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고려산>

4월은 봄이 절정이다. 탐스러운 연두색 잎들이 돋아나고 여리고 고운 꽃들이 앞다퉈 세상구경에 나선다. 이맘때 만사 제쳐놓고 찾아야 할 곳이 강화도 고려산이다. 436m의 나지막한 높이에 어린아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수월한 등산로, 게다가 이맘때 절정을 이루는 진달래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펴 사뿐히 즈려 밝고 다니기 좋다.

분홍색의 변신은 무죄

진달래와 철쭉은 봄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가장 반기는 꽃이 아닐까? 대구 비슬산, 여수 영취산, 창녕 화왕산 등이 진달래로 유명하다지만 대부분 영남과 호남에 모여 있다. 그나마 강화도에 고려산(436m)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고려산의 원래 이름은 오련산이다. 몽골이 고려를 침략하자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고려산으로 이름이 바꿨다고 한다. 고려산에는 고구려 장군 연개소문이 살던 집터와 무술을 연마하고 군사훈련을 시켰다는 치마대, 말에게 물을 먹였다는 5개의 연못 오련지가 남아 있다. 산의 규모는 작지만 전설과 역사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흥미롭다.

고려산 진달래꽃은 4월 중순에 만개한다. 기온에 따라 3~4일씩 빨라지거나 늦춰지기도 한다. 요즘 같은 날씨라면 조금 빨라질 전망이다.

30여 년 전 고려산에는 지금처럼 진달래가 많지 않았다. 1980년대에 큰 산불이 나면서 민둥산이 됐는데 그 이후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진달래를 심어 오늘에 이른다. 산불이 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덕에 지금처럼 진달래 군락지가 조성되었다니 아이러니하다.

분홍색은 공주 같은 딸아이의 옷이나 방을 꾸밀 때, 또는 학용품을 살 때 필수적으로 선택하는 색이다. 하지만 그것이 군락을 이루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수하고 예쁘기만 한 꽃이 기방의 요염한 기생의 색으로 변한다. 한술 더 떠 진달래꽃이 붉은 태양마저 삼키려 한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분홍의 유혹에 빠지고 싶은 등산객들은 그 황홀한 느낌을 잊지 못한 채 매년 고려산을 찾는다.

진달래꽃이 해풍에 몸을 맡기고 왈츠를 추다

 등산 코스는 백련사를 기점으로 고려산 정상, 진달래 군락지, 고인돌 군락지, 낙조봉을 거처 미꾸지 고개로 하산한다. 총거리는 7.4km이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안팎이다. 가장 짧은 코스는 청련사를 기점으로 고려산 정상을 거처 고비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거리는 3.4km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길은 백련사 코스가 일반적이다.

등산로 초입에는 아직 개나리가 한창이다. 벚꽃은 엔딩을 맞아 꽃잎을 휘날린다. 등산로에 진입하면 곧이어 진달래가 환하게 꽃을 피워 맞아준다. 화려한 등산복과 화사한 봄날의 색감이 더해져 발걸음이 가볍다. 백련사를 지나 15분 정도를 오르면 고려산 정상이다. 발아래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먼 곳에 갯벌과 바다가 펼쳐지고 가까운 곳에는 진달래꽃이 뭉근하게 피었다. 산 전체를 한눈에 담은 뒤 10여 분을 더 걸어가면 진달래 군락지 속에 파묻힌다. 등산객이 진달래와 함께 꽃으로 피어난다.

군락지에는 나무 데크를 설치해놓아 걷기에 수월하다. 데크를 따라 걷는 동안 온통 진달래꽃대궐이다. 바닷바람이 진달래 가지를 부여잡고 흔든다. 은은한 꽃내음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고려산 진달래꽃은 내륙의 것에 비해 색이 선명하고 곱다. 아마도 강화도의 맑은 공기와 해풍이 한몫했을 것이다.

▶ 여행정보

○ 찾아가는 방법 : 백련사 코스를 선택할 경우 축제기간(4월 13일~4월 21일)에는 강화역사박물관 고인돌 광장 주차장을 이용하고 걸어가는 편이 좋다. 주차요금(5,000원)은 ‘강화도사랑상품권(5,000원 권)’으로 교환해준다. 강화군내 가맹점으로 가입된 모든 업소(먹거리 장터, 풍물시장, 식당, 주유소 등)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 문의 : 강화군 문화축제 032-930-3124, www.ganghw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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