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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세 바뀔까, 소주의 소확행 ‘멈칫’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8.12.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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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필집 <랑게르 한스섬에서의 오후>에서 처음 사용했다. 올해 대한민국의 주요 트렌드였다. 
소확행이라는 용어에는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 상대적 박탈감 등 각박한 일상생활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기쁨이라도 만족하자는 서민들의 욕구가 배어 있다. 바쁜 오후 시간의 차 한 잔, 퇴근 후 소주 한 잔 같은 것이 소확행이다. 


정부가 소주 등 주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행 주류세 제도를 일괄적으로 개편하지 않는 대신 모든 주류에 적용되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중이다. 종량세로의 전환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종량세는 한마디로 비싸게 팔던 술은 싸지고, 싸게 팔 던 술은 비싸지는 것이다. 서민들의 소확행을 책임졌던 ‘한 잔의 술’에 세금이 더 붙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서민의 대표적인 술인 소주 가격이 오르는 걸까. 불안이 팽배해지고 있다. 정부가 주류에 붙이는 세금의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고 언급해서다. 정부 안에서 논의가 시작됐고 이르면 내년 세법 적용 시부터 변경될 가능성마저 부각됐다. 이와 관련해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주세 문제인데 술에 세금을 붙이는 방식은 종가세와 종량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술 가격에 몇 퍼센트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 즉 그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최종 가격에 세금을 적용하는 방식이 종가세이다. 


현재 국내에서 적용되고 있는 주류세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이걸 종량세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 이것은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의 역차별 이슈에서부터 불거진 것”이라며 “국내 맥주사들이 종량세로의 변경을 요구해 왔고 국내 전통주와 고급주를 제조하는 업계에서도 종량세로의 변경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같은 주류 업계에서도 국내 맥주 업계 등에서 종량세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고 지금은 자리에서 내려 온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월 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당시 김 부총리는 “(주류세 변경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세의 변경은 앞으로 맥주도 휘발유처럼 리터당 얼마로 세금을 붙이자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든 ‘맥주 1리터에는 얼마’ 이런 방식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 주류의 가격이 비싸든 싸든 상관없이 용량에 따라서 세금을 붙이자는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시사 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소주냐 맥주냐에 상관없이 세금을 붙이면 아마도 용량에 기반을 해서 세금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맥주 업계에서 수입맥주와 어떻게 차별을 받았느냐 하면 수입맥주는 수입원가에 세금을 붙였다. 이들이 수입원가를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서 세금을 적용하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마케팅 비용이라든가를 제외하고 단순하게 수입하는 맥주가격에 세금을 붙이다보니 편의점 등에 가보면 1만원에 4캔과 같은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다. 가격적인 면에서 국산맥주들이 역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니 용량에 따라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와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의 종가세가 수입맥주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라는 국내 맥주업계의 통상적인 설명이다. 국산맥주는 생산원가에 판매관리비와 마진까지 더해 최종가격을 매기고 있는 반면 수입맥주는 원가에 관세 신고가격을 합한 것이 최종가격이 되면서 역차별이 나온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FTA 체결국에서 온 수입맥주는 관세가 전혀 없는데다 원가도 수입업자가 신고하기 나름이어서 결국 수입맥주의 세금이 국산맥주보다 절반도 안 되게 매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산맥주 역차별서 주류세 변경 논의 촉발
수입맥주가 신고가에 따른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산맥주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수치로 입증된다. 지난해 주류 출고량 가운데 소주와 탁주는 증가했지만 맥주는 감소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2018년 국세통계 2차 조기 공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입분을 제외한 국내 주류 출고량은 355만1000㎘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주종별로는 맥주 182만4000㎘, 희석식소주 94만6000㎘, 탁주 40만9000㎘를 기록했다. 비율로는 맥주 51.4%, 희석식소주 26.6%, 탁주 11.5%를 보였다. 총 주류 출고량은 지난 2014년 이후로 계속 감소했다. 연별 출고량은 2014년 380만8000㎘, 2015년 380만4000㎘, 2016년 368만㎘, 지난해 355만1000㎘이다. 특히 맥주 출고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 206만2000㎘, 2014년 205만6000㎘, 2015년 204만1000㎘, 2016년 197만9000㎘, 지난해 182만4000㎘를 기록했다. 지난해 출고량은 전년 대비 7.8% 감소한 수치다. 국산맥주 출고량이 감소한 이유는 그만큼 수입맥주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6309만달러(한화 약 2959억원)로 전년 대비 44.9% 증가했다. 올해 1~9월 수입액도 2억4073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9.2% 늘었다.


맥주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수입맥주 판매가 크게 늘면서 올해도 국산맥주 출고량 감소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체마다 최선을 다해 대응을 하고 있지만 당분간 수입맥주 증가세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1월 1일부터는 미국산 맥주에 대한 관세가, 지난 7월부터는 유럽산 맥주의 관세가 철폐됐다. 수입맥주의 추가 가격인하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가까운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가보면 이에 따른 반향을 바로 알 수 있다. 대형 냉장고에 진열된 주류 라인에서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곳에는 이미 수입맥주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캔에 1만원씩 팔던 수입맥주 가격이 얼마 전에는 4캔에 5000원까지 내려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맥주업체들이 종량세로의 개편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수제맥주업체들도 이 같은 행보에 적극 동참중이다. 수제맥주업계는 맥주세를 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수제맥주도 4캔에 1만원이 가능해질 정도로 저렴해질 것이라며 정부에 빠른 세 개편을 요구하는 중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얼마 전 현 맥주세 방식인 종가세를 종량세를 개편하면 수제맥주 기준으로 최대 30%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발표했다. 협회 관계자는 “종량세로 전환하면 주세가 현재 933원에서 421.5원으로 낮아져 1캔 4200원 수제맥주 가격이 3086원까지 낮아진다”며 “수입맥주만 하던 4캔 1만원 프로모션을 수제맥주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제맥주업계는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맥주시장이 활성화되면 청년일자리 및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제맥주업계 청년 채용 비율은 77.5%의 수준이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4년 이내에 업체 수가 총 350개로 고용 인력은 4만7000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수제맥주업체는 수입맥주업체 대비 최대 20배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청년창업과 고용창출의 불씨가 잠식당하기 전에 빠른 종량세로의 전환을 촉구한다”고 했다. 


서민의 애환 담은 소주價 상승 ‘부담’
주류 업계에서는 이처럼 수입맥주에 대한 역차별의 논리로 종량세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종량세로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수입맥주를 비롯한 주류 업계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주류의 가격에 대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환의 키워드는 상대적으로 비쌌던 주종은 조금 저렴해지고 저렴했던 술은 조금 비싸지는 것이다. 


실제로 주류의 경우 고급 위스키나 와인 생산 업체들은 고급주의 이미지를 위해서 원래 만드는 비용도 비쌌지만 여기에 더해 병이나 이런 것도 비싼 것을 사용해 왔다. 그렇다 보니 주류 가격 자체가 높아졌다. 기존의 종가세는 이 가격에 세금을 적용을 했다. 자연스럽게 주류 가격이 비싸졌다. 


하지만 앞으로 용량에 따라서 세금을 붙이면 비싼 병에 주류를 담았던 술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지고 가격 경쟁력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서 주류 업계 관계자는 “간단히 보면 비싸게 팔던 술은 싸지고 싸게 팔 던 술은 비싸지는 것”이라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종가세의 적용을 받아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팔리던 소주와 생맥주의 가격이 올라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종가세가 종량제로) 되면 소주와 생맥주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해서 정부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서 현재 생맥주의 경우 통에서 뽑아 먹지 않나. 통 가격은 세금을 적용하지 않고 지금까지 내용물에 대해서만 세금을 붙였는데, 이제는 리터당 얼마 이렇게 세금을 붙이면 가격이 올라갈 소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동안 생맥주가 병맥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었던 것이 통 가격은 제외하고 세금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병맥주는 병 가격에도 세금을 붙여왔기에 생맥주에 비해서는 조금 비쌀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주류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올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이제 소주나 맥주 한잔 마시는 것의 세금도 오르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셈”이라면서 “이런 것들이 부담으로 작용했으나 일종의 형평성을 바로 잡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비싼 술이어서 세금을 붙였던 것인데 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고가였던) 위스키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점들이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괄적 세율 책정 소비자 혼란 있을 것
서민의 애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주류인 소주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여론’이다. 소주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술이다. 국내 소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사례로 살펴보자. 최근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통계를 내놓았다. 이들이 내놓은 수치에서 소주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924년 소주의 대명사인 ‘진로’를 출시했다. 이후 1998년도에 이르러 100년 기술을 집약한 참이슬 브랜드로 업그레이드 해 출시했다. 
참이슬은 ‘소주는 25도’라는 상식을 깨고 대한민국 소주 이미지를 ‘맑고 깨끗한 소주’로 바꿔놓았다. 지난 9월말까지 누적 판매량 총 301억병 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 2012년 11월 출시 14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억병을 돌파한 후 6년 만에 100억병을 판매한 수치이다. 국내 소주 역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301억병은 국내 성인(20세 이상, 4204만명 기준) 1인당 716병을 마신 양이다. 소주병을 누인 길이(21.5cm)로 연결하면 서울과 부산 간의 거리인 428km를 약 7560회 왕복할 수 있고 지구둘레를 161회 돌릴 수 있다.  20년 세월 동안 지역적 한계 없이 전국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최근 부산·경남 지역에서 눈에 띄게 성장률을 높였다. 부산·경남지역에 출시한 참이슬 16.9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 8월 3억병 판매 돌파하기도 했다.


참이슬 브랜드로 살펴 본 국내 희석식 소주는 종량세 전환이 이뤄지면 가격 면에서 다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소주는 맥주나 위스키보다 최종가격이 가장 낮아 그만큼 세금도 가장 적게 붙고 있었지만 종량세로 개편되면 세금이 지금보다는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주세를 보다 세분화하기 위해 종량세 바탕 위에 알콜 도수에 따른 분류도 추가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소주 중에서도 알콜 도수가 높은 제품의 세금 인상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참이슬의 경우 후레쉬(파란뚜껑)·오리지널(빨간뚜껑) 제품이 있고 두 제품의 가격은 현재는 같다. 하지만 알콜 도수가 각각 17.2도, 20.1도로 다르다. 정부의 알콜 도수 기준에 따라서 도수가 높은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소주가 서민 주류란 점이 정부 입장에서는 결정을 쉽지 않게 만든다.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있고 작은 행복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인상되는 결과에 따른 반발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소주세를 인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연 장관이 지난 번 국감에서 공언한 만큼 곧 주세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종량세로 개편되면 원칙상으로 소주가 불리한 것이 맞지만 소주 가격이 오르면 국민적 저항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서 정부의 세밀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존 종가세의 일괄적인 중량세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주류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구분되는 세금 제도가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일괄적인 방법으로는 오히려 소비자들과 업계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소주와 같은 서민 주류 가격 인상 요인에 따른 반발을 손쉽게 예상할 수 있는 혼란의 주요인이다. 주류 업계 다른 관계자도 “현행법에서 지적되는 여러 문제를 이유로 주류에 대한 세금을 개편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주류 종류나 혹은 각 주류의 시장 상황에 대한 세밀한 연구나 구분 없이 한 가지의 기준으로 일괄적 세율을 책정한다면 소비자들과 주류업계에는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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