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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배송, 힘겨운 배달맨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9.04.0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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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이 없다. 새벽에 나가서 9시~10시에 끝난다. 개인사업자니까 퇴직금 없고, 세금도 본인이 다 내야한다. ”한 택배맨의 푸념이다. 배송기사, 일명 택배맨과 관련한 논란이 증폭 중이다. 택배업의 급속한 확장에 따른 결과로 꼽힌다.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온라인을 이용하는 쇼핑이 일반화됐고, 배송시장이 급격한 확대 중이다. 자연스레 유통업체간 경쟁이 격화됐다.
그러면서 당일배송 도입으로 성장세를 탔던 쿠팡의 택배맨은 노조를 결성해 경영진에 ‘돌직구’를 날리고 있다. 택배업 내의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업 발전과정에서 배송시스템의 첨단화는 당연하다. 문제는 경쟁과 첨단 속에서 현장 택배맨들의 고달픔도 무한정 커진다는 데 있다. 공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택배를 시작한 지 3년이 됐다는 김모씨는 ‘용차’ 소속이다. 본인이 차량지입 형태의 개인사업자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건을 집하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김씨는 매일 오전 7시까지는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이 먼 사람들은 새벽 5시 전후해서 일어난다.
김씨에 따르면 7시부터 (배달할) 물건을 내리는데, 이 때부터 구역 하차를 해야 한다. 택배 기사들이 하루에 방문하는 배달처의 수는 모두 다르다.

김씨는 “적게 하는 사람은 2000개(한달), 많이 하는 곳은 1만개를 한다”며 “(속해 있는 사업장이) 회사와 대리점마다 다르지만 급여는 한 만큼 나온다”고 말했다. 택배 기사의 물건 한 건당 500원이라는 말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김 씨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진의 경우 평균 800원 정도 될 것”이라며 “천차만별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의외로 택배를 통해서 고액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도 회자된다.

김씨는 “돈만 봐서는 적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실상을 알면 못 할 짓”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기 시간이 없다. 새벽에 나가서 9시~10시에 끝난다. 개인사업자니까 퇴직금 없고, 세금도 본인이 다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배송의 속도를 비롯해 편리성을 나날이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택배업의 고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택배맨들의 고달픈 현실은 국내 유통기업들 사이에서 갈등으로 표출된다. 배송기사 노조가 경영진에 구체적인 요구를 내걸고 투쟁에 나섰을 정도다.

대표적인 곳은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다. 이 회사는 택배 업계 최고 대우를 내세우면서 쿠팡맨으로 사회적 인지도를 높인 바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비정규직 이제 그만, 성실교섭 이행하라”는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이슈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쿠팡맨 “휴식 반납하고 일하는데…”
최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는 노조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노조는 ‘70% 비정규직 쿠팡맨 정규직화 쟁취 성실교섭 이행 쿠팡노동조합 투쟁선포’를 내걸었다.

쿠팡맨 노조측은 “현재 쿠팡맨 3500여명 중 70%가 계약직인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쿠팡은 비정규직 쿠팡맨들과 6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을 무기 삼아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새벽 배송을 추진하는 등 ‘갑질’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것처럼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 2014년 택배 인력 직접고용을 통해 ‘쿠팡맨’을 도입했다. 쿠팡은 당일배송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2017년 말까지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쿠팡맨 1만 5000명을 채용하고 이 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허언이 됐다. 노조가 파악하고 있는 현재 쿠팡맨 인력은 3500여명에 머물러 있다. 정규직 비율도 목표에 절반도 안 되는 30%에 불과하다. 

쿠팡맨 노조측은 “회사에서는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통해 의도적으로 그 비율을 지켜온 것 같다”며 “부족한 인력은 ‘쿠팡플렉스(일반인의 자가용 배송)’를 도입해 메운다”고 주장했다.

쿠팡플렉스는 현재 가장 첨예한 갈등사안이다. 택배맨들 사이에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쿠팡플렉스는 배송기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배송에 참여한다. 쿠팡이 필요할 때마다 임시직을 섭외해 개인에게 배송을 맡기는 방식이다. 

쿠팡플렉스 지원자는 가까운 쿠팡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직접 받아와 지정한 아파트 단지에 상품을 전달한다. 원하는 요일, 일수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면서 시간당 2만5000원가량을 벌 수 있다. 지원자는 하루 단위 계약서에 서명하고 일을 한다.

유통업계에서는 ‘플렉스는 쿠팡 소속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쿠팡맨에 비해 직업의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또 배달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을 개인이 져야하는 것은 플렉스 배송기사에게는 일종의 함정이 된다. 쿠팡플렉스 지원자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이다.
쿠팡이 이들 프리랜서에게 물건 배송을 위탁한 것이기 때문에 배송 사고 발생 시 1차적인 책임은 이들이 지게 된다.

쿠팡플렉스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생긴 갈등도 있다. 수도권의 한 쿠팡 물류센터는 3000원이던 쿠팡플렉스 배송 단가가 750원으로 낮아졌다.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으로 일감을 배분받는 쿠팡플렉스들은 ‘이 가격으로 못하겠다’ ‘기름값도 안 나온다’라며 ‘한 명도 배송 나가지 말자’는 대화를 나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일에서 새벽배송까지 ‘경쟁 격화’
최근 몇 년 사이에 택배맨과 관련한 논란이 이처럼 불거지고 있는 배경에는 택배업의 급속한 확장이 자리하고 있다.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를 대표로 해서 거의 모든 가구들에서 온라인을 이용하는 쇼핑이 일반화됐고, 자연스럽게 배송 시장이 커졌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기업들은 배송에 주력하게 됐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는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91조3000억원)보다 22.6% 증가한 11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100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전체 소매 판매(소비)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18.5%였다. 전년(16.2%)에 비해 2.3%포인트 확대됐다.

확장되는 시장을 놓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까지 배송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통업계에 이른바 ‘배송 전쟁’이 격화됐다. 일일배송이 확대됐고, 이를 넘어서는 새벽배송도 규모를 크게 늘리며 확산 중이다. 여기에 일부 유통업체는 30분 배송 도입까지 선언하고 있는 양상이다.

당일 배송 서비스는 지난 2006년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시작됐다. 이후 국내 당일배송 서비스가 여러 유통업종에 활발하게 도입됐다. 2014년 쿠팡은 자정까지 구매 시 다음날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경쟁을 주도했다.

2015년 마켓컬리는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의 배송전쟁은 극단을 향해서 치닫고 있다. 이른바 샛별배송의 등장이다. 샛별배송은 자정 전에 구매하면 아침 7시에 배달해주는 마켓컬리의 서비스이다. 지난해 7월에 이미 하루 평균 1만건을 돌파했다.

마켓컬리의 성공사례는 유통업계 전반에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의 불을 붙였다. 2015년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 40배 넘게 시장이 커진 셈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다 빠른 배송시간을 선포하고 나섰다. 쿠팡, GS리테일 등이 새벽배송 도입을 잇따라서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쿠팡은 지난해 10월 고기, 계란 등 신선식품을 자정까지 구매하면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로켓프레시’를 도입했다. 현재 로켓프레시는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를 도입해 서울 전 지역에 새벽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맏형인 백화점까지도 새벽배송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1일 반찬 구독서비스를 도입했다. 정기 구독자에게 익일 오전 7시까지 반찬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 보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4일 오후 4시 이전 주문 시 익일 7시까지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새벽식탁’ 배송을 도입했다.

대형마트도 빠질 수 없었다. 홈플러스를 제외한 이마트, 롯데마트 등도 빠른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금천점을 시작으로 ‘QR코드 스캔 3시간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제품 앞에 표기된 QR코드를 스캔·결제 하면 3시간 내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롯데마트는 유통업계 처음으로 30분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스피드전쟁에 정점을 찍은 것이다. 30분 배송은 현재 유통업계 중 최단 배송 서비스이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객이 고른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 차량에 싣는 과정을 최대한 단축하고 퀵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전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익일배송은 이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기본 서비스’가 됐다. 심지어 홈쇼핑 업체들도 온라인 숍에서 일부 제품을 당일배송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와 5G의 등장과 같은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향후에도 온라인 쇼핑 이용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이 온라인 쇼핑 위주로 바뀌면서 이제 ‘배송’이 업체들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무기’가 됐다. 유통업계의 배송 경쟁에 ‘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치열한 양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빠른 배송을 위해 유통업체들은 시설 투자에 속도를 냈다. 이마트의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시설법인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물류·배송인프라를 확장해 경기도 용인과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세우고 자동화, 재고관리 등을 적용시켰다.

이마트의 인터넷 쇼핑몰인 이마트몰은 3시간 간격으로 배송시간을 선택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롯데는 물류에 로봇이 투입된다. 우선 적용한 곳은 롯데슈퍼이다. 롯데슈퍼는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도입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롯데 ‘오토프레시’ 의왕센터를 최근 가동했다. 오토프레시 의왕센터는 주문에서 포장까지 7분 안에 이뤄진다. 모두 19대의 운반 전용 로봇이 초속 3.1m의 속도로 움직여 상품의 입·출고를 담당한다. 

하지만 아직까진 로봇과 피킹(상품 선별 후 배송 바구니까지 담는 과정) 담당 직원이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는 즉시 센터 안에 있는 로봇이 상온상품을 바구니에 담아 컨베이어벨트에 실으면 피킹 직원이 냉동·신선·대형 상품을 추가로 바구니에 담는다. 의왕센터는 모두 3000여 개의 상온상품을 갖추고 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기존의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인 ‘롯데프레시’보다 배송 건수에서 두 배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며 “지속해서 늘고 있는 롯데슈퍼 온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배송의 한계를 극복하고 물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이라는 설명이다.

유통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자동화 시스템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활용도 있다. 단순히 고객의 취향을 탐색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객이 ‘주문하실’ 물건을 알아서 미리 매칭해 챙겨놓는다. 로켓·새벽 배송이 가능해진 진짜 이유로 본다.

예를 들어서 밤 11시59분에 주문한 전복이 다음 날 아침 7시면 도착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가 빅데이터 활용이다. 유통업체들은 축적된 데이터에서 인공지능의 분석을 통해 주문량을 예측·확보하는 게 가능해졌다. 최단거리 배송 경로까지 계산하고 나면 신속한 배달이 이뤄진다.

택배업의 오래된 난제는 ‘어디 사는 고객이 언제, 무엇을, 얼마나 주문할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상품을 보관하는 창고’와 ‘재고’에 대한 의사결정에서의 혼선을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유통기업들은 이런 난제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기법으로 극복해내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물류 혁명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물류에 드는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다. 또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바꾸며 편의성을 높였다. 반면 이와 같은 물류혁명은 택배맨들의 업(業)을 한층 더 ‘고달프게’ 만들었다. 배송시스템의 진화과정이 만들어 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소비자 편의는 증대되고 있지만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배송기사는 도로위에서 위험한 질주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건 하나의 단적인 사례로 거론 된다.

실제로 지난해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발표한 배달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송기사 5명 중 1명은 업체로부터 30분 내 배달을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배송기사의 업무시간은 10분 미만(48.2%), 10~20분 미만(41.4%)으로 집계됐다. 20분 이상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10.4%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5%의 배송기사가 “배달 중 사고가 발생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빠른 배송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들의 편의는 더욱 높아졌지만 배송기사들은 배송 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빠른 배송 서비스만큼 배송기사들을 위한 처우도 빠르게 개선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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