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감사보고서

▲전자상거래의 지속 성장 ▲면세점의 회복 ▲백화점의 수성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부진.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의 업종별 성적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렇다.
개별 업종에 따른 희비를 제외하고 보면 전반적으로 온라인의 성장과 오프라인의 정체 흐름이 강화됐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업종은 영업이익이 축소되거나 정체를 겪고 있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경쟁력 하락은 온라인의 침투로 시장 지배력을 급격하게 잃었고, 동시에 경기 전반적으로 소비시장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드보복 해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몰려오면서 면세점 업종은 활기를 찾은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유통업의 경기는 부정적이었다. 전자상거래를 제외한 대형마트, 백화점, 수퍼마켓, 편의점 등 소매유통업 전분야에 대한 경기 침체가 4분기 내내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소매유통업체 1000개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으로 꾸준하게 하강곡선이었다.
업태별로 살펴봤을 때 전자상거래만 낙관론이 우세했을 뿐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사업에 있어서는 부진을 우려하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다만 사드보복 해제 분위기를 타고 중국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는 면세점은 웃음을 띠었다.

백화점 의외의 선방…명품 빛났다

유통업계의 맏형인 백화점은 지난해 의외의 선방을 했다. 최근 몇 년 새 점진적이기는 하기만 추세적인 우하향 곡선의 실적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지난해에 백화점은 국내 매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 벽을 넘어섰다. 2009년 20조원을 넘어선 지 9년 만이다.
국내 유통업의 성장을 이끌어가던 백화점은 최근 4~5년 동안 경기 침체와 소비 트렌드 변화, 강화된 유통규제 등의 영향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고소득층이 즐겨 찾는 명품 매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적인 매출을 견인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4조5508억원, 영업이익 24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0.2%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3조2318억원의 매출로, 2017년보다 0.7% 늘었다. 영업이익은 7.4% 늘어난 4248억원이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매출 1조8622억원, 영업이익 3567억원을 올렸다.
백화점 업계의 실적은 단연 명품이 이끌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 가량으로 추정된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도 전년에 비해 약15% 늘었다.

무리한 출점 대신 점포의 비용, 공간 효율화를 노린 점도 유효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을,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을 각각 2018년 개조 후 재개장했다. 양사 모두 내부 공간을 늘려 신규 매장을 입점시키고 면세점도 개장했다. 올해도 백화점들은 영업 규제 강화, 시장 포화 등으로 어려움을 대비해서 실적 부진 점포를 정리하며 군살을 뺀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은 미니백화점 엘큐브 매장 5곳 가운데 서울 홍대점·부산 광복점 문을 닫았고, 안양점도 정리한다.

대형마트 돌파구는 온라인뿐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업계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2015년 -3.2%, 2016년 -1.4%, 2017년 -0.1% 등 해마다 역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유통업계에서 26.3%를 차지하던 마트업계 매출 비중은 지난해 22% 까지 줄었다.

대형마트의 부진한 실적은 소비패턴 변화 때문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온라인쇼핑이 대중화되며 소비자들이 점차 오프라인 채널을 찾지 않아서다.

업체별로 보면 지난해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9% 줄어든 462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 선두 업체인 이마트 오프라인 매출은 11조5223억원으로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26.4%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매출은 6조3170억원,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각각 0.1%, 79% 줄었다. 4분기의 경우 매출은 1조4983억원으로 3%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1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인 신선식품 시장에 온라인 쇼핑몰들이 속속 진출하며 대형마트의 매출에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대형마트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자 각 업체들은 온라인 사업 강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룹의 핵심 역량을 모두 집중해 온라인 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신세계는 올해 출범하는 온라인 통합법인 매출을 3조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5월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 통합을 선언했다.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입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0년까지 하나의 쇼핑앱으로 롯데 유통사의 모든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도 구현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다른 관계자는 “올해 영업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온라인 맞춤으로 체질 개선을 꾀하는 만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상거래, 커진 몸집·경쟁도 ‘격화’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몸집을 크게 키웠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 한 업체에서만 매출 4조원이 넘었다.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업체들의 적자는 여전하다.

티몬은 최근 2018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며 지난해 매출이 497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영업손실이 1255억원으로 전년대비 7% 늘어난 것이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4294억원과 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이 전년보다 6.4% 줄었다고 하지만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1번가도 계속 적자이다. 지난해 678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선두 업체인 쿠팡은 지난해 매출은 4조4227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4.7% 성장하며 국내 전자상거래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역시 전년 대비 71.7% 늘어난 1조970억원이었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했던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의 실적도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3.1% 늘어난 981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2.1% 줄어든 486
억원을 기록해 4년 연속 감소세이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하나같이 거래액과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유통대기업들이 대거 온라인 시장으로 몰렸고, 과도한 경쟁이 유발되면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본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해외 유명 업체도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누적 거래액(10월 기준)은 9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11~12월 거래액까지 합산되면 100조원을 넘어 1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성장세 ‘주춤’·수익성 ‘위축’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업태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년 동안 지속 성장해 왔다. 1인 가구 시대에 편의점이 최적화된 유통업이고, 안정적인 창업으로 편의점을 선택한 가맹점주들이 많았던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편의점의 성장세에도 지난해 실속은 주춤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대규모의 상생 지원금 등이 편의점 업계의 성장 발목
을 잡았다.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편의점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편의점 빅3’의 영업이익률은 하락곡선을 그렸다. GS25는 지난해 매출액 6조5510억원, 영업이익 192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9%였는데, 이는 2017년(3.3%)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CU도 마찬가지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액 5조7758억원, 영업이익 189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3%였다. 2017년에 4.3%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하락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매출액 3조9309억원, 영업이익 429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3조8426억원) 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률이 1.1%에 그쳤다.

편의점업계의 수익성 악화의 배경으로는 상생 지원금이 지목된다. 편의점업계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워진 가맹점주들을 돕기 위해서 거액의 상생 지원안을 내놓은 바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들의 매출
규모는 성장하고 있으나 상생 비용 부담으로 영업이익률은 점차 하락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그룹의 전면적인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마트24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이마트24는 1조379억원의 매출에, 영업손실 396억원을 기록했다.

면세점 중국인 관광 재개 ‘함박웃음’

지난해 면세점은 모처럼 웃었다. 면세점 빅3의 매출만 해도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소위 ‘사드 정국’이 풀리고, 중국인을 대표로 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이 같은 성적이 가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세계 1위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5조3075억원의 매출에 20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신라면세점도 4조2369억원의 매출에 19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후발주자의 대표격인 신세계면세점도 약진했다. 2조84억원의 매출에 38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 이로써 적자의 늪을 벗어나 향후 성장을 기대하게 됐다. 면세점은 올해 성장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매출 성장의 동력인 외국인 방문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외국인 방문객 수는 지난달 169만620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5% 증가했다. 이는 2017년 3월 중국의 한한령(한류제한령) 이후 역대 최다 외국인 수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국내 면세점 매출이 올해 들어 석 달 연속으로 월간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1656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외국인 매출과 이용객 수 증가가 월 매출 2조원 시대를 연 것이다. 전체 매출의 85% 가량을 차지한 외국인의 3월 매출은 전월보다 30%나 늘어난 1조8330억원으로 나타났고, 외국인 객단가 역시 108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용객 수도 늘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의 따이공(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화장품 수요 등이 늘면서 면세점 매출이 증가했다”며 “(올해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단계판매, 애터미의 ‘1조 클럽’ 등극

다단계판매 업계는 회복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특수판매공제조합이 내놓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총 매출액은 5조4060억원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째 정체기에 머물렀던 탓에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암웨이와 애터미가 양대 산맥으로 중심을 잡아주었다. 부동의 업계 1위 업체인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1조16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서 0.1%의 소폭 성장에 그치기는 했지만 수성에는 성공했다.
이 같은 한국암웨이의 성적과 비교하면 애터미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애터미는 지난해 처음으로 1조 매출을 넘어섰다. 1조106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 전년에 비해서 무려 21.3%의 매출 성장세를 보여줬다. 당기순이익으로만 보면 1200억원을 넘는 성적표를 받아서, 한국암웨이 769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애터미는 올해는 창립 10주년이 되는 해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우선 신사옥으로 이전을 했고 성장잠재력이 큰 러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과 중국 시장에 진출을 앞두고 있어 올해에도 지난해 못지않은 성장세가 점쳐진다.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도 성장세가 눈부시다. 시너지월드와이드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대비 33.7% 상승한 803억여원을 기록했다. 탄탄한 조직과 꾸준한 신제품 출시 및 제품 업그레이드 등이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7년 큰 하락세를 보였던 아프로존은 지난해 다시 회복세를 띄었다. 아프로존은 지난 2017년 대비 약 35.9% 상승한 739억여원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아프로존은 올해 신제품 출시해 제품력을
강화하고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 더욱 강력한 루비셀 제품 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토탈스위스코리아가 전년동기 대비 91.1%라는 놀랄만한 성장률을 기록했고 과거 아이쓰리샵으로 황금기를 보냈던 투에버는 지난해 24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무려 58.9%의 매출 성장을 이룬 것. 외형만 커진 게 아니라 실속도 챙겼다. 투에버는 지난해 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도 투에버의 당기순이익은 9억6000여만원이었다. 5배 가까이 이익을 더 올린 셈이다.

이에 반해 봄코리아·미애부·굿모닝월드 등은 만만치 않았던 지난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멀리 뒷걸음을 친 업체는 봄코리아다. 봄코리아는 지난해 2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도에는 7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곳이 봄코리아는 무려 66.71%나 후진했다. 봄코리아가 2016년도에 11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되는 역성장이다.

미애부는 50.6% 역성장한 지난해 2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굿모닝월드도 33.0%의 뒷걸음질을 치며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크릿다이렉트코리아는 매출액은 상승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크릿다이렉트코리아 관계자는 “생활용품 브랜드 ‘아이언플라워’와 프리미엄 건강식품 브랜드 ‘라이프 바이 시크릿’은 국내 유수 기업들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기획 생산됐고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과 같은 시크릿의 일부 화장품도 국내 업체에서 제조하게 되면서 지급한 대금만 무려 815억원을 웃돈다”면서 “여기에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전임 경영진이 들여온 차입금 등 경영상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각종 부채를 대부분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영상의 잠재 위기요인을 지난해 모두 해소한 만큼 소비를 증진시키는 마케팅에 주력해 제품 경험에
의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면, 매출과 손익 등 모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 120억원이 넘거나 부채총액이 70억원 이상이고 자산총액이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는 독립된 외부의 감사인에 의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유니시티코리아와 ACN코리아, 메리케이코리아 등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외부감사 대상 기업에서 빠졌다. 또한 감사보고서상의 매출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다단계판매 업체 정보공개 상의 매출
액과는 부가가치세 등 상이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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