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너와마을>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눈 많고 산세가 험한 강원도 삼척에 사는 화전민이다. 삼척에는 ‘너와집’이라는 독특한 주거문화가 발달했다. 지붕에 이을 볏짚이나 기와 등을 쉽게 구할 수 없는 강원도 산간지방 화전민들이 선택한 최선의 가옥형태이다. 

강원도의 겨울나기 가옥, 너와집
너와집은 환경에 순응한 독특한 가옥양식이다. 너와는 기와처럼 지붕을 이는데 사용되는 재료로 전나무, 소나무 등을 나뭇결대로 쪼갠 것이다. 너와의 크기는 세로 60~70㎝, 가로 30~40㎝이며 두께는 4~5㎝ 정도다. 이렇게 손질한 너와를 용마루에서부터 맞물리도록 덮어가며 지붕을 이어 올린다. 이 과정에서 너와와 너와 사이에 틈이 생긴다. 너와는 기와처럼 모양이 반듯반듯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틈이 있어 환기와 배연이 잘 되고 보온효과가 크다.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산골마을의 가옥들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너와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벌목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아니 더 이상 너와에 사용할 재목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때를 맞춰 지난 1970년대 지붕개량사업이 시작되면서 너와집 대부분 사라졌다. 지금은 강원도 삼척 도계읍 신리에 너와집 3채가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정도이다. 

독특한 너와집 내부
너와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삼척 도계읍 신리로 향했다. 도로와 인접한 곳에 관광객들이 직접 너와집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너와마을이 있다. 너와집을 재현한 가옥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마을에서는 화전민이 신고 다녔던 설피 체험도 할 수 있다.

설피는 눈이 많은 고장의 주민들이 겨울철 신바닥에 덧대어 신는 물건으로 이것을 신으면 눈이 깊어도 빠지지 않으며 비탈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너와집 내부에는 모두 공통적으로 ‘코클’과 ‘화티’가 설치돼 있다. 코클은 일종의 벽난로 같은 것으로 난방은 물론 조명등의 역할도 했다. 방모서리에 바닥에서 50㎝전후 높이에 설치한다. 화티는 아궁이에서 땐 불을 담아두는 곳으로 코클처럼 조명과 난방역할을 했다.

화티에 담아두는 불꽃을 ‘두둥불’이라 부르는데 화력이 좋고 오래 타는 관솔을 주로 사용했다. 관솔은 송진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로 화력이 세고 오래 타서 불이 귀했던 화전민들에게 절대 꺼뜨리지 말아야 하는 불씨였다. 다른 지역의 가옥들과 차이점이라면 집 안에 외양간이 있다는 것. 날씨가 춥고 짐승들이 자주 출몰하는 산간지역에서 가축을 보호하려는 의도다. 

자연이 채워주는 2%의 지혜
너와집이 겉보기에는 허술해보여도 장마철에 비가 세는 법이 없다. 너와는 나뭇결대로 쪼개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 결을 따라 물이 흘러내린다. 행여나 비가 새면 너와를 조금만 틀어주면 감쪽같이 비가 새지 않고 물길을 따라 밖으로 흐른다고 한다.

겨울철 눈이 많이 올 때는 너와의 벌어진 틈을 눈이 덮어서 외부공기를 차단해 오히려 훈훈하다. 항상 군불을 피우니까 연기 때문에 눈이 서서히 녹아서 집이 무너질 염려도 없다. 나무는 쉽게 썩지만 너와는 항상 연기에 훈연이 돼 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아 잘 썩지 않는다. 그래서 너와는 7~8년에 한 번씩만 교체해줘도 거뜬하다고 한다. 너와집은 미완성의 집처럼 보이지만 2% 부족한 것을 자연이 채워주는 현명한 집이다. 너와집에 담긴 지혜는 강원도 자연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에 ‘삼척 너와마을’을 검색하면 된다. 
● 주소 :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문의재로 1113
● 주변맛집 : 너와 정보화 마을 입구에 마을에서 운영하는 너와마을식당이 있다. 송이백숙과 산채 비빔밥, 된장찌개 등 다양한 토속 음식을 내놓는다.
● 문의 : 삼척시관광정책과 033-570-3530, 너와 정보화마을 033-552-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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