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서문 중에서

 

 

 

꽃이 피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니 봄이 왔나보다. 이럴 땐 채광이 좋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미지근한 레몬티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런 내 기분처럼 차분하지만 또 따뜻한 책이 없을까 하고 집은 책이 바로 <말의 품격>이었다.

<말의 품격>은 <언어의 온도>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언어의 온도>가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옆 사람으로부터 전해 듣는 느낌이었다면 <말의 품격>은 말에 품격이 담길 수 있는 방법을 강의 듣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작가의 인문학적 소양에 감성이 더해져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이는 말도 마찬가지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그래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은 입‘구(口)’가 세 개 모여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말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를 읽는 것이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이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의 품격>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하는 말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궁금했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꽃이었을지 창이었을지 말이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나의 말에서 꽃향기 같고 따사로운 인향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입이 아닌 귀를 내어주어 상대의 마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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