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 소비심리 위축…4조원 시장 눈앞

이제 엄마 밥상을 그리워 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누구나 혼자서 가정식 음식을 간편하게 조리하여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집에서는 흔히 즐길 수 없었던 어려운 조리법의 음식들조차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는 HMR(가정간편식) 시장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직장인 박석현 씨(가명)는 7년째 독신으로 독립하여 생활하는 직장인이다. 예전에는 혼자 O사의 3분 요리나 컵라면 등으로 한끼를 채우기 일수였다. 그것도 지겹다하면 집 근처의 도시락 전문점에서 도시락을 사다 먹는 것이 전부였다. 가끔 엄마가 해주던 집밥이 그리울 때는 주말에 지방에 있는 부모님 집을 들리기도 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박 씨의 모습은 달라졌다. 집에서 혼자 유럽식의 스테이크를 즐기기도 하고 혼술을 하며 안주로 닭발을 즐기기도 한다. 아침에는 다양한 국으로 속을 달래고 저녁에는 근사한 요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는 다 HMR 시장의 성장 덕분이다.

HMR 시장 연평균 21% 성장…4조원 규모
가정간편식 시장이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1인가구 시대의 확대,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집에서 음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날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0년 9000억원에서 2018년 3조원대으로 연평균 21% 정도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올해 HMR 시장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MR 시장의 고급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외식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음식들을 집에서 간편식으로 즐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HMR 시장이 17조~20조 시장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세를 볼 때 현재는 블루오션임에 틀림없다.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롭고 다양한 니즈 덕분에 HMR 시장은 보다 세분화되고 다양화 되고 고급화 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시장 잠재력을 보고 사업진출을 노리는 기업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시장을 가만둘리 없다. 기존 식품업체는 물론 유통, 제약, 바이오, 호텔 등 산업 각 분야에서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롯데푸드는 냉동간편식 시장에 초점을 맞춰 올해 2월 말 ‘쉐푸드’를 신규 론칭했다. 셰프가 만든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이라는 뜻의 ‘쉐푸드’ 9종을 출시했다. 제품에는 ‘터널식 급속냉동’ 기술을 사용해 조리 직후의 맛과 모양을 보존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12월 말 자체 브랜드 ‘고메이494’를 통해 HMR 제품 5종을 출시했다. 현재는 시장진출 초기 단계로 갤러리아백화점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나 향후 품목수를 다양해 사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호텔업계도 자사 호텔 내 유명식당 브랜드를 내세워 프리미엄 HMR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워커힐은 자사 호텔 내 중식당인 명월관 브랜드로 올해 1월 명월관 갈비탕을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호텔 내 판매되는 인기 메뉴를 HMR 상품화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조선호텔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내 유명 중식당 호경전을 브랜드화해 볶음밥 2종을 내놨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6월 리뉴얼 론칭한 종합 가정간편식 브랜드 ‘소반’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편의점 HMR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소반’은 ‘바쁜 당신을 위한 가장 편리하고 행복한 식탁’이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식사 뿐만 아니라 반찬, 안주까지 1인 가구 식생활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약사도 HMR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광동제약은 전통 한방의약을 접목한 콘셉트로 지난해 12월 중순 ‘광동약선’ 브랜드를 선보였다. 광동제약은 진쌍화 엑기스, 헉개나무열매, 옥수수수염 등 광동제약이 두각을 나타내는 원료를 함유한 제품 등 건강식으로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업체간 위생 차별화로 경쟁
가정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체간 경쟁이 ‘위생’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체간 재료 선정부터 생산시설 차별화로 위생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 HMR 전문기업 프레시지는 주요 제품에 사용되는 소고기는 북미산 프리미엄 소고기 브랜드 엑셀비프를 사용한다. 사육 환경부터 제품 패키지까지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7단계 시스템을 적용하고 미국 농무성(USDA)의 기준을 통해 식재료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내세우고 있다.

동원홈푸드의 HMR 전문 브랜드 더반찬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해썹을 획득한 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마이셰프는 유명 식당이나 메뉴의 레시피를 재료 형태로 배달해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있도록 손질된 신선한 식재료와 소스를 담은 밀키트를 선보였다.

이에 HMR 관계자는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업체간 경쟁도 심화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업체간 경쟁으로 인해 HMR 시장은 더욱 위생적이고 더욱 고급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신뢰를 줄 수 있는 건전한 시장으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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