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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의 동전 던지기
  •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9.01.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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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이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이다. 전선에 나가보니 적군의 수가 아군보다 훨씬 많았다. 당연히 병사들은 적군의 숫자에 압도돼 겁에 질리게 됐고 최고 지휘관인 알렉산더는 병사들의 사기를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지 고심했다. 겁에 질린 상태에서는 싸우기 전에 이미 패전한 거나 마찬가지이므로 어떻게든 병사들의 사기를 높일 방도를 찾아야만 했다.
겁에 질린 병사들 앞에 알렉산더가 나타났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고함쳤다. “내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 신의 계시는 이렇다. 이 동전을 하늘에 던져 앞면이 나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뒷면이 나오면 우리는 패할 것이다.”
알렉산더는 병사들이 숨죽이고 주시하는 가운데 하늘로 동전을 던졌다. 병사들은 땅에 떨어진 동전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앞면이었다.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병사들은 사기가 충전돼 용감히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 전쟁이 끝나자 옆에 있던 장군이 알렉산더에게 말했다. “참 천운이었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말했다. “그 동전은 앞뒤가 다 같은 앞면이었다네!”
이 이야기는 무얼 말해주는가? 긍정적인 신념,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를 보여준다. 동전을 던지기 전이나 던진 후나 객관적인 조건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적군의 숫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아군의 숫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단지 병사들의 심리상태가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에서 이길 수 있다는 낙관주의로 바뀐 것 뿐이다. 긍정적 심리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 일화다.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정리해 놓았다. 하버드 대학 사회심리학 교수였던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 박사의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이론이 대표적이다.
로버트 머튼 박사는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는 원리를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칭했는데 이것은 미래에 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이나 기대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믿거나 기대한 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어떤 사람 또는 집단의 믿음 또는 기대가 그것이 옳은 것이든 틀린 것이든 어떤 상황이나 개인 또는 집단의 행동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말한다.
머튼 박사는 그의 저서 <사회이론과 사회구조>에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만일 록사나(Roxanna: 가상적인 여자의 이름)가 그녀의 결혼생활이 실패할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고 또 그런 실패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그러한 생각이 실제로 결혼생활을 실패하게 만든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은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대할 때 먼저 선입견을 형성한다. 이 선입견이 바로 기대이고 예언이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썩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고 ‘어쩐지 음흉한 구석이 있어 가까이할 사람이 아니야’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우리 행동은 그런 선입견에 따라 나타난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대하고 음흉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에게는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접촉을 꺼린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도 똑같이 대한다. 즉 자신을 친절하게 대한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주고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접촉을 꺼리는 사람에게는 상대방도 그런 식으로 대한다. 바로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통상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예상이 맞은 게 아니라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 뿐’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정확하게 성립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이것이 자기충족적 예언이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우리가 자기 자신에게나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대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대하면 상대방도 나를 긍정적으로 대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대하면 상대방도 나를 부정적으로 대한다. 따라서 언제나 자기가 기대한 대로 이뤄지도록 돼 있다. 자기가 사람을 잘 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본성이 어떻든 간에 자기가 생각한 대로 그 사람이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충족적 예언을 특히 조심해야 할 사람은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 리더가 힘을 가진 리더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리더가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면 그 선입견대로 정확하게 맞게 돼 있다. 만일 힘을 가진 리더가 어떤 사람을 ‘잘 보고’ 가깝게 대하면 그 사람은 그 리더에게 충성을 다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리더의 가려운 데를 긁어줄 것이다. 그러면 그 리더는 생각할 것이다. ‘역시 내가 사람은 잘 봤어!’ 그러나 그 리더의 눈 밖에 난 사람은 어떻게 되나? 그 리더의 눈에는 사사건건 불만족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실력을 발휘할 기회도 얻지 못하거나.
자기충족적 예언은 우리에게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먼저 신뢰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자기는 상대방을 믿지 못하면서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자기가 상대방에게 불친절하게 대하면 상대방도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자기 이익만 챙긴다면 상대방도 자기 이익만 챙길 것이다. 신뢰도 똑같다. 신뢰하고 신뢰를 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신뢰하고 신뢰를 받는 것이 아니다. 세상만사는 주고받는 관계이지 일방통행은 없다.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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