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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쓰라고 버는 거죠!‘파이 세대’…연애·결혼 포기하고 오직 나를 위한 소비만 한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9.01.0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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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김원준 씨(33세)는 보험이 없다. 적금도 없다. 학자금 대출을 제외한 그의 월급은 모두 옷이나 신발 등 자신을 위한 투자에만 사용된다. 결혼, 내 집 마련 등 불안할 법도 한데 그는 지금이 행복하다.
김원준 씨는 “취업 준비할 때 힘들었던 나를 위로하는 차원으로 월급 전부를 나에게 쓰고 있다”며 “지금부터 2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인데 굳이 돈을 모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급 외제 차, LA 여행 등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며 불가능한 소유보다는 나를 위한 현재의 소비를 즐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이 세대가 기성세대를 넘어서는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국내 인구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파이세대는 절반 이상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내 집 장만 등의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합리화 vs 현실적인 소비
1980~2000년대 출생한 20·30세대를 지칭하는 파이 세대(P. I. E)는 ▲남과 다른 개성(Personality)을 중시하고 ▲나의 행복과 자기계발에 투자(Invest in Myself)하며 ▲소유보다 경험(Experience)을 위해 소비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근 등장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 ‘탕진잼’과는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파이세대는 해외 명품 브랜드는 물론 고급 외제 차도 스스럼없이 구매하며 여행 등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명품 브랜드, 외제 차, 여행 시장 등의 성장은 파이세대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백화점의 지난해 3분기(7~9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승했다. 매출 3분기 기준 백화점은 같은 기간 대비 신세계가 7.0%, 롯데가 3.9%, 현대는 4.2% 늘었다. 백화점 매출을 견인한 것은 명품이다. 롯데백화점 명품 소비의 경우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18.7%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체 19.1%, 현대백화점은 14.2%를 기록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명품 매출 또한 전년 대비 17%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11월 누계 연령대별 명품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20대가 78.6%로 가장 높았으며 30대가 16.7%로 뒤를 이었다. 명품 매출 중 20대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6%로 2년간 3.6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소비자의 매출 비중은 전체 약 47%에 달한다.
이와 함께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입차를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30대로 총 51만7000여대를 구매해 전체의 3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항공권 구입 비중도 20, 30대가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하나투어에 따르면 자유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구매한 20, 30대는 지난 2014년 26만여명에서 지난해 57만여명으로 늘었다.


파이 세대가 이처럼 소비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연애·결혼·출산·집을 모두 ‘포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하늘 높은지 모르고 뛴 집값은 파이 세대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조업 월평균 임금은 지난 2000년 114만원에서 2016년 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용면적 59㎡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5375만원에서 4억4927만원으로 올라, 무려 192.2%가량 상승했다.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아도 내 집 마련에 두는 시간은 14.1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파이 세대들의 소비가 경제관념 없는 철부지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이 세대가 나름대로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20, 30대 젊은 세대들은 지금 집을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20~30년 동안 모아도 서울에 집을 살 수 없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세대”라며 “불가능한 소유보다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경험에 방점을 둔, 현실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보람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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