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와 겹쳐 비실비실…가맹점포 참여율 3%, 소비자 반응도 시큰둥

 

‘제로페이’가 실효성 논란 한가운데 섰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제로페이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과 맞물리면서 큰 이슈를 불러오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 12월 제로페이에 가입한 가맹점포 수는 2만여곳으로 카카오페이 가맹점 18만여곳과 비교하면 1/9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접 수혜자인 소상공인 단체 또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여가 필요한 소비자 역시 제로페이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맹점 3% 중 70% 프랜차이즈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 혜택은 높인 선순환 공유 플랫폼 제로페이가 지난해 12월 20일 본격 출범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카드 수수료 인하가 궁극적인 목표다.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은 영업이익 절반에 가까운 결제수수료로 부담을 안고 있었다. 신용카드 결제는 밴(VAN)사, 카드사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로페이는 QR코드만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0%를 구현했다. 실제 제로페이는 신용카드와 매출액 기준 8억원 이하 사업장 결제 수수료는 0%,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이상은 0.5%로 수수료를 책정했다.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실제 제로페이 사용자에게는 소득공제 40%와 포인트 적립, 문화시설 및 공용 주차장 등 공공시설 할인 등의 혜택을 마련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점포 중 제로페이 가맹점을 신청한 곳은 지난 12월 기준 2만여곳을 겨우 넘겼다. 서울시 소상공인 66만여명 가운데 1만7000여명만이 참여한 것이다. 전체 가맹점으로 확대하면 고작 3% 수준으로 특히 가맹점 3% 중 70%는 모두 프랜차이즈다.


부진한 가맹률은 카드수수료 개편안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기 위한 제로페이 취지는 좋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할지 의문이 든다”며 “또 1월 말이면 수수료가 인하되는데 굳이 제로페이까지 가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 말이면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이 시행된다. 연매출 5억~10억원 사업장의 수수료는 2.05%에서 1.4%로 0.65% 떨어지고 연매출 10억~30억원 사업장은 2.21%에서 1.6%로 0.61% 줄어든다. 체크카드 수수료율 또한 1.56%에서 1.1%로 0.46% 낮아진다. 이와 함께 매출세액공제 한도 확대 방안까지 추진된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혜택을 연 최대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었다.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사업자의 경우 부가가치세 환급을 가산하면 실질 카드수수료율은 0%인 셈이다.
소비자들에게도 제로페이는 경쟁력이 없어 보인다. 미미한 가맹률도 문제지만 연말 소득 공제 혜택도 신용카드 공제율 15%보다는 높지만 30% 수준인 현금이나 체크카드에 비해 큰 장점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직원 5인 미만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결제라는 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결제수수료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매우 낮다는 것인데 이는 가맹점의 관점에서 강점이지 소비자 관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유인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맹점 모집에 관여하고 수수료 제로를 내세워 시장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보니까 민간영역에서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QR코드 방식으로만 진행된다면 그동안 진행됐던 여러 기술 개발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국내 페이 시장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와 삼성페이도 제로페이 참여 결정을 잠정 보류했다.
제로페이에 대한 문제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까지 초기 플랫폼 구축비, 수수료를 포함한 운영비 등은 정부의 협의체 구성에 따라 은행이 부담했다. 계좌이체 서비스가 핵심인 제로페이 특성상 은행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은행이 언제까지 이 같은 부담을 계속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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