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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규제 골목상권 살릴까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9.02.0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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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안건 29개”. 현재 국회에 발의 돼 계류 중인 대형점 규제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건수이다. 올해 벽두부터 대형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발의안은 다양하지만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등 영업규제의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았다. 

올해는 이들 개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재검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규제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이 같은 규제 방침에 유통대기업들의 우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유통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들에게 고객 체험을 강화한 복합쇼핑몰은 신성장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규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국회에서 자영업 종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입을 모았다.  

개정안은 현재 대형마트에 적용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업을 늘리고 복합쇼핑몰, 면세점, 아울렛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줄 방침이다. 아울러 출점 절차도 강화해 대형 유통업체가 신규 점포를 내는 것을 까다롭게 했다.  

정부에서 유통업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장서 왔다. 공정위는 복합쇼핑몰도 대규모 유통업법 보호대상에 포함해 규제를 하겠다는 방향을 일관되게 밝혔다. 

복합쇼핑몰은 임대업자로 등록이 돼 있어서 입점업체들에 대한 이른바 갑질이 있어도 단속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다. ‘을의 눈물’을 닦아줄 것을 선언한 공정위가 관련 규제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만 규제를 하고 있다. 임대업자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대규모유통업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형식이 ‘임대업자’라고 해도 상품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에 포함해 중소 입점업체의 권익보호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상품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은 상품판매액에 비례하는 임차료(정률임차료)를 수취하거나 입점업체와 공동 판촉행사를 실시하는 경우 등을 한정한 예시도 제시했다. 순수한 부동산 임대업자는 규제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정부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즐비하게 상정돼 있다. 박선숙 의원안을 보면 현행법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공정한 거래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며 대규모유통업자를 소비자가 사용하는 상품을 다수의 사업자로부터 납품받아 판매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대규모유통업자와 실실적으로 동일하면서 형식적으로만 매입거래나 판매위수탁거래가 아닌 단순한 매장 임대차거래를 통해 임차료를 받는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사업체가 생겨났는데 현행법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고 법 개정안의 추진 배경이 설명됐다. 

박 의원은 이에 3000㎡ 이상인 점포를 소매업에 직접 사용하거나 그 일부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자를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납품업자의 범위를 확장해 대규모유통업에 대한 규제공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합쇼핑몰 규제, 미래를 지우는 것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방침에 유통대기업들의 우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은 ‘월 2회 의무휴업’의 적용에 대해 걱정한다. 복합쇼핑몰이 반드시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몰리는 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놀러 와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할 수 있는 공간의 제공이 주 목적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복합쇼핑몰을 의무적으로 휴업시킨다고 해서 동네골목 상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앞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이 살아났다고 입증된 바도 없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시작한 최근 3년 간의 통계청 자료를 보면 중소상인들의 매출은 오히려 12.9% 줄었다. 반면 온라인·모바일 쇼핑은 161.3%, 편의점은 51.7%로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문 닫은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을 찾았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의 확대가 소비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말에 재래시장을 갈 것인지, 복합쇼핑몰을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이다. 복합쇼핑몰과 같은 새로운 유통업의 등장은 기술 변화와 소비자 취향의 고급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한다는 시각이다.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정부는 복합쇼핑몰을 대형유통업법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 근절을 앞세웠다. 복합쇼핑몰이 입점업체에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등의 남아있는 일부 ‘갑질’을 대형유통업법의 규제 하에서 막아 보겠다는 의미다. 

복합쇼핑몰 규제가 골목상권 살리기에 직결된다고 주장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를 현행 대형마트 수준으로 하려고 한다면 넘어야할 벽이 또 하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지키겠다고 하는 ‘을’인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들의 엇갈리는 이해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복합쇼핑몰의 입점 업체 중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월드타워몰의 경우 입점업체 209곳 중 156곳(74.6%)이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한 중소기업(외국기업 제외)일 정도다.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은 이들 입점 중소업체들의 매출 하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복합쇼핑몰 규제는 소상공인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일부 입점업체들의 주장에도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유통산업 ‘규제, 성장 여력 제한’
교육전문가인 린다 에어는 ‘자연에서 배우는 행복한 기술’이란 책에서 게에 대한 흥미로운 관찰기를 소개하고 있다. 게를 잡아 얕은 양동이에 넣으면 금세 밖으로 기어 나오지만 두 마리를 같이 넣으면 서로 빠져나가려고 싸우다가 결국 두 마리 다 기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로를 끌어내리는 게의 본능 때문이다. 

올해 유통산업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도 유사한 설명으로 가능하다. 소비 위축은 지난 10여년간 여전했다. 여기에 더해서 정부규제 등으로 유통산업 성장 여력이 제한됐다. 온라인시장 성장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투자 부담 확대 등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정부의 규제가 대형유통기업과 골목상권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24개 산업의 ‘2019 인더스트리 아웃룩’에서 유통산업의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정부규제가 유통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현 정부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중소납품업체, 영세·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데 더 집중한다. 이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서 잘 드러난다.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던 복합쇼핑몰과 아울렛 등이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복합쇼핑몰 등의 영업일수(월 2회 의무휴업)와 영업시간(0~10시 영업시간 제한)은 축소된다.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복합쇼핑몰 매출액(응답 9개사 기준)은 전년 대비 4851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을 지난해 12월 승인했다. 이 제정안은 근접 출점제한, 편의점주 폐업 시 위약금 면제 또는 감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로 유통업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시장 성장으로 수익성 저하와 투자 부담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유통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소비자가 온라인시장에서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어 유통업체의 가격결정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끌기 위한 판촉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송민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유통업체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집객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점포 리뉴얼, 신규 포맷 점포 개발 등을 하고 있다”며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인프라 등도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의 투자 부담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유통 규제법, 2월은 지나야…안도(?)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2월을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유통업계로써는 시간을 번 셈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시국회 종료와 함께 유통산업발전법 논의는 현재 중단된 상황이다. 

법안 논의를 위해서는 관련 상임위가 가동돼야 하고 상임위 개최를 위해서는 임시국회가 열려야 한다. 하지만 1월 임시국회는 여당의 반대로 개최되지 않았다. 물론 이 때문에 국회법에 따라 2월에는 자동으로 임시국회가 열린다. 하지만 유발법을 심사하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소위원회 상황이 복잡해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유발법을 심사하는 산자중기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취소 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놓고 여야가 일정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이 법안은 원전 건설 취소 지역의 손실 또는 피해 등에 대한 보상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지원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야당에서는 법안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에서는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여야가 일정 합의를 하지 못하면 한 번도 소위를 열지 못한 지난해 12월 상황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간을 번 유통업계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법안이 통과, 적용될 경우 대형 유통 업체들의 즉각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돼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발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 간에 이견이 거의 없어 통과가 유력하지만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있다”며 “소비 침체와 각종 규제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의무 휴업과 출점 규제가 강화되면 생존을 위협받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경연 “영업규제, 불필요한 부작용만 낳을 것”
지난 달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유통기업 오너들이 초청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날 유통규제법안과 관련해 ‘사이다’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는 유통 관련 규제에 대한 얘기가 빠질 수 없다”며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1분기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규제 완화, 최저임금 속도조절, 제조업 수준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2019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보다 4포인트 떨어진 ‘92’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3분기 연속 하락세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RBSI는 3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해 소매유통업의 경기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태별 지수를 살펴보면 홈쇼핑(110)과 온라인쇼핑(103) 등 무점포 업태에서는 경기호전을 기대하는 기업이 많았다. 반면 백화점(94), 대형마트(94), 수퍼마켓(80), 편의점(71) 등 오프라인 업태들은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백화점은 지난 분기보다 11포인트 하락해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강추위를 기록했던 작년보다 모피와 패딩 등 고가 의류의 판매가 부진할 전망이다. 화장품과 명품 소비로 매출을 견인하는 VIP고객의 전체 소비액도 전분기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는 지난 분기보다 5포인트 상승해 94를 기록했다. 온라인 채널 판매와 미래형 매장 등 주요 혁신경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1분기에 명절 특수가 끼어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분기보다 기대감은 커졌지만 전반적인 경기는 여전히 기준 이하를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편의점(88.8%), 수퍼마켓(67.5%), 대형마트(55.3%) 등의 업태에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온라인쇼핑과 홈쇼핑에서는 전분기 수준의 수익을 기대하는 업체가 74.2%, 40.0%로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 유통업체들은 ‘규제 완화’(45.6%)를 첫 손에 꼽았다. 이기환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프랑스·일본 유통산업 규제 변화 추세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이 부연구위원은 “전통·영세 소매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실질적 정책목표지만 분배 형평성만을 위한 규제는 시장효율성을 증진시키는 산업 발전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노동생산성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인터넷거래와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될 미래 유통환경을 생각해보면 물리적 상점에 대한 영업규제는 불필요한 부작용만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언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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