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본문 중에서>


사랑이 이뤄지고 나면 그 이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여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평범한 그들은 서로를 만나 특별해졌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느꼈던 사랑과는 깊이가 다르다. 이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천생연분, 소울메이트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연애는 달다. 눈짓, 손짓, 몸짓 서로를 위하는 모든 행동에 애정이 감싸고 있다. 헤어져 다시 만나기까지의 설렘은 사랑스러운 마음을 대변하는 눈빛으로 시간을 빠르게 돌린다.
공원에 가도, 카페에 가도, 식당에 가도 그들은 사랑이라는 진공이 된 벽에 둘러싸여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서로만 응시하고 있다.
시간은 내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오늘의 헤어짐을 원망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은 결국 ‘평생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합의한다. 그렇게 둘은 결혼이라는 더 깊은 애정의 세계로 입성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혼이란 낭만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헤어짐 없이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생각만으로 행복하기에….
결혼 얼마 후. 이들 부부가 싸우게 된다. 평생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이 ‘이걸 어떻게 평생 견디고 살지?’라는 의문으로 바뀐 것은 겨우 ‘유리컵’ 하나 때문이다. 유리컵으로 평생 함께할 인생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한 커플의 삶을 통해 변화하는 사랑에 과정을 담은 책이다. 시간별 사랑의 규율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읽다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다. 실제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던 커플이 결혼이라는 현실 라이브 무대로 옮겨졌을 때의 모습은 흡사 나를 보는 듯했다.
치약 짜는 것부터 빨래통에 옷을 넣는 방법으로 싸웠던 때가 생각하다.
또 사랑에 대한 열렬했던 감정은 잊은 채 현실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특히 반성할 만하다. 함께하는 기쁨보다는 혼자라는 필요성에 힘을 싣고 무엇보다 육아라는 짐은 서로의 균열을 더욱 벌어져 놓는다. 이처럼 이 책은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반성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는 균열의 순간들을 만나게 해준다.
완벽한,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남들과 비교해서 빠지지 않는 등등의 어떤 사랑, 어떤 결혼이라는 강박감이 우리의 사랑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낭만적인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낭만적이거나 비관적이거나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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