기였다.
2017년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조치로 중국 인바운드가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대기업 신규 면세점 업체들의 구조조정은 긍정적이었지만, 절대적인 수요가 크게 줄면서 상대적인 공급 증가 국면, 수요자 우위 시장은 계속됐다.

2018년~현재
협상력은 다시 공급자에게 넘어오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 구조적 변화가 눈에 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가장 싸게 다양한 신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 매장이 한국 면세점이다.

사드 보복조치는 여전해서 중국 인바운드 증가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따이공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한국 면세점은 소매가 아닌 도매업자가 됐다. 면세점의 ‘글로벌 브랜드 공급력’과 따이공의 ‘수요 시장 절대적 지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제품 공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들 제품에 대한 소싱 능력이 우수한 대형 면세점 업체들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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