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코드 넘어서 어엿한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 중


초고령 사회를 맞아 ‘웰다잉(Well-dying)’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잘 준비하자는 문화코드를 넘어서 어엿한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웰다잉 산업은 호스피스·장례 보험·실버 재테크·상속 등 사망 전 준비부터 장례식·반려동물 관리·유품 정리 등 각종 사후관리까지 매우 다양한 서비스를 포괄한다. 최근에는 생전 장례식·우주 장례식·폭죽 장례식·QR코드 묘비·유골로 만드는 ‘메모리얼 다이아몬드’ 등 다채로운 장례 풍속이 등장하면서 연관 산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치매관리사·유품정리사·노년 플래너 등 관련 신종 직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초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계기로 떠오르고 있는 웰다잉 산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웰빙’으로 살다 ‘웰다잉’으로 가다

삶의 질만큼 ‘죽음의 질’도 중요해지고 있다. 고령화와 가족 구성원의 해체 심화 등으로 인해 독거노인이 날로 증가하고 각종 질병과 정신 건강의 이상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관심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 dying)’이 고개를 든 이유다. 

최근에는 장례식과 재산정리, 청소 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들이 생겨나면서 ‘웰다잉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 지자체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웰다잉 프로그램을 앞 다퉈 마련하고 있다. 
평택시는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웰다잉 문화 조성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는 품격있는 죽음을 준비하도록 하고 그 가족 및 환자의 지인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이는 민간차원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업무에 시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경기도 내 지자체 중 처음이다. 또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에 따라 호스피스 업무를 담당하는 비영리 법인·단체에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해 ‘인생 그래프 그리기’, ‘엔딩노트·버킷리스트 쓰기’ 등으로 구성된 웰다잉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전라북도도 웰다잉플래너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체험 교육관을 운영하는 등 ‘웰다잉 문화조성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이와 함게 해외에서는 고인의 개성에 맞춘 장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준비 활동을 뜻하는 ‘종활(終活, 슈카츠)’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퍼져있다. 
종활의 대표적인 예는 ‘생전장(生前葬)’이다. 생전장은 쉽게 말해 죽은 자가 없는 장례식으로 장소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내용으로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우주장’이 인기다. 사람이 우주에서 왔다는 점에 기인해 죽어서도 다시 우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우주장은 삶의 마지막에 우주여행을 하면서 편히 잠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신청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우주의 먼지가 되는 과정은 간단하다. 화장한 유해의 일부가 담긴 기구를 로켓으로 쏘아 올린 뒤 성층권에서 이 기구를 폭발시킨다. 유족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어디쯤 유해가 위치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100명의 대기자가 있으며 가격은 2795달러(약 302만원)으로 알려졌다. 

색다른 장례 방법으로 ‘메모리얼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화장된 유골에서 추출한 탄소로 만든 다이아몬드로 지난 2004년 스위스 업체 ‘알고르단자’가 개발해 현재 국내 포함 36개국에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기존 장례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IT기술이 결합된 장례 서비스와 상품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QR코드 묘비’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웹사이트로 연결돼 고인이 남긴 사진, 글, 영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웰다잉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치매관리사·유품정리사·노년 플래너 등 관련 신종 직업도 증가하고 있다. 유품 정리사는 가족의 돌봄 없이 사망한 사람들의 유품, 재산 등을 정리·처리해 주는 사람으로 일본의 경우 지난 2000년대에 들어 성행해 현재 5000여개 업체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장례지도사는 한정된 면적에 따른 묘지 대체 수요로 수목장, 납골당 등 화장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급부상한 직업이다. 죽은 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취지로 기존의 무덤이나 묘비 같은 인공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그린장례 방법에 따라 장례절차를 진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셀프 장례, 웰다잉 투어 등 과거보다는 웰다잉 문화에 대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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